CULTURE

천우희 “무언가를 거듭 해보면서 비우고 또 채우는 연속이죠”

2023.05.24신기호

O(Zero)이고 싶은 천우희.

코트, 톱, 스커트,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
셔츠, 타이, 재킷, 모두 돌체&가바나.
톱, 스커트, 모두 알렉산더 맥퀸.
톱,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재킷, 질 샌더.

GQ 들어보니, 어제 새벽 2시에 촬영이 끝났다던데…
WH 그런데 요즘 좀 늦게 자는 편이라 그 정돈 괜찮아요.
GQ 촬영 때문에요?
WH 요즘 이상하게 잠을 자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하루를 촬영으로 아주 잘 보냈음에도, 남은 이 시간도 그냥 잠으로 보내기엔 아까운.
GQ 저 그거 뭔지 알아요. 그럼 그럴 땐 주로 뭘 해요?
WH 그런데 그렇다고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녜요. 일기 쓰는 거 좋아해서 일기를 쓰거나 아니면 유튜브 보는 거? 아! 요즘엔 법륜 스님 채널이 좋아져서 그거 보고…(웃음)
GQ 인터뷰할 때 대뜸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화보 촬영하는 거 좋아하는지.
WH 너무요.
GQ 아니, 아까 원장님하고 우희 씨 헤어스타일 상의할 때 “저 다 괜찮아요!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던 거 기억해요?
WH 네. 흐흐. 물론 이런저런 시도가 어색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래도 화보만큼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니까요. 작품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GQ 다르다면?
WH 연기는 다른 인물을 해석하는 작업이라면, 물론 그 인물에 동화되지만요, 화보는 오롯이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니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요. 그래서 저도 모니터 보고 “오~” 하는 거죠.
GQ 아까 우희 씨 유튜브 촬영하는 거 보니까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을 소개하던데. 그 안에 귀여운 포인트가 꽤 많던데요?
WH 요즘 ‘귀여운 게 최고야!’ 막 그러잖아요? 저는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GQ 그런 모습도 우희 씨의 새로운 모습으로 보일 것 같고.
WH 그랬으면 좋겠는데, 보시고 유치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흑.
GQ 인터뷰 준비하다 보니까 저희 꼭 1년 만이더라고요?
WH 맞아요. 작년 5월, 딱 이맘때 <지큐>랑 만났어요.
GQ ‘파워 J’답게 그간의 1년은 어땠는지 착착착 얘기해준다면요.
WH 음, 파워 J답게 착착착 계획대로 진행됐으면 좋았을 텐데… <지큐> 화보 찍고 부터 지금까지, 꼭 1년 동안 일 일 일, 일만 했어요, 저.
GQ 몽땅?
WH 몽땅. 작년 5월에 <지큐> 화보 찍고, 6월부터 올 4월까지는 <머니게임>이라는 작품을 했고, 또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진 <이로운 사기>라는 작품을 하고 있어요.
GQ 맞아, 최근 SNS에 <머니게임> 1년의 대장정을 시원하게 마무리하는 피드도 남겼던데요?
WH 그러니까 음, 그게 연애하고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설레고, 뜨겁게 사랑하다가 또 진짜 화끈하게 지지고 볶고, 또 화해하고, 시간이 더 지나 헤어지고. 작품 하나 끝나면 진짜 연애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머니게임>은 장기 연애에 가까웠고요.
GQ 전 우희 씨가 피드에 쓴 “징글징글”에서 <머니게임>을 끝낸 소회가 어떨지 슬쩍 느껴졌어요.
WH 그런데 저 정말 열심히 했을 때 그런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징글징글.
GQ 하, 이제 후회 없다?
WH 맞아요. 후회는 전혀요. 그래서 “징글징글”하다고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애증’이라고 하죠? 그렇게 사랑도 미움도, 그 밖의 다른 모든 감정이 혼재돼 있는 작품이 <머니게임>이었어요. 끝나고 보니까 제 밑바닥까지도 가봤고, 또 반대로 제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게 된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힘들었는데, 전혀 후회스럽지는 않아요. 그 1년이 분명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는 믿음도 있고요.
GQ 지금은 또 <이로운 사기>와 징글징글한 연애를 시작 했죠?
WH 지금 딱 15부까지 촬영했어요.
GQ 저는 작품을 찾아보고, 음? 지금까지 우희 씨가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접점이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도요. 맞아요?
WH 저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또 그래서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큰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에이, 그런데 아마 저 깊숙이 들어가보면 접점은 분명 있지 않을까요?

