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천천히 될래요. 앞으로 계속 어른일 텐데.
GQ 화보 촬영 오랜만이죠?
YH 진짜 1년은 된 것 같아요.
GQ 그럼 팬분들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YH 그래서 한 달 전쯤? 친구랑 있다가 갑자기 오픈 채팅방을 열었어요. 그리고 막 제가 사과를 하기 시작했죠.
GQ 오랜만이라서요?
YH 네. 너무 미안하다고요.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신나게 얘기 나누고 그랬어요. 어떻게 지내시냐, 저는 요즘 이렇게 지낸다, 그러다 셀카도 보내달라셔서 호도도 찍어가지고 “지금이에요!” 하고 보내고. 너무 즐거웠어요. 조만간 또 할 거예요. 약속했으니까.
GQ 그럼 이번 화보가 큰 선물이 되겠네요.
YH 너무 좋죠. 사실 화보 촬영이라는 게 도전적이기도 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잖아요. 매개고. 그래서 화보를 두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 같다고. 화보 보면서 “이현이 이런 스타일도 어울리네?”, “이런 표정도 있었네?” 하면서 몰랐던 모습들을 하나씩, 새로 발견하는 거죠.
GQ 그렇지 않아도 아까 촬영 때 각도마다 다른 얼굴이 잡혀서 스태프 모두 감탄했어요. 같은 얼굴이 하나도 없어서 새롭고, 예쁘고, 컷마다 놀랍고 그랬어요. 닮아서 떠오르는 인물도 많았고요.
YH 으히, 아녜요. 제 성격이 좀 무딘 편이에요. 저야 포토그래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대로 하는 거죠. 잘 나왔다면 모두 선생님들 덕분! 그래서 저는 헤어랑 메이크업도 늘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대로 받고, 촬영도 주문 그대로 움직여요. 가끔 “어느 쪽 얼굴을 선호하세요?”라고 물어보시면 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요. “저는 그냥 조명 세팅해주신 방향으로 할게요···.”
GQ 두부 같은 성격이군요. 순-한.
YH 그런가? 뾰족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무던해요. 좋은 게 좋은 거. 또 그런 걸 좋아하고요.
GQ 그럼 오늘 착장 중 평소의 조이현과 가장 가까운 스타일은 어떤 거였어요?
YH 진짜, 정말, 평소의 저라면요? 당연히 없었죠!
GQ 아?
YH 제가 외출을 진짜 안 하거든요? 웬만하면 집에 있어요. 저도 당연히 ‘이렇게 입어 봐야지’ 생각하는 스타일이야 늘 있는데, 그렇게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거. 왜냐. 흐흐흐흐. 나가질 않으니까요.
GQ 혹 MBTI가?
YH 저 ISFP요.
GQ 역시, 그럼 혹시 여름휴가는 다녀왔어요?
YH 휴가 가는 것도 저에겐 일이기 때문에.
GQ 오늘 순도 100퍼센트 ISFP를 만났네요.
YH 헤헤. <혼례대첩>이 연말에 끝나서 지금까지는 쉬고 있어요. 그런데 데뷔하고 이렇게 오래 쉰 건 또 처음이어서 저는 되게 좋을 줄만 알았죠?
GQ 그런데 아니군요.
YH 네. 완전한 ISFP도 이건 조금 힘들더라고요. 뭐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처음엔 집에만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어-무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는 거예요. 취미도 딱히 없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아주 잠깐 슬픈 시간을 좀 보내다가 막 빠져나온 참이에요.
GQ 집순이가 드디어 문을 열고 나왔군요!
YH 네. 이제 운동도 시작하고, 새 취미를 가져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지금이 되게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쉼이 없었다면 고민해보지 못했을 부분이니까. 이참에 열심히 해보려고요.
GQ 직접적인 경험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보약이랬어요.
YH 맞아요. 요즘 그래서 운동을 진짜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꾸준히 해본 운동이 1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PT도, 필라테스도 하는데 목표는 ‘꾸준히’예요. 그래도 힘이 조금 남는다? 그럼 수영까지 가요.
GQ 이제는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길겠어요.
YH 그래도 아직은 집이 좋긴 해요.(웃음) 아, 제가 생각하는 저의 최고 장점은 잠을 정말 잘 잔다는 건데, 저 진짜 깊게 잘 땐 한 번도 안 깨고 10시간 넘게 잘 수도 있거든요? 개인기처럼.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더 편하게, 푹 자는 것 같아요. 통잠으로 쭉. 확실히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GQ 아주 예전에 하고 싶은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현 씨가 “저, 멋있는 거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전 그 대답이 멋있다고 생각했고요.
