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바이럴의 황제, 자크뮈스의 디렉터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는 ‘팝 럭셔리’에 관해 논한다.
런웨이 쇼가 끝난 직후,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랑스 코트다쥐르 언덕에 자리 잡은 보석 같은 박물관, 파미네이션 매그 미술관의 조용한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했습니다” 패션 바이럴의 대가로 알려진 자크뮈스 답게, 줄리아 로버츠가 쇼 맨 앞줄에 앉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순간이었어요. 줄리아 로버츠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전 거의 울 뻔했어요.”
거대한 온라인 팬층을 가진 브랜드답게 자크뮈스가 이런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브랜드의 핵심이다. 모든 패션쇼가 풍성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자크뮈스는 옷과 크리에이터, 인터넷의 상호작용을 고급 예술의 한 형태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의 쇼는 쇼에 참석한 사람, 집에서 쇼를 관람하는 사람 모두를 고려해 최적의 시간을 짠다. 또 패션쇼는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제닉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지금껏 그는 프랑스 남부의 라벤더 농장, 하와이의 외딴 해변, 베르사유 궁전에서 쇼를 선보였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쇼를 자코메티와 미로, 브라크의 작품이 가득 찬 작은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그의 디자인은 아주 다양했는데, UFO 형태의 거대한 선햇, 최소한의 크기로 만든 것 같은 마이크로 핸드백, 기능적이지 않지만 너무나 자크뮈스 다운 아이템들이 그것이다.
과하면서도 미학적인 그의 색깔은 자크뮈스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핵심적인 이유다. 파리지앵의 허세보다는 프랑스 시골 소년의 매력이 더 묻어나는 그는 여전히 햇볕과 그의 가족을 사랑하며, 때때로 맨발로 길을 걷는 청년이다. 관심의 중심에 있는 시몽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독립심이 강하니까 옷을 팔아야 해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합니다”
그가 자라 온 곳, 프로방스의 풍요로움 안에는 강렬한 야망이 있다. 자크뮈스는 현재 파리에서 가장 큰 독립 브랜드다. “저는 항상 저의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으로 남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제 목표이죠”
그렇다고 그가 LVMH 그룹에 소속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공간에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제가 더 큰 패션 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일하는 여기가 저의 큰 하우스죠. 디자인, 생산, 고객 서비스가 아니어도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아직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크뮈스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것은 남성복이다. “솔직히 어렸을 때는 남성복을 하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맨즈 쇼를 본 적도 없어요. 제 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가 남성복에 대한 취향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
2018년, 자크뮈스는 마르세유의 무더운 해변에서 쇼를 펼쳤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카고 쇼츠와 가슴이 드러나는 플로럴 셔츠 등 여름 시즌을 위한 힘보(Himbo, 몸이 좋고 젊은, 매력적이지만 멍청한 남자를 뜻함) 패션을 소개하는 게릴라 쇼를 선보였다. 이로서 첫 남성 전용 라인을 출시한 것이다. 심플하지만 재밌는 리조트웨어는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고의 피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자이너 의류지만, 옷을 이해하는 데 고급 학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몽이 증명했다. 무엇보다 인스타그램에 그의 옷이 잘 어우러졌다.
자크뮈스는 자신의 브랜드에서 지금 남성복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이며, 브랜드가 투자자나 기업의 지원 없이 파리를 정복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저의 여름용 셔츠와 버킷햇을 사요” 매그 미술관에서 자크뮈스는 남성복의 새로운 단계를 도입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변했다.
한층 성숙해진 실루엣으로 2024 F/W 컬렉션을 선보인 자크뮈스. 자코메티의 여윈 조각 작품들과 흑백의 정제된 옷을 입고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는 모델 사이의 대비가 돋보였다. 또 잭 할로우와 아미네는 평소와 다르게 꽃무늬 프린트와 버킷햇 대신 테일러드 재킷을 입고 나타나 여느 미술 애호가와 같은 모습을 뽐냈다. 시몽은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위한 옷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구조와 디테일을 전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저를 마케팅 천재라고 말하지만,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요. 저는 마케팅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는 아이디어가 있고 관객을 만나지만, 제가 디자인을 그릴 때는 마케팅이 아닙니다”
이번 컬렉션은 조각 작품들이 되살아나 미술관에서 밤을 보내는 풍경 같았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실제로 매그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가죽 플라이트 재킷에서 영감받아 둥근어깨와 벌룬 소매로 재단된 아우터는 오프숄더의 효과를 연출한다. 부르주아의 향기를 뿜는 아이템들이 독특한 실루엣과 만났다. 그는 이번 쇼의 미학에 대해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아님을 강조한다. 대신 자크뮈스의 새로운 비전을 팝 럭셔리(Pop Luxury)라고 부른다.
대중적인 럭셔리 (Popular luxury)와 떠오르는 럭셔리 (Luxury that pops) 중 어떤 의미일까? 그 둘 모두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 턱받이가 상체 쪽으로 붙어있는 그레이 트라우저는 후자의 경우지만, 깃털이 날리는 버튼다운 옐로 셔츠는 단골들을 사로잡을 아이템이었다. 버튼다운 셔츠는 자크뮈스의 베스트셀링 아이템이기도 하다. 크롭 재킷, 포니헤어 벨트, 레오파드 패턴 등은 즐거운 텍스쳐를 선사하기도.
백스테이지에서 자크뮈스는 이번 시즌 함께한 팀과 생산 공장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번 시즌은 특히 더 높은 품질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훨씬 까다로운 공정이었습니다. 디테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강박적일 만큼요”
쇼가 공개되기 며칠 전, 자크뮈스 x 나이키 에어맥스 협업의 새 시리즈가 인터넷에서 유출되었다. 스니커즈 애호가들은 실망했지만,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는 발레 플랫의 앙증맞은 스타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쇼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나이키 협업 슈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의 인정받는 발레 슈즈 회사 레페토와 함께 만든 부드럽고 우아한 스퀘어 토 더비가 등장했다. 여기서도 부르주아의 스타일을 팝 럭셔리로 재해석한 디자이너의 관점이 드러났다.
쇼가 끝난 후에도, 인플루언서와 참석자들은 쇼장에서 콘텐츠를 찍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리를 떠났지만 인터넷에는 자크뮈스를 입은 그녀의 사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프랑스 남부에서 줄리아를 섭외한 시몽. 그는 젊지만 긴 커리어를 쌓아오며 많은 성취를 이루었으며, 앞으로의 의지를 분명히 선언한다. “우리 주위의 모든 큰 기업들을 보세요. 정상까지 올라야 할 계단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매우 높아 보이는 것은 좋은 거예요. 그것은 당신이 일을 점점 더 잘하고 싶게 만들거든요. 점점 더 크게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좋아지게 할 겁니다. 그게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