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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구스의 스타 컬렉션 트랙 수트를 경험해보다

2024.05.04정유진

따로, 또 같이.

HOW TO FEEL

인기 카테고리가 뚜렷한 패션 브랜드에서는 종종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소비자의 관심이 특정 아이템에 집중된 나머지 빛을 보지 못한 다른 제품이 생기는 것. 그 대상이 제대로 된 아이템이라면 더욱 마음이 쓰인다. 수트 명가 제냐의 스니커즈, 잘 짜인 니트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의 탄탄한 가죽 제품이 그렇다. 마니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테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 진가를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 골든구스의 의류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스니커즈가 독보적인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어 골든구스에서 의류 라인은 말하자면 ‘2군’에 속한다. 하지만 골든구스의 옷을 경험해본다면 패션에 대한 브랜드의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백하건대 에디터 역시 골든구스가 팬츠 맛집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골든구스=스니커즈’라는 공식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연히 입어본 팬츠는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높은 착용감을 자랑했고, 그때의 경험은 브랜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시야를 좁히는지, 나도 모르게 스쳐 지나간 좋은 선택지가 얼마나 많았을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계절이 바뀌며 너무 가볍지도, 또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편안한 옷을 찾고 있을 때, 문득 며칠 전에 본 골든구스의 스타 트랙 팬츠가 머리에 스쳤다. 그리고 그 길로 곧장 스타 트랙 수트 체험에 나섰다. 체험 기간 전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캔 마실 여유도 없이 며칠 동안은 집에 가면 허물 벗듯 옷을 벗고 잠부터 청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그 옷가지를 그대로 입기도 했다. 구김이 잘 지는 옷은 그러지 못했지만, 골든구스의 트랙 수트는 가능했다. 가볍게 한번 털어내면 금세 없어지는 주름들. 마감 기간 거지꼴을 면한 데는 골든구스의 공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웃심에 장식된 컨트라스팅 스타 디테일은 어딘가 ‘신경 쓴’ 것처럼 보여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내 상태를 숨길 수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한 벌로 입은 트랙 수트를 보고 “오늘 좀 화려하네?”라는 말을 건넸으니까. 아웃심에 장식한 콘트라스트 스타가 형형히 존재감을 밝혔다. 저지 톱은 평소 입던 카디건이 무겁게 느껴질 때 진가를 발휘했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지만 팔을 길게 덮는 길이가 적당한 체온을 지켜줬다. 티셔츠와 슬리브리스 톱 위에 걸치면 하루가 든든했다. 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날은 비비드 컬러의 오버핏 스웨트 셔츠와 화이트 트랙 팬츠를 매치했다. 신발은 매끈한 부츠. 운동복 차림이 아닌, 스타일리시한 리얼 웨이 룩으로 입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날은 장목 양말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레인 부츠를 신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트랙 수트와 레인 부츠의 조합은 꽤나 멋스러웠다. 그날, 촬영장에서 만난 외국인 모델이 손가락의 타투를 저지에 장식된 별에 나란히 갖다 대며 말했다. “내 손가락에도 별이 있어. 행운을 부르는 별이야. 오늘 너의 하루에도 행운이 깃들길!” 그날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수십 개의 별은 행운을 부르는 토템이었다.

HOW TO WEAR

인스타그램 @tracksuit_society
인스타그램 @annelauremais

옷장 속에 누구나 하나쯤은 소장하고 있는 트랙 수트. ‘추리닝’으로 일컬어지는 트랙 수트에 대해 누군가는 멋스럽게 차려입은 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겠지만 함께 매치하는 아이템에 따라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 포인트는 낯설게 입기. 생경한 조합의 시너지가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트랙 수트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화려한 액세서리를 더하거나, 단정한 네크라인 또는 수트 베스트 같은 의외의 아이템을 조합하는 식.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기에 이마저도 겁이 난다면 장목 양말 안에 팬츠를 넣어 입는 것만으로도 트랙 수트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HOW TO STYLE

컬렉션에서 트랙 수트의 반가운 귀환이 포착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본 아이템을 더한 스타일링. 언뜻 보면 트랙 수트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재킷, 코트와 같은 아우터를 선두로 니트, 셔츠와 같은 톱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넥타이까지 갖춰 입은 룩에 저지 톱을 걸치기도 한다. 어딘가 심심하다면 컬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 슈즈와 컬러를 통일하면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차림새가 된다. 이쯤 되면 트랙 수트에 기본 아이템을 더한다기보다, 데일리 룩에 트랙 수트를 가미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본연의 스포티한 맛을 살리고 싶다면 모자 또는 볼링 백을 함께 매치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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