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876년. 강화도 조약 당시 한반도에 스카치위스키가 들어온다. ‘위스키’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써 ‘유산길’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최초의 코리안 위스키는 뭘까? 국산 양주 역사의 대표작들과 한국 위스키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캪틴큐
1980년부터 롯데 주조에서 판매한 럼 베이스 양주. 정확한 명칭은 ‘대중 양주’로 양주 원액은 조금 넣고 나머지는 감미료, 합성향, 주정으로 채운 가짜 양주를 말한다. 2015년 단종을 앞두고는 럼 원액 자체를 일절 첨가하지 않았다고. 8~90년대 싼 가격에 양주를 즐기고자 하는 젊은 층에 불티나게 팔렸다. 캪틴큐는 숙취가 없는 술로 유명했다. 이유는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해 숙취를 느낄 새가 없어서. 값싼 재료로 만든 정제되지 않은 알코올로 만취하기 딱 좋은 술이었다나.
나폴레온
캪틴큐의 강력한 경쟁자. 해태 주조에서 1976년 출시한 브랜디 계열의 대중 양주다.
베리나인 골드
1978년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등록된 제품이다. (당시 주세법상 수입 원액을 20% 이상 사용하면 위스키로 인정되었는데, 베리나인 골드는 25%의 원액을 함유) 캪틴큐가 고도수 술을 즐기고픈 대학생들의 술이었다면 베리나인 골드는 당시 아버지들의 술이었다. 병 라벨에도 표기된 ‘특급 위스키’. 아세톤 향이 다른 술에 비해 세지 않고 스파이시한 맛에 피트 향까지 난다고. 캪틴큐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정상적인 맛으로 이름값 하는 추억의 술이다.
패스포트
88년도 서울 올림픽쯤 위스키 원액이 100%인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한다. 오비 씨그램은 몰트 40%, 그레인 60%인 보급형 블렌디드 위스키 패스포트를 판매했다. 썸싱 스페셜과 함께 국내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윈저, 킹덤, 임페리얼 등 12년 위스키 수입으로 기세가 약해졌다. 결과적으로 최근까지 한국은 원액과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유사 양주 혹은 수입 스카치 위스키를 판매한 것이고, 국내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코리안 위스키는 부재했다.
기원 독수리 에디션
2020년대가 되어서 비로소 코리안 위스키의 시대가 열린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에서 만든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이름은 기원. 첫 출시품 호랑이 에디션이 기대에 못미쳤던데 비해 2022년 출시된 기원 독수리 에디션은 호평을 받았다. 몰트부터 캐스크까지 100% 한국의 원료를 사용하고 로컬의 특성이 반영된 맛이 탄생한 것이다. 캐스크 스트렝스, 56.6도 술로 한정 출시된 독수리 에디션은 뉴 오크와 퍼스트필 버번 캐스크 숙성을 거쳐 버번 캐릭터가 강조되었다.
김창수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 역시 국산 오크통과 보리, 효모 등을 사용해 국산 위스키를 생산한다. 이 증류소에서 출시된 첫 번째 위스키는 구매가 23만원에서 리셀가 250만원을 기록했다고. 지난해 12월 더현대에서 다섯 번째 캐스크 에디션 판매가 진행됐다. 국내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수입 싱글 몰트 위스키 소비에 대한 열기만큼 코리안 위스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