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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농장의 맛을 유랑한 여행가의 스페인 한 상

2023.06.21김은희

그곳의 먹거리를 붓고 깍둑썰고 섞어 깨 먹는다.

흔들고 깨기. 여행지 음식과 마주하기 전 필수 준비 동작이다. 머릿속에 오래전부터 만들어둔 도시별 폴더를 흔들고 깬 뒤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올 틈을 마련해두면 여행지의 맛을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다.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스페인 음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하엔, 코르도바, 시우다드레알, 로그로뇨, 카세레스 등지의 농장을 찾아다니며 스페인 맛을 경험했다. 농장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동안 나의 ‘스페인 음식’ 폴더 역시 흔들리고 깨져 새로 생성됐다.

신선한 현지 맛을 듬뿍 즐겨볼 것.

먼저 올리브유 깨기. 본격적인 음식이 나오기 전 식사 빵이 제공되는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농장 사람들은 올리브유를 부어 먹었다. 종지 그릇 없음. 찍어 먹기 없음. 풀 향기 가득 한 초록빛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빵 위에 듬뿍 붓고 향기와 풍미를 가득 흡입한다. 양질의 오일을 아끼지 않고 만끽하는 방법이다.

올리브유를 콸콸 부은 빵과 하몽.

그리고 하몽 깨기. 국내에서 경험하는 하몽은 대체로 얇게 썰어 생햄으로 먹는 것. 하지만 스페인 마트나 음식점에 가면 두껍게 깍둑썰기한 하몽을 쉽게 볼 수 있다. 돼지 품종별, 크기별로 다양하다. 얇게 썬 것보다 씹는 감각도 두껍고, 씹으면서 느끼는 고기의 풍미도 다채롭다. 나의 경우,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가 큐브 하몽을 활용해 ‘하몽 마늘밥’을 만들어줬는데 짭짤한 감칠맛과 마늘 향이 잘 어우러져 여행 내내 주식처럼 여러 번 만들어 먹었다.

틴토 데 베라노 만들기.

틴토 데 베라노 Tinto de Verano’는 레드 와인에 씌워진 고정관념을 흔들어준다. 레드 와인과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것으로, 달콤하고 톡톡 터지는 탄산이 더해져 마시는 사람의 기분을 산뜻하고 간지럽게 한다. 청량감 넘치는 레드 와인을 마시고 나면 뜨겁고 건조한 스페인의 더위는 쉬이 만만한 것이 된다. 글 / 조한별(푸드 라이터)

포토그래퍼
이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