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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라운딩에 곁들이기 좋은 술 15

2023.10.05전희란

술과 밤이 깊었네.

골프공, 볼빅.

JOKER 레미 마틴 1738
가을 라운딩의 시작 점에 코냑이 놓인다면, 어쩐지 멋쟁이 골퍼가 되는 기분. 레미 마틴 1738은 4~20년간 숙성시킨 그랑 상파뉴와 프티 상파뉴의 오드비를 블렌딩하고 토스팅한 캐스크에서 시간을 보내 매끄럽고 균형감 있는 풍미를 지닌다. 공복 취기를 즐기는 골퍼라면 티업 전 레미마틴 1738과 피버트리 진저 에일을 섞어 가볍게 한잔 들이켠다. 라운딩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면 튤립 잔에 코냑을 부은 뒤 손으로 잔을 포근히 감싸 코냑에 체온을 내어주고, 그 대가로 넉넉한 향을 돌려 받는다. 13만원.

JOKER 헤네시 X.O
가을 노을을 캡처한 듯한 그윽한 컬러에 펀치감 있는 페퍼 향, 대를 이은 오래된 가죽 가방 같은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헤네시 X.O는 그늘집 음식보다는 산 위에 걸린 풍경을, 술보다는 향을 즐기는 라운딩 크루들과 나눈다면 좋겠다. 와인앤모어 기준 42만원.

골프공, 테일러메이드.

A◆ 고쿄 준마이
야마구치 지역 사카이 주조의 고쿄 준마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다리 ‘긴타이바시’ 아래로 흐르는 지하 연수와 인근 농가의 양조미가 부드럽게 화합한 결과다. 특유의 화사한 긴조 향은 따뜻하게 마셔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4만1천원.

9♣ 남부비진 토쿠베츠 준마이
이와테 지역 남부비진 주조의 자랑거리 니혼슈로, 은은한 멜론 아로마와 리드미컬한 감칠맛을 품었다. 쌀 본연의 곡물감을 발현시켰지만 무겁지 않고 가을 바람처럼 살랑인다. 데워 마시면 감칠맛이 더 우아하게 피어나니, 맛이 강한 요리와도 좋은 합을 이룬다. 4만7천원.

9◆ 마스미 카야의 준마이
나가노현 미야사카 양조의 마스미 카야의 준마이는 따듯하게 마실 때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케. 감칠맛과 산미가 균형을 이루니 그늘집 메뉴와 합도 좋다. 스키야키, 오코노미야키, 해물 그라탱 등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요리와 잘 어울린다. 3만~4만원대.

4♠ 잇파쿠스이세이 선데이 블랙 나인
‘선데이 블랙 나인(보통 골프 토너먼트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은 전후반 각각 9홀로 나뉘는데, 그 마지막 9홀을 이르는 말)’이라는 골프 용어를 담은 본격 골프 니혼슈 잇파쿠스이세이 선데이 블랙 나인. 충실하나 얌전한 과실 향과 따뜻한 감칠맛이 안온하다. 9만원.

A♣ 쿠즈류 준마이 칸타노시
쿠즈류는 후쿠이현 대표 니혼슈 고쿠류의 서브 브랜드다. 쿠즈류 준마이 칸타노시는 준마이 등급의 장기 숙성 버전으로, 숙성을 통해 더 우아해진 감칠맛과 깊이감을 드러낸다.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바닐라 풍미가 더 살아나고, 감칠맛도 넉넉해진다. 4만5천원.

골프공, 테일러메이드.

5♣ 리마바디
EX-버번 배럴에서 숙성시킨 뒤 PX-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시킨 아이리시 싱글 몰트위스키. 가을에 가을을 더해 줄 메이플 올드 패션드 칵테일로 라운딩 시작을 고요하게 축하해보는 건 어떨지. 록 글라스에 위스키 40밀리리터, 메이플 시럽 10밀리리터, 앙고스투라 비터 1~2방울 넣고 잘 저으면 완성이다. 10만원대.

4◆ 맥캘란 클래식 컷 2023 에디션
스페인 헤레즈 지역에서 셰리 시즈닝한 유러피안 셰리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 50.3도라는 도수가 더욱 뜨겁게 다가오는 스페셜 에디션을 브랙퍼스트 드램으로 한 잔 들이켜고 시작하면 경기가 잘 풀릴 기분. 가격 미정.

9♥ 이코몽 타루쵸조
가고시마의 타카라 주조에서 내는 이코몽 타루쵸조. 누룩까지도 고구마를 사용한 1백 퍼센트 고구마 소주 이코몽을 질 좋은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고구마 그 자체인 알이 꽉 찬 풍미에 오크통으로부터 온 아로마, 미끄럼틀처럼 넘어가는 목 넘김이 근사하다. 6만5천원.

3♣ 아야 셀렉션
미야자키현에 있는 일본 최대 조엽 수림, 아야마치는 청정 자연도 깨끗하고 멋지지만 술도 맛있다. 질 좋은 보리로 빚은 원주를 오크통에 오래 숙성시킨 하이엔드 보리 소주는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우는 여운이 매력이다. 새벽 라운딩 시작 전 스트레이트로 몇 모금 들이켜면 금세 몸이 달아오른다. 12만1천원.

골프공, 테일러메이드.

5♥ 원소주 스피릿
괜찮은 소주를 하나 구비해두면 가을 라운딩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초록 병 소주보다는 조금 더 폼을 내고 싶을 때, 원소주 스피릿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티업 전 긴장을 풀 때 한 잔, 그늘집에선 소맥으로 한 잔, 라운딩 끝에는 탄산수와 3:1비율로 섞어 하이볼로 한 잔. 그 어떤 온도로 마셔도 스피릿은 뜨거워진다. 1만2천9백원.

9♠ 황새
쌀, 찹쌀, 모싯잎, 생강, 구절초를 넣어 만든 술 황새는 곡물 향에 풋풋한 복숭아 향, 신선한 솔잎 향과 산미를 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새벽과 밤, 황새의 온도를 뜨겁게 끌어올리면 더욱 피어나는 향에 호호 불어 자꾸 마시고 싶다. 1.8리터 기준 9만3천원.

9♣, 9♠ 자작막걸리, 석탄주 온
밍글스에서 양온소 온의 자작막걸리를 데워서 서빙한 이후, 막걸리의 가능성은 새롭게 펼쳐졌다. 스타트하우스에서 온수를 받아 자작막걸리를 중탕하듯 담가두면 오크 향이 서서히 머리를 올린다. 한편, ‘향기가 기특하여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 아깝다’라는 뜻의 석탄주는 데워 마실 때도 풋풋하고 우아하다. 첨가물이 들어갔다면 도무지 불가능할 일. 자작막걸리 500밀리리터 3만원, 석탄주 온 500밀리리터 3만6천원.

포토그래퍼
홍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