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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배우는 성(性)과 문화

2023.05.28도날드도

대학 교양 강좌로만 성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에도 이렇게나 많은 인문학적 성 콘텐츠가 있으니, 단계별로 학습하면 된다. 

성인 입문용 : <섹스, 러브, 웰빙 실험실>

섹스를 이미 수년간 경험해본 성인이라면 섹스를 ‘많이’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될 거다. <섹스, 러브, 웰빙 실험실>은 기네스 팰트로가 설립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구프(Goop)’팀이 참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의무감이나 별다른 감흥없이 하는 섹스 말고, 진정한 쾌감과 교감을 원하는 실제 커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섹스를 어른들의 놀이라고 인정하고, 울버린의 발톱 같은 도구를 활용해 잠자고 있는 감각을 깨워주는 실험에 참여한다. 여성 커플부터 노년의 커플까지 사랑과 섹스가 필요한 모든어른에게 제안하는 ‘웰빙 섹스 라이프’. 

청소년 입문용 <섹스토피아>

매일 매일 하고 싶어 하는, 성인과 청소년 사이의 남성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가 왜곡된 성 역할과 개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섹스토피아>는 지적한다. 미국의 대학교는 3월에 일주일 간 봄방학이 주어진다. 이 시기 많은 대학생은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해변으로여행을 간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미국 남학생들은 섹스가 쾌락이며 밥 먹는 것처럼 감정 없이 할 수 있다 여겨야 쿨하다고 믿는다. 여학생들은 이들에게 픽업 당하며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원나잇 스탠드를 한다. 때로는 집단 성폭력이 벌어지지만, 범죄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렇게 노는 게 멋지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섹스가 사랑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행위라는 걸, 다양한 ‘망한 예’를통해 깨닫게 되는 청소년 입문용 다큐. 

베테랑 교육자용 :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원제가 <Sex Education>인 만큼 아주 훌륭한 성교육 콘텐츠다. 주인공 오티스가 학교 내 비밀스러운 성 상담가로 활동하며 친구들 성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의 드라마. 특히 성을 교육해야 하는 선생님이나 상담사 입장에서 보고 배울 점이 많다. 주인공 오티스의 태도부터 본받을 점 투성이다. 그는 늘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다. 오티스의 친구들역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고, 성 역할과 개념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청소년이나 혹은 주변의 친구들 성 고민을 상담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롤모델’을 제시한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초보 교육자용 : <섹스: 지퍼를 내려봐>

성교육이 ‘유잼’이었던 적이 있던가? 학창 시절 우리가 경험했던 ‘노잼’ 성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은 초보 교육자라면, <섹스 : 지퍼를 내려봐>를 적극활용하면 좋다. ‘섹드립’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과 발칙한 인형 친구들이 대거 등장해 다양한 ‘성 관념’을 알려 준다. 누구나와마음껏 섹스하는 사람도, 한 명의 파트너와만 섹스하는 사람도, 남자와 여자 모두랑 섹스를 하는 사람도, 섹스를 긍정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콘텐츠다. 자유롭게 섹스를 이야기할수록 우리 모두 자유로워진다는 것과 ‘섹스는 긍정적인 것’임을 랩과 노래, 춤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성인 심화 학습용 I : <익스플레인 : 섹스를 해설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해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의 섹스 버전. 광활한 성의 세계를 생물학과 인문학, 공학, 역사등을 통해 신선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낯선 이와의 섹스, 쓰리썸, 지배와 형벌을 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성적 판타지’, 상대방에게 매혹되는 이유부터 이상형이 결정되는 방식을 유전과 환경, 진화 등에 기반해 분석한’끌림’ 편으로 가볍게 출발한다. 그러나 ‘피임’ 편부터는 집중해서 공부해야한다. 과거 동물의 배설물부터 시작해 현재의 호르몬 기반 피임약 부작용등 인류 피임 역사를 담는다. ‘임신’ 편에서는 정자 수의 감소 문제 등 불임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출산’ 편에서는 그 어떤 동물보다 힘겹다는 인간의 출산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넬 모네의 내레이션으로 공부하는 인류 성 역사의 모든 것.

성인 심화 학습용 II : <쾌락의 원리>

‘여성의 쾌락’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탐구해 쾌락에 관한 잘못된 믿음을 깨부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성 교육가, 과학자, 치료사와의 생생한 인터뷰로 구성해 신뢰감을 더한다. 섹스를 야동으로 배운 이들이 ‘몸’을 알지도 못한채 마구잡이로 하는 행위들을 지적하며, 즐거운 섹스를 위해 신체 구조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오르가슴에 대한 공식도파괴한다. 야동에 등장하는 여성의 오르가슴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오르가슴은 상대방이 나에게 100%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몸만 자극해서 느껴지는 게 아닌, 뇌의 자극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누구도 잘 알려주지 않았던원리다. 

성인 예능용 : <성+인물: 일본 편>

교양 과목을 너무 진지하게 탐구했다는 기분이 들 때쯤, 예능 한 편 봐주면환기가 되고 좋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를 들여다본 <성+인물 : 일본 편>. 일본은 ‘성진국’으로 불리며 다양한 성인용품과 1년에 3만여편이 넘는 성인 영상물을 제작해 파생 산업을 확장 시키고있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일본 곳곳을 다니며 성인물에 출연한 여배우, 남배우를 인터뷰 한다. 철저한 프로 정신에 입각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들의이야기는 성 산업 이면의 어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둠 대신 ‘빛’만 다루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볼만한 성인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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