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렌드로낙의 새로운 시대, 그리고 레이첼 배리.
GQ “레이첼 누님!” 저는 여자지만 다른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들처럼 이렇게 부르고 싶었어요.
RB 누님은 난생처음 듣는 별명이에요! 귀엽고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네요.
GQ 이 매력적인 도시에 온 걸 환영해요. 얼마 전 당신 인스타그램에 “welcome to the new era of The Glendronach”이라고 적은 문장이 비장하게 느껴졌어요. 새 시대의 도래!
RB 더 글렌드로낙의 200년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롭게 브랜드 리뉴얼을 했어요. 제품 패키지를 더욱 모던하고 프리미엄하게 디자인했죠. 더 글렌드로낙의 품질을 향한 오랜 헌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그러면서 새로운 브랜드 모토 “Raise Expectations”도 공개했고요. 캠페인 영상에서는 정열적인 플라멩코 댄스도 볼 수 있어요. 다만 최상급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와 올로로소 캐스크를 공수해 궁극의 셰리 캐스크 숙성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만든다는 200여 년 역사의 브랜드 철학에는 변함이 없어요. 12년, 15년, 18년 등 주요 제품의 뛰어난 품질, 풍미의 원액도 그대로죠.
GQ 화학을 전공한 뒤 일찌감치 마스터 블렌더 자리에 올랐죠. 마스터 블렌더로 타고난 것 같아요?
RB 저의 운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빚어졌어요. 학생 시절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증류소에 눈을 떴고, 그러다 스카치 위스키 연구소에서 처음 취업 제안을 받았어요. 위스키를 만들면서 과학을 향한 탐구는 점차 예술에 대한 탐구로 발전했고요. 2003년, 마침내 마스터 블렌더가 됐죠.
GQ 마스터 블렌더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덕목은 뭐예요? 또 ‘훌륭한’ 마스터 블렌더가 되려면요?
RB 가장 중요한 건 좋은 후각이에요. 아로마와 풍미를 섬세하게 감지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죠. 이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도 있어요. 호기심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궁금해하고 발견하고 싶어 하는 정신. 마지막으로 어떤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 개선하고 싶은지 비전 또한 가져야 해요. 그래야 비즈니스를 이끌고, 위스키 업계의 사람, 부서, 조직과 협업할 수 있으니까요.
GQ “스카치 업계의 퍼스트 레이디”. 지금이야 매력적인 수식어지만, 이렇듯 우뚝 서기 위해 겪은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히 상상이 되지 않아요.
RB 예전에는 같은 수트를 입은, 나보다 나이 많은 남성들이 가득한 방 안에서 유일한 여성이었어요. 때로는 위축되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용기, 결단력, 끊임없는 배움과 발전을 추구하는 여정이 저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고,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게 자신감을 주었어요. 어릴 때부터 저의 철학은 ‘매일을 충실하게 seize each day’ 보내며 무언가를 해내자는 거였어요. 그 매일매일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거죠.
GQ 어려움 가운데에서 레이첼 배리를 위로한 한잔은 뭐였나요?
RB 더 글렌드로낙 12년은 가장 큰 위안을 주는 드램 Dram이에요. 마치 한 잔의 ‘포옹’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매력,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아주 다정한 술이에요.
GQ ‘누님’으로서 한국 셰리 위스키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더 글렌드로낙의 ‘한잔’은요?
RB 더 글렌드로낙 12년! 완벽한 균형감을 갖춘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이고, 오렌지와 베리가 내어주는 과실의 달콤함, 초콜릿과 진저의 풍미가 놀랍거든요. 언제나 긴장을 풀어주죠.
GQ 어린 시절 아플 때마다 마신 핫토디 칵테일의 레시피를 공개해준다면요?
RB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방식의 핫토디는 겨울에 감기 걸렸을 때 마시면 아주 좋아요. 레시피를 공개할게요. 꿀 1테이블스푼, 위스키 30밀리리터(더 글렌드로낙 12년을 추천해요!) , 신선한 생강 슬라이스 3조각, 뜨거운 물 100밀리리터, 시나몬 스틱 1개, 레몬 슬라이스 1조각.
GQ 가장 좋아하는 하이볼 레시피도 궁금해요. 지금 한국은 하이볼에 미쳐 있거든요.
RB 더 글렌드로낙 12년 20밀리리터,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5밀리리터, 가벼운 탄산을 지닌 토닉워터, 얼음을 넣고, 레몬 스퀴즈 1회, 오렌지 슬라이스로 가니시해 마무리해요. ‘더 글렌드로낙 스패니시 하이볼’이라고 불러요.
GQ 메이킹 측면에서는 스패니시 오크 캐스크만 고집하는 일이 더 글렌드로낙의 위스키에 어떤 영향을 미쳐요?
RB 위스키 캐릭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오크통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셰리 캐스크는 대개 아메리칸, 유러피언 오크로 만들지만, 저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페인산 오크통을 사용해요. 스패니시 오크 캐스크는 희소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로부터 나오는 다공성(porosity), 천연 타닌의 강렬한 맛, 깊은 천연 컬러가 아주 매력적이죠.
GQ 더 글렌드로낙의 새로운 내일을 공개해준다면요?
RB 머지않아 더 글렌드로낙의 새로운 위스키 라인업이 탄생해요. ‘더 마스터스 앤솔로지’ 라인의 세 가지 위스키, 그다음엔 더 글렌드로낙 21년 재출시, 마지막으로 30년, 40년 숙성 제품이 공개돼요.
GQ 셰리 명가 더 글렌드로낙의 ‘피트’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RB 그럼요. 더 마스터스 앤솔로지 세 가지 제품 중 하나가 바로 피티드 위스키예요. 목재를 태운 듯한 그윽한 스모크 향을 느낄 수 있죠. 다른 피티드 위스키와는 사뭇 다를 거예요.
GQ 맛있는 위스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좋은 위스키’란 무엇이라 정의하고 싶어요?
RB 좋은 위스키라면 맛의 처음부터 마지막 여정까지 기대를 저버려선 안 돼요. 균형 잡힌 복합성, 크레센도처럼 맛을 증폭시키는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탁월한 마무리로 이어져야죠.
GQ 그동안 ‘훌륭한 위스키’를 정의하는 생각에 변화가 있었나요?
RB 그럴 거예요. 지금까지 165,000개가 넘는 캐스크를 테이스팅하면서 관점의 폭이 넓어졌거든요. 그 무수한 경험과 그로부터 쌓인 지식들이 훌륭한 위스키란 무엇인지, 훌륭한 위스키를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 생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리고 쌓이고 쌓여, 지금에 다다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