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art

사과의 기술을 마스터하기 위해 필요한 일곱 가지

2024.04.16전희란

어떤 사과는 화를 부르고, 어떤 사과는 필드 위의 선수처럼 미끈하게 넘어지고 우아하게 일어서게 한다.

글 / 구본진(법무법인 더킴로펌 대표 변호사)

변호사로서 가해자를 대리해서 피해자의 용서를 받아내야 할 때가 있다. 법률가로서 30년 넘는 기간 동안 각양각색의 사건을 다루었지만 피해자의 용서를 받아내는 비법은 아직도 터득하지 못했다. 이 일은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마치 바다의 조류가 항상 변화하고, 새로운 항로가 계속 발견되는 것과 같다. 사건은 매번 그 자체로 독특하며, 피해자의 감정과 기대는 늘 다양하다. 형사 사건의 세계에서, 피해자의 용서는 심판의 칼날을 좌우하는 마법의 재료다. 변호사는 그 다리 위를 걸어가야 한다. 이 길은 놀랍도록 미끄럽고, 예측 불가능한 트릭이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피해자의 마음을 얻고 용서를 받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늘 하게 된다. 최근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의 갈등과 사과의 기술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저녁 식사를 먼저 마친 이강인을 포함한 후배 선수들이 탁구를 하러 가려고 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주장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면서 다툼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사과했는데, 첫 번째 사과는 오히려 팬들을 자극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두번째 사과는 팬들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과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교훈은 인내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에는 손흥민에 대한 높은 인기, 하극상, 불성실 등 팬들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강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당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때만 해도 사태 수습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이때 만일 이강인이 포기했더라면 선수 생활에 치명타가 되었을 것이다. 피해자의 용서를 이끌어내는 것은 마치 금고의 비밀번호를 푸는 것 같다. 그 번호는 오직 피해자만이 알고 있다. 그 해결 책을 찾는 것은 가장 까다로운 퍼즐 중 하나다. 각 조각은 피해자의 감정, 기대, 그리고 용서의 가능성을 대변한다. 합의 과정은 마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한 스릴이 가득하다. 가끔은 그 롤러코스터가 순조롭게 정상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예상치 못한 급전직하와 급커브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인내하는 사람만이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진심, 그것은 마법의 재료다. 이강인은 SNS에 올린 글에서 손흥민과의 다툼을 두고 ‘언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과 대상도 손흥민이 아닌 축구팬들이었고, 24시간이 지나면 글이 자동 삭제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이 계속됐다. 이때 좀 더 진심이 담긴 사과를 했더라면, 또 그렇게 보이도록 했더라면 결과는 훨씬 좋았을 것이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두 번째 사과에서 화난 팬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던 것도 진정성이었다. 진정한 용기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서 나온다. 이강인은 단순한 사과를 넘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손흥민에게 다가갔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사과는 어떠한 방어벽도 허물 수 있는 최고의 어시스트와도 같다.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때로는 오해와 실수로 얼룩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과는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과가 수긍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사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과에 진정성이 깃들어야 하며, 이는 간단한 말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때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얕은 꾀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 때, 그 결과는 대개 좋지 않다. 얕은 꾀는 잠시 문제를 덮을 수는 있지만, 결국 더 큰 오해와 분쟁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반면 우아하게 넘어지는 것, 즉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진정성 없는 문제 해결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세 번째는 타이밍, 그것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요소다. 사과의 타이밍은 완벽한 스파이시 튜나 롤을 먹는 타이밍과 같다. 이강인의 첫 번째 사과에 화난 팬들이 들끓자 이강인은 곧바로 손흥민을 찾아갔다. 그러는 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사과에서 시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사과의 진정성도 희석될 수 있다. 빠른 사과는 상대방에게 당신의 진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합의의 고된 여정에서 ‘사과’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 마치 서사시의 첫 장을 여는 것과 같다. 피해자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첫 번째 노크이며, 진정성이 담긴 사과는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강인의 첫 번째 사과는 타이밍은 좋았지만 방법에서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네 번째는 구체적인 책임 인정, 그것은 사과의 체리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주장의 지시를 어기고 탁구를 하러 간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의 말을 따라야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사과할 때는 모호함을 피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사과가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이는 사과를 받는 이가 자신의 상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하며, 사과하는 이의 진정성을 더욱 신뢰하게 만든다.

다섯 번째는 공개적인 사과, 그것은 용기의 상징이다. 때로는 공개적인 사과가 필요하다.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의 사과는 대중 앞에서 이루어졌고, 이는 두 사람의 용기와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공개적인 사과는 오해를 넘어 둘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으며, 팬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섯 번째는 변화와 개선의 약속.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약속은 구체적인 행동 변화 계획을 통해 표현되어야 하며, 이는 사과하는 사람이 실수에서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강인은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의 제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부족했다는 걸 반성하고 있다.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고 적었다. 요즘은 사과를 받는 이가 먼저 약속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담겨 난감할 때가 있다. 이를 조정해가는 과정은 유리 조각을 다루듯이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한 번 잘못 다루면 ‘깨진’ 상황이 되니까.

일곱 번째, 사과는 때로 예술과도 같아서 때로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준비한 사과의 방식은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을 넘어,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 맞춤형 사과였다. 사과의 방식에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이는 상대방에게 더욱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영국으로 찾아가 사과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본 팬들은 그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이강인을 다시 응원하기 시작했다.

사과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진정성, 시간의 선택, 공개성, 그리고 창의성이 결합된 예술이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투성이다. 종종 실수하고, 때론 그 실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실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실수했을 때 미끈하게 넘어지고 우아하게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사과의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가 더 성숙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가 더 강한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미지
게티이미지, 손흥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