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번뇌를 멈추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❶ MZ 번뇌 출가 수행법
불교는 MZ의 번뇌부터 출가시키기로 했다. 스님들이 앞장섰다. DJ 뉴진스님이 선보였던 무대가 일례다. 조계사 오심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뉴진(New進, 새롭게 나아가다) 법명을 받은 개그맨 윤성호는 실제로 오랜 불교 신자다. 스님이 EDM 리듬에 “고통을 이겨내 극락왕생”을 외치며 놋그릇을 두드리는데 번뇌가 출가를 안 할 방도가 없다. 꽃스님으로 유명한 군법사 범정스님은 앳되고 잘생긴 얼굴로 수행을 권유한다. 수려한 외모로 출가 생활을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엔 절로 귀가 트인다. 홍대에 위치한 선원 ‘저스트 비(Just be)’는 좀 더 본격적이다. 3000배 클럽과 선 태극권 클래스, 포틀럭 파티, 댄스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불교와 수행이 그리 먼 데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❷ 하이테크놀로지와 열반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열암곡 마애부처님의 고민상담소’다. 챗GPT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열암곡 마애부처 AI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25살의 불자가 개발한 이 AI는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젊은 청년들의 삶에 유용한 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개발자는 “연애가 어려운 분들에게도 마애부처님께서 요긴한 솔루션을 주실겁니다. 아마도 중도와 연기의 가르침에 기반하여 기가 막힌 상담을 해주실 것 같습니다.”라고 불교 신문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❸ 사찰음식의 맛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맷돌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스님의 저세상 힙에 반했다면 이제 사찰음식의 세계로 입문할 차례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은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음식은 생명입니다. 내 몸을 살리고, ‘나’에게 ‘내’가 있게 하는 것이죠. 사찰음식은 자신을 바라보는, 발견하는 수행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설명이 빠지더라도 사찰음식은 그냥 맛있다. 게다가 건강하다. 유튜브 채널 <정위스님의 채소한끼>가 참고할 만하다. 씻어낸 묵은지에 들기름 넉넉히 부어 볶은 데다 끓인 찌개, 맛간장 둘러 호박 넣고 볶아 만든 간장 떡볶이까지. 입맛이 절로 돈다.
❹ 가슴 웅장해지는 미술
불교 미술은 정말 아름답다. 오래전부터 회자 중인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놓인 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은 요즘 불교 미술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중이다. 초콜렛으로 만든 와불, 태피스트리에 새겨진 부처님처럼 신박한 아트피스부터 감동으로 가슴 부여잡고 보게 되는 탱화, 석재와 목재로 만든 부처님상까지 표현도 자유롭다. 깜찍하고 멋지고 웅장한 걸 다 하는 불교의 예술은 그야말로 힙하다.
❺ 굿즈잘알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선 ‘자빠진 쥐’ 토우가 오픈런템이었다. 도자소품을 만드는 작가 토우랑의 작업이다. 에라모르겠다 자빠져 누운 쥐를 보면 내 번뇌가 다 잊히는 것 같다. 자빠진 쥐 보러 갔다가 다른 굿즈에 돈을 더 썼다는 사람들이 많다. ‘묵언 중’ ‘깨닫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안사기가 더 어렵다. 불교가 지닌 특유의 경건함을 내려놓고 번뇌 중생의 심정 저격하는 굿즈들을 만드는 태도는 티셔츠보다 더 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