YH 저도 그 인터뷰 기억나요. 그런데 거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어요.
GQ 잘됐다, 궁금했거든요. 이현 씨가 생각하는 “멋있는 거”, 그게 뭘지.
YH 그때가 <지금 우리 학교는>에 막 캐스팅됐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아직 작품에 관한 건 말할 수 없는 시기여서,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멋있는 거요”라는 대답은 사실 ‘남라’를 향한 말이었죠.
GQ 그럼 같은 대답을 지금으로 데려와 보면요? 이현 씨가 생각하는 ‘멋있는 거’, 또 어떤 모습이 있을까요?
YH 저는 여전히 ‘남라’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이유는 역시 멋있어서. 요즘이라면···, 아! 제가 최근에 영화 <리볼버> 시사회에 다녀왔거든요. 거기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멋있더라고요. 저는 아직 카리스마라는 게 없어서 지금은 감히 못 할 것 같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턱, 느끼긴 했어요.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장르다’,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다’라는 거요.
GQ 스스로 생각했을 때 조이현은 어떤 사람 같아요?
YH 솔직한 마음은 ‘모르겠다’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용감한 사람.
GQ 이유는요?
YH ‘용기’를 원해서? 지금의 저처럼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일단 열심히 찾는 수밖에 없거든요. 배우라면 주어진 일, 주어진 작품 열심히 하다 보면 적어도 방향성은 발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러다 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연기, 도전해볼 수 있는 장르도 넓어지고 명확해질 것 같고요. 그런데 그러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용기’가 필요해요.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용기. 못 할 것 같지만 기꺼이 해보려는 용기. 그러고 보니 용감한 사람보다는 용감한 배우가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네요. 두려움 없는 배우.
GQ 그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또 있어요?
YH 최근 고민인데요, 관계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을 새로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은 더 빨리 친해지고 싶고 낯도 덜 가리고 싶은데 그게 어려운 거죠.
GQ ISFP는 낯을 많이 가리죠.
YH 그러니까요. 정말 정말 어려워해서 음! 예를 들면 뒤풀이 같은 자리도 잘 못 갈 정도예요. 마음은 너무 가고 싶은데 막상 가면 둥둥 떠 있을 제가 부끄럽고. 뒤풀이나 회식 자리에서도 그러는데 뭐 촬영장은 오죽하겠어요. 예전엔 제가 막내일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동생들도 하나둘 생기고 있고. 예전에 언니, 오빠, 선배님들에게 받았던 다정한 감정들을 생각하면 제가 더 다가가고 잘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어렵고요. 어쩔 땐 정말 겁쟁이가 된 기분이에요.
GQ 얻고 싶은 건 그런 ‘용기’, 그럼 지키고 싶은 건요?
YH 제가 유치한 걸 진짜 좋아해요. 조금 더 정확하게는 동심 같은 거. 그래서 1년에 한 번은 애버랜드에 무조건 가거든요. 어렸을 때의 추억,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요. 저는 어른이 안 되고 싶어요. 물론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건 배우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깝고요. 그냥 사람 조이현은 계속 유치하고 싶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그래요. 이제 앞으로 계속 어른일 텐데, 그러면 천천히 어른 하죠 뭐. 흐흐.
GQ 어른이 아닌 마음으로 9월에 걸어보는 투명한 기대라면 뭐가 있을까요?
YH 음, 기대 말고 약속을 걸어도 돼요?
GQ 그럼요. 어떤 약속일지 궁금하네요.
YH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팬분들한테 엄청 미안해하고 있거든요. 외출도 많이 안 하니까 피드도 자주 못 올리고, 채팅방도 공지 없이 열어서 인사를 못 드린 분도 많고요. 저희 진짜 이산가족이에요 지금. 그래서 저는 이번 화보가 지인-짜 감사하고, 기쁘고 그래요. 약속은 새로운 모습 짠! 하고 보여드리겠다는 거. 이번 화보도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GQ 팬을 향한 사랑만큼은 으른이네요. 그것도 큰 으른.
YH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기 때문에 팬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아무튼, 요즘은 진짜 미안하다는 거 꼭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