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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 ‘대사극장’

2024.04.10김은희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 중.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비 오는 마루에 앉은 정원(한석규)이 무어라 읊조렸던가. 가만, 비 오는 날이 아니었던가? 장면 속 파랗게 번지던 만년필 잉크가 물빛 인상을 남긴 것 같기도, 흐릿한 잔상만 일렁거린다. 형체 없이 떠도는 영화의 수증기들이 시네마가 주는 힘이 아닐까 한다. 명확하지 않아도 스며들 듯 남은 어떤 순간들. 그 찰나들을 길러 올린 전시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이 5월 18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전시를 담은 동명의 도록이 350부 한정 발간됐는데, 1946년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부터 2023년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까지, 광복 이후 한국영화에서 8백 개의 대사를 발췌해 수록했다. 때때로 곱씹고 싶은 말맛들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아가씨>, 2016),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메기>, 2019),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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