셔츠, 드리스 반 노튼.

GQ 그럼 저 깊숙이 들어가봤을 때, 우희 씨의 선택에는 대체로 공통점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아요?
WH 저는 결국 인물에 대한 ‘연민’이 중요한 이유같아요. 그런데 이게 되게 중요해요. 저를 통해 이 극이 소개되는 거잖아요? 많은 이에게. 그러니까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시각을 제시하는 건 배우인 제 몫인데, 그건 ‘연민’을 관통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작업이거든요. ‘연민’은 인물이나 작품 속,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이해하고 동요해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늘 선택의 가운데서 기준을 잡아줬던 것 같아요.
GQ 연민의 모습은 다양해서, 그때마다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해든, 표현이든.
WH 그래서 제가 느끼는 흥미의 모습들도 조금씩 변했던 것 같아요.
GQ 어떻게요?
WH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극적인 인물들에 흥미를 느꼈다면, 지금은 일상적인 모습, 아주아주 사사로운 감정들에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요.
GQ 지금 우희 씨 필모를 떠올려보면 그랬던 것 같네요.
WH 네, 아마 어렸을 때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 좀 더 극적인 환경들, 이런걸 연기나 작품으로나마 체득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GQ 지금은 또 다른 연민의 모습에 관심이 커졌다는 거죠? 일상같은.
WH 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보통의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점점 깨닫는 거죠. ‘공감’이라는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고 있고요.
GQ 법륜 스님 채널의 영향인가요? 지금 우희 씨한테 수업 듣는 것 같고. (웃음)
WH 푸하하!
GQ 요즘 우희 씨가 ‘이롭다’고 느끼는 존재들은 뭐예요?
WH 음, 행복한 감정을 주고받게 만드는 모든 존재? 사람, 동물, 음식 뭐든. 아, 그리고 저는 경험과 배움도 무조건 다 이롭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오는 성찰의 모습들도 모두.
GQ 우희 씨 지금 법륜 스님 같다니까요? (웃음)
WH 아니, 제가 공상하는 걸 종종 즐기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는데, 그래서 이런 제 성향을 좀 숨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주변은 그렇지 않은데 저는 막 꽤 진지하니까. 그때는 중2병인가 싶었는데, 커서 안 거죠. 그냥 제 성향이었던 거예요. (웃음)
GQ 스스로를 보기에 어떤 성향인 것 같은데요?
WH 깊숙이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그래서 무언가에 푹 빠져 있다가 수면 위로 팟! 하고 나왔을 때 그 느낌을 되게 좋아해요.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정화되는 느낌도 있어요.
GQ 그럼 우희 씨가 대체로 푹 빠져 있는 곳은 작품인 거죠?
WH 네, 작품, 연기. 흠뻑 몰입해 있다가 빠져나오고 그래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GQ 그렇게 푹 빠져 있는 자신을 경계할 때도 있어요?
WH 집착할 때요. 현실보다 작품 속 가상의 현실이 더 좋아서 그랬나? 아무튼. 그 세상에 집착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균형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삶이 튼튼하고 건강하면 그렇게 한쪽으로 푹 기울진 않더라고요. 사람은 어딘가 허약할 때, 그렇게 기울어지는 것 같아요. 알 수 없이.
GQ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예전에 이혜영 배우가 우희 씨를 향해 했던 말이 생각 났어요. “생각이 어른 같고 단단한 모두의 언니.”
WH 어휴, 그건 선배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흐흐.
GQ 아까 1년 동안 일만 했다는 말이 마음에 좀 걸려서요. 이제 올해도 꼭 반이 남았잖아요. 어떻게 보내면 시원할까요?
WH 저 올해 이 생각 진짜 많이 했거든요. ‘0’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GQ 무의 영역으로.
WH 네, 뭐랄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조건화된 것들이 분명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게 맞고 같은. 그런데 그런 불순물들 다 걷어내고 최대한 순수한 상태로 좀 돌아가고 싶다? 생각도, 마음도, 하다못해 집 안에 있
는 물건들까지도. 물론 안 되겠지만.
GQ 에이, 될 수 있죠. 그냥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WH 일단 <이로운 사기> 잘 끝내고 여행 좀 다녀와야겠어요.
GQ 거 봐요. 좋은 방법이 벌써 하나 생겼네요.
WH 맞아. 사실 완성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거듭 해보면서 비우고 또 채우는 연속이죠.
GQ 그런데 여행은 꼭 다녀오세요.
WH 음? 저 너무 지쳐 보이나요? 푸하하!

포토그래퍼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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