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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제 장점 중 큰 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2023.06.22김은희

조현아가 흥얼거리는 음률, 내미는 손.

언밸런스 디자인 미니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 핑크 스노 부츠, 몽클레르 컬렉션. 스트라이프 삭스, 복복. 장미 모티프 링, 노악. 캐릭터 모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마지막으로 운 건 몇 시간 전이에요?
HA 오늘 뭐 했지? 오늘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아, 새벽 2시에 깨서 다큐 보다가 울었어요. 유튜브로 <시사기획 창> 보다가.
GQ 주제가 뭐였는데요?
HA 저출산. 뻑하면 울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눈물이 많았어요.
GQ 역시나. 몇 시간 전에 울었는지 묻는데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네요. 궁금했어요. <조현아의 목요일 밤>에서 현아 씨가 울지 않은 회차를 찾기가 힘들어서.
HA “목오열 밤”이래요, 사람들이. 하도 운다고.

GQ <조현아의 목요일 밤> 시작점부터 짚어봅시다.
HA 제가 말 잘하고 웃기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계속 (콘텐츠 제작) 제안을 했어요. 유튜브라는 시장이 이미 너무 활성화된 상태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같이 제작하는 김광수 CP님이 사석에서 제가 너무 웃기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저와 한 1시간 정도 얘기했나? 그러고 음악 토크 콘텐츠를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전부터 토크 MC가 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바로바로 곡 쓰는 게 쉽지가 않아요.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만드는거니까. 미리 준비하는 일은 절대 없거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난 이동하면서는 곡 작업 절대 못 한다, 그런 조율을 하는 데만 몇 개월 걸리고, 결국 제 집에서 토크하고 각각의 고민에 따라서 곡을 쓰는 방향으로 하게 됐죠.

GQ 바로바로 곡 쓰는 게 쉽지가 않은데 바로바로 쓰고 있어요. 어떻게 그래요?
HA 저한테도 어려운 일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뮤지션으로서 지금 16년 동안 일하고 있고, 그래서 곡을 발표하거나 노래를 할 때는 항상 누구보다 잘해야 해요. 직업이니까. 10분 만에 쓴 곡을 보여주는 건, 난 프로인데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어떤 습작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니까 어떻게 보면 제게는 음악적인 소비이기도 하고, 마음이 많이 열려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작년 6월에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마음을 열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오래가졌어요. 내가 그동안 어반자카파라는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는가, 어떻게 행동했는가. 이런 식의 음악 소통은 벌써 십수 년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정말로 편안하게 타인에게 위로도 될 수 있고, 재미도 될 수 있고, 음악도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영향력을 나누어보자. 그러고 싶었어요. 제 장점 중 큰 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GQ 순간적 음악 결과물은 그럼에도 무서워지는 지점이군요.
HA 하나도 안 무서워요. 그걸 극복했기 때문에 시작한 거예요. 다른 사람이 저에 대해서 음악으로 평가하는 게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저를 평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어요. 대중이 내 음악을 듣고 좋아해주면 너무 고맙고, 안 좋아하면…,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면 신경 쓸 게 없는거죠. “곡을 개떡같이 쓴다”, “제목도 못 쓰네”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알 바 아니잖아요.

프린티드 롱 드레스, 블루 삭스, 모두 베르사체. 러버 샌들, 캠퍼. 리본 펜던트 체인 네크리스, 노악. 화이트 퍼 레그워머, 객스토어. 스위스 아미 나이프, 빅토리녹스. 캐릭터 머리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레오퍼드 패턴의 폴디드 튜브 톱, 와이드 플레어스커트, 모두 웰던. 플로럴 메시 레깅스, 슈팅 추 at 엠프티. 토끼 인형 키링, 유희. 곰 인형 키링, 리본 달린 롱 워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지난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진 마음이에요?
HA 아뇨, 저는 원래 남 신경 안 써요. 데뷔 초반 20대 때는 많이 신경 썼어요. 그때는 다 들리는 거예요, 나에 대한 얘기들이. 어느 날 과연 이 사람이 나보다 내 인생을 잘 알까? 나는 내 인생을 꾸려가는 데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인 인생 꾸리는 데 집중할 것이지 나한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지? 내가 부럽나? 이런 식으로 저를 아끼고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복수를 하는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 뭐냐 하면 무한대로, 무한대로 잘해줘요. 그러면 저를 미워하던 그 사람은요, 저는 두 발 뻗고 자도 그 사람은 두 발 뻩고 못 자요. 창피해서. 마음의 짐이거든요. 사람이 제일 힘든 게 마음의 짐이에요. 그게 제 복수예요. 전 진짜 못되게 복수하는 거죠.

GQ ‘조목밤’에서 현아 씨가 자주 던진 질문을 적어봤어요. 아 제작진이 썼으려나.
HA 써주시는 건 거의 없어요. 제가 다 즉석에서 물어보는 거예요. (게스트가) 친구들이어도 프로필까지는 잘 모르잖아요. 프로필 계속 보면서 외우고, 이 사람은 어떤 질문을 원할까 생각해서 그걸 물어보는 편이에요.

