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힙플레이스 목록에 경리단길을 다시 넣어야 할 때.
호우주의보 | 힙이 비처럼 내려와
요즘 공간 브랜딩의 대가가 된 ‘글로우 서울’에서 경리단길 부활을 위해 ‘컬리지 남산’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연속적인 매입이 불가능한 동네의 지역적 특성을 도시 군데군데 퍼져있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연결 지어 ‘컬리지’라는 컨셉을 도출한 것. 가장 먼저 ‘기상학과’인 호우주의보가 오픈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컬리지 남산에는 ‘지질학과’ 부처스벨리, ‘농축산학과’ 레이지 파머스, 세비지 가든 등이 있으며 건축학과와 천문학과는 곧 공개 될 예정이다. 일 년 내내 비가 온다는 컨셉의 호우주의보는 규모감 있는 공간을 자랑한다. 테라스 입구에 비치된 우산을 이용해 빗물을 직접 맞아가며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컨셉뿐 아니라 맛에도 진심이다. 베이크 서울에서 총괄하는 예술적인 베이커리와 핸드드립 중심의 로스터리 커피도 공간만큼 훌륭하다. 단순히 ‘비 오는 날 커피가 더 맛있다’는 말에서 착안한 것이라기엔 모든 구성 요소가 촘촘하게 힙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소월로40길 85
영업시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인스타그램 @rainreport_official
살라댕 앰버시 | 지하철 타고 가는 태국 리조트
호우주의보가 ‘기상학과’였다면, ‘정치외교학과’는 살라댕 앰버시가 맡고 있다. 실제 영사관저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입구에서부터 태국의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휴양지의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공간 한 가운데 놓인 온수 풀이 큰 몫을 차지한다. 건물 너비 만큼 뻗어있는 풀 덕분에 현시점 SNS에서 가장 핫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사진만 찍고 가는 곳은 아니다. 태국 왕실에 갖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법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태국식 굴전인 어쑤언, 블랙 타이거 쉬림프 팟타이 같은 동양식 음식과 함께 봉골레 파스타나 수비드 문어 초리조 리소토 같은 서양식 음식도 맛볼 수 있다. SNS 업데이트를 하고싶다면 시원한 풀장을 바라보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음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저히 사진을 찍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5길 26
영업시간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오후 3시부터 5시 브레이크 타임)
인스타그램 @saladaeng.embassy
로너 | 우리 집에 놀러 와
4년 전 경리단길의 ‘네임드’ 카페였던 로너가 돌아왔다. 이번엔 브런치 메뉴와 함께다. 회색빛의 타일과 철재로 만들어진 문은 분명 차갑고 세련된 느낌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정겨워서 놀라게 된다. 아무렇게나 꺾어 온 것 같아도 조화롭고 싱그러운 생화를 비롯해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없다. 북유럽 가구 브랜드 아르텍으로 완성한, ‘가정집처럼 편안한’ 무드는 이만하면 성공적. 공간 한 가운데 놓인 긴 테이블과 오픈 키친은 음식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브런치 메뉴로 치킨 스프, 프렌치토스트, 샌프란 사워도우 샌드위치, 새우 프레골라 파스타 등을 마련했다. 월요일은 카페 메뉴만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잘 기억했다가 방문할 것.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22, 1층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월요일은 카메 메뉴만 이용 가능)
인스타그램 @loner.seoul
잭잭버거 | 치킨에 소울을 담아