GQ “이상형이 뭐예요”도 말이죠? 이상적인 사랑이 궁금해요?
HA 그건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저는 연애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거기에 비중을 크게 두려고 하지는 않아요. 최근에도 누구를 만나볼까 했는데, 저는 사람을 볼 때 말투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너무 두 얼굴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결정했죠. 너무 마음에 들고 좋았지만 이쯤에서 하루만 딱 힘들어하고 정리하자. 그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그 하루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러고 바로 괜찮아졌어요.

GQ 그럼 지금 더 우선순위에 두는 건 뭐예요? 일?
HA 음… 지속성. 저는 삶의 지속성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니까, 저는 배우는 걸 되게 좋아해요. 대화를 하면 배울 점이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사람 이 부분이 특출나네. 그런 궁금증 때문에 모임도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 갤러리 투어 모임, 도예 모임, 다도 모임, 가드닝 모임, 제가 주최도 하고 많이 다녀요. 항상 사람 관계는 상호작용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서 늘 솔선수범해야 하고, 솔선수범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늘 정신 수양을 해야 해요. 지혜롭고 똑똑하고 현명해지려면 삶의 경험과 공부가 필요해요.

레드 셔츠, 카일로. 크로셰 드레스, 타치 클로딩 at 엠프티. 패치워크 데님팬츠, 아더에러. 워커, 팀버랜드. 니트 비니, 장갑 일체형 목도리, 모두 복복.

GQ 그래서 이 질문도 자주 던지는 거예요? “당신이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이 뭐예요?”, “다음 나이대에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그게 왜 궁금해요?
HA 저는 되게 멀리 보고 10년 단위로 계획을 짜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오늘 당장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 사람은 어떤 성향일까 물어보는 거예요. 이 사람은 오늘을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나처럼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일까. 저는 어제를 토대로 공부해서, 성장한 뒤, 오늘을 살고, 그 이유는 내일을 위해서예요. 저도 늘 하루하루가 중요하고 열심히 살지만, 어떻게 보면 ‘오늘’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부러워요. 좀 털어 낼 줄 아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서로 중화되면 좋겠다, 사람이 극단적인 것보다 다른 사람 옆에서 서로 닮아가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이런 마음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GQ 멀리 본 현아 씨는 어떤 모습인가요?
HA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아마 40대의 저는 일하고 있을 거예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걸 엄마 돌아가시고 깨달았기 때문에, 그러려면 희생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누구 하나 희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어요. 그 희생으로 서로서로 더불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저의 40대쯤에는 좀 더 성숙한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음악, 제작, 예능, 이것 저것 하면서 무엇보다 많이 웃는 나날이면 좋겠어요.

GQ 겨우겨우 눈물을 참고 있는 것 같아요.
HA 그런데 저는 뭐 사실, 힘든 걸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이야기에 더 마음을 실어서 그때 저도 같이 털어버리는 것 같아요.

GQ 어머니의 죽음이 어째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깨닫게 해주었나요?
HA 원래 저는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자기 일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는 세상인데 왜 사람은 실수를 할까? 왜 나는 실수를 할까?’ 이런 궁금증이 너무 컸어요. 어릴 때부터 나에 대한 궁금증, 무의식에 대한 궁금증도 너무 많아서 프로이트에 대한 책을 엄청 읽었어요. 우리가 무의식이 가장 많이 발현되는 때가 꿈, 그다음 농담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꿈과 농담을 되게 중요시해요. 특히 저는 농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농담, 제가 하는 농담을 귀담아 들어요. 그러다 보니 미운 사람이 너무 많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장난치듯 놀리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타인에게 대입시키는 사람이나, 피해의식을 농담으로 표출하는 사람이나, 그런 모습이 다 미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싫은 일이에요. 무의식적으로 누구도 미워하고, 누구도 미워하며 치기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엄마가 아프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사실을 알고 9개월 만에 돌아가셨을 정도로 엄마 상태가 너무 많이 안좋아서 저는 아무한테도 엄마를 안 보여줬어요. 우리 엄마, 진짜 예쁘고 착하고 귀엽고 멤버들 밥도 맨날 차려줬거든요. 그래서 도저히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연락을 다 끊고 몇 달, 아니 한 1년은 집에서 나가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와서 저를 돌보더라고요. 처음에 ‘내가 왜 살아야 되지?’로 시작했죠. ‘내가 왜 살아야 되지? 죽으면 끝이잖아, 고통은.’ 그런데 나랑 피가 섞인 혈연도 아닌 사람들이 나를 돌보는 모습을 보고 내가 이렇게 좋은 영향을 받고 있구나, 손잡고 있는 게 아니면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이네,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손잡고 얘기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됐어요. 뭐든지. 혼자서는 못 살아요, 세상은.

손잡고 있는 게 아니면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이네,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손잡고 얘기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됐어요. 뭐든지. 혼자서는 못 살아요, 세상은.

GQ 너, 너, 너. ‘조목밤’에서 현아 씨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는 전부 ‘너’였어요. 너가 너무 대단해서, 너가 너무 마음 아파서, 너가 너무 기뻐서. 기이했어요. 손잡고 있는 것이었네요.
HA 저는 친구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사랑해”라고 했을 때 그걸 받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때까지 차근차근 계속 주는 편이에요. 그게 즐거워요. 저는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제일 중요해요. 제가 너무 중요해서 다른 사람한테 이타적인 거예요. 이건 착해서 이타적인 게 아니에요. 이타적이라는 건 1백 퍼센트 본인을 위한 거예요.

    포토그래퍼
    장덕화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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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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