경리단길에서 제대로 된 치킨버거를 먹고 싶다면, 제대로 된 선택지가 생겼다. 기세등등한 성난 닭이 그려져 있는, 미국 소울푸드와 내쉬빌 핫 치킨 전문점인 잭잭버거다. 염지한 닭을 느끼하지 않게 매운맛으로 잡아주고 이걸 바삭하게 튀겨낸 것만으로도 훌륭한데, 콤보 구성은 더 훌륭하다. 내쉬빌 치킨과 코울 슬로, 피클에 잭잭 소스를 얹은 ‘잭잭’을 중심으로 치킨 텐더와 케이준 후라이, 피클 등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치킨 텐더와 체다 치즈 그리고 피클과 상추를 넣고 소스를 선택하는 ‘클래식’, 치킨 텐더에 고수와 오이 그리고 레몬 페퍼 소스를 넣어 먹는 ‘고수 오이’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매쉬드 포테이토와 홀리 체다 비스킷도 사이드 메뉴로 인기지만 느끼함을 단번에 잡아주는 녹색 채소 절임인 콜라드 그린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찐’ 미국 맛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6길 21, 1층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jackjack_kr
헤미안 | 브런치에 힙을 한 스푼
아침과 점심 사이, 너무 과하지 않은 메뉴를 먹는 것을 브런치라고 한다면 헤미안은 여기에 힙한 감수성을 한 스푼 끼얹은 ‘브런치바’다. 거친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무드, 이와 대조되는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이 ‘보통 감성은 아님’을 알게 해준다. 브루클린과 홍콩 사이 감성을 담은 ‘겉바속촉’ 프렌치토스트 같은 브런치 전통의 강호 메뉴는 물론이고 피스타치오 포테이토 그라탕 같은 생소한 메뉴도 있다. 감자, 양파, 햄, 바질, 모짜렐라 치즈에 피스타치오를 듬뿍 올린 것인데 꾸덕함과 고소함과 식감을 다 잡았기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기도 하다. 토마토와 스크램블 에그, 토마토 파스타, 오일 파스타 등도 준비되어 있다. 드립 커피는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만족스럽다. 공간이 뿜어내는 힙을 오롯이 견딜 수 있다면 혼자 가서 먹고 오는 것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50 103호 헤미안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인스타그램 @hemian_brunch_bar
뚜호 | 추억 속 바로 그 대왕 카스테라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가끔씩 생각나는 맛이 있다. 한때 전국을 강타했다 어느 순간 사라져 영화 <기생충>의 소재로 등장했던 대왕 카스테라도 바로 그런 맛 중 하나다. 대만식으로 계란과 우유를 잔뜩 넣고 크게 만든, 부드럽고 촉촉한 카스테라가 경리단길로 돌아왔다. 뚜호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던 ‘허니대왕카스테라’의 첫 번째 오프라인 공간이다. 너무 강한 계란향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너무 단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레시피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했다. 저온살균 된 달걀과 우유, 달지 않은 사양 벌꿀로만 만든 호불호 없는 맛이다. 뚜호는 건물 전체가 디저트 카페이기도 하다. 날씨 좋은 오후에 루프탑에서 방금 구워낸 촉촉한 카스테라와 커피 한 잔 마시면 딱이다. 카스테라 ‘먹잘알’들을 위해 카페 메뉴에 우유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16-1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인스타그램 @_ttuho_
PDF | 포토, 디자인, 패션 그리고 힙
경리단길에 먹고 마시는 곳만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문화와 예술이 있는 공간도 문을 열었다. 포토그래프, 디자인, 패션의 약자인 PDF는 음악을 비롯해 필요한 힙을 고루 담고 있다. 다양한 LP와 예술 서적, 딱 한 권씩 비치된 흔치 않은 아트북, 왠지 벽에 붙여두고 싶은 포스터, 인테리어 서적, 패션 화보집, 사진집 등. 꼼꼼하게 둘러보면 반나절은 뚝딱 흘러갈 정도로 읽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로 채워져있다. 좋아하는 서적을 사는 재미 만큼이나 프린트된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보는 귀한 경험도 얻어갈 수 있다. 이승현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방대한 아카이빙 덕분에 비닐에 싸여서 표지만 구경해야 했던 아트 서적의 진입 장벽을 허물게 됐다. 어렵지만 친근한 공간, 흘러나오는 음악 한 곡도 허투루 틀지 않는 ‘모든 게 진짜’인 공간. 이 어려운 컨셉을 너무나 힙하게 잘 구현해 냈다.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32길 16 PDF 피디에프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pdf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