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나나 “난 재밌게 살고 싶어요”

2024.10.22김은희

타오르는 나나의 초상.

안경, 젠틀 몬스터. 네크리스, 티파니. 재킷, 아미.

GQ 셀프 동영상을 찍으며 들어오셨죠. 개인 브이로그 채널 준비한다고요.
NN 네, 유튜브에 이제 곧 오픈할 예정이에요.
GQ 채널명은 정했어요?
NN 채널명은 비밀이에요. 어? 말해도 되나? 그래도 되긴 하지. (테이블에 검지로 NA를 쓰며) ‘나’ 하고 괄호하고 ‘나’예요.
GQ 나와 나 사이 괄호 안에는 무엇이 들어가나요?
NN 그건 저나 대중분들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비워뒀어요.
GQ 나나 씨가 지었어요?
NN 저랑, 채널 만드는 걸 도와주는 친구들이랑 함께 아이디어를 내다 그걸로 정했어요. (공개가)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서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매일, 거의 매일 찍으려고 하고 있어요.
GQ 지금 한 매거진과 함께 만들고 있는 ‘나나로그’는 맛보기 격이겠네요.
NN 네. 그 제안을 먼저 받았고, 그래서 거기에 힘입어서 이제 제 채널도 오픈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우선은 감사하죠. 할 수 있을 만한 길을 열어준 듯한 느낌이랄까. 저의 진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좀 더 가까워지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그런 때가 된 것 같다 생각해서. ‘나나로그’와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는 건 비슷한데 화면의 질감이나 편집, 스타일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결이 될 거예요, 아마.

수트, 아미. 톱, 쏜지크.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 안경, 젠틀 몬스터. 네크리스, 티파니.

GQ 지금까지 2회분의 ‘나나로그’를 보면서 “진짜 나나” 모습에 힌트를 한두 가지 얻었는데, 혹시 나나 씨 스스로는 자신의 어떤 모습이 담겼다고 여기나요?
NN 음···, 집이 예쁘다? 수박을 좋아한다?
GQ 일어나자마자 수박 한 통을 다 먹긴 했죠.
NN 흐흥흥흥, 맞아요.
GQ 주관적인 감상 하나는, 느릿느릿하다.
NN 진짜요?
GQ “진짜요?”라고 되묻는 게 놀라울 정도로 행동이 느긋느긋하던데요?
NN 오, 그래요? 저는 잘 몰랐어요. 말을 좀 천천히 하는 편이긴 한데.
GQ 맞아요, 지금도 매우 천천히 말하고 있어요.
NN 흐흥흥. 행동이 느린가? 말에 대해서는 어쨌든 많은 사람에게 듣긴 했죠. “말을 되게 천천히 하는구나.”
GQ 그 속도에 맞춘 신체 활동 같아요. 조용조용, 느릿느릿.
NN 집에 혼자 있을 때는 거의 그 분위기 같긴 해요. 그것도 많이 걷어낸 걸 텐데.
GQ 두 번째는, 집이 굉장히 화려하다. 주방은 라일락색이고, 화장실은 개나리색 타일이고, 걸친 로브는 쨍한 초록색이고. 나나 씨의 선택이에요?
NN 하나하나 저의 선택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호텔 생활을 많이 했잖아요. 활동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거의 다 굉장히 심플하고 비슷한 디자인들이란 말이죠. 우리 집은 호텔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게 어울릴까’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소파는 이 색이 너무 예쁘니까 이거 할래, 이건 이 색이 예쁘니까 이거 할래, 이렇게 하다 보니까 형형색색 집이 됐어요. 그런데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어우러지다 보니까 나름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약간의 동화 속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좋아요. 이렇게 꾸민 지 1년 정도 됐는데 다들 금방 질릴 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들어가면 기분 좋더라고요. 색감을 보는 자체가. 제가 하나하나 다 집어서, 노력해서 만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점프 수트, 어네스트 W. 베이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톱, 글로브, 모두 르쥬. 노즈 피스, 티링제이.

GQ 오늘 만남을 앞두고 새 출발하는 마음을 잘 담고 싶다던 말이 인상 깊었어요. 나나 씨는 지금 새 출발선에 서 있나요?
NN 이제는 조금 더 제 자신의 삶에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그 전까지는 가수로서 활동하기 바빴고, 연기자로서는 가수에 대한 편견을 깨기 바빴고. 사실 그 편견적인 부분들은 지금도 달고 있거든요. 나나가 연기를 하네?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네? 애프터스쿨 나나 아니야? 이런저런 얘기들. 아직도 깨고 있긴 하지만 이제 나이도 나이고, 경험도 쌓이고,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스스로 알았고, 그리고 두려움도 조금 덜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의 시선이라든지 비판적인 말을 수용하기도 하고 흘려 듣기도 하다 보니까 제 자신의 삶에 있어서, 그리고 저라는 사람에 있어서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이런 마음적인 여유가 생겨서 새로운 출발을 해보고 싶다, 새 소속사와 가족이 된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 새 출발을 해보고 싶다,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고, 그게 딱 지금 타이밍 같아요.
GQ 어째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생각하게 됐어요? 근 15년 만의 변화죠?
NN 음···, 오래 일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많이, 너무 많이 알게 되다 보니 도전을 조금 두려워하는 부분이 생겨요. 예를 들어 메이크업도 “나나는 눈을 이렇게 그려줘야 시원해 보이니까 일단 이렇게 한 다음에 다른 색깔을 얹든 해야 해” 이런 기본적인 틀이 자꾸 생겨요. 저도 그렇고 이전 회사 분들도 그렇고 15년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제는 그걸 깨야 되지 않을까?’라는, 조금 저만의 여유가 생기면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제 시작하게 됐어요.
GQ 너무 익숙해져서 생긴 틀을 깨고 싶던 거네요.
NN 무지의 나나에서 또 다른 챕터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GQ 여유가 생겨 든 마음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갈급한 게 아니라.
NN 네. 시간적인 여유도, 배우로서 작품에 대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여유도 좀 생겼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조금, 아주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수트, 톱, 모자, 벨트, 스타킹, 모두 돌체앤가바나. 링, 스와로브스키.

GQ 벌써 2년 전이네요. 2022년 연말을 마무리하면서 올해의 콘텐츠들을 뽑는 기사에 나나 씨에 대해 짧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올해의 그림’ 부문으로.
NN 하하하하하, 타투?
GQ 맞아요. <자백> 제작보고회 때 온몸에 타투한 나나 씨를 두고 설왕설래했죠.
NN 응. 그때는 다들 헤나인 줄 알았을 거예요. <자백> 때는 다들 헤나인 줄 알아서인지 질문 자체가 없었고, 그다음에 곧 한 <글리치> 언론시사회였나,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는데 첫 질문이 “그거 진짜 타투인가요? 그 타투는 왜 하게 된 건가요? <글리치>에서 영향 받은 건가요?” 그랬죠.
GQ 이후 폭풍 같은 질문과 기사 공세에도 고요한 나나 씨가 눈에 들어왔어요.
NN 그때는 <글리치>로 시선이 가는 게 맞는데 제 말이 길어질수록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건 개인적인 제 자리가 생겼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냥 짧게 대답했어요. “네. 타투입니다. <글리치>에서 영향 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그랬더니 아무 질문도 안 하시더라고요. ‘아, 예’ 이런. 흐하하. 그러고선 뭐, 언젠간···. 당연히 다들 궁금해하고, 친구들도, 주위 사람들도 궁금해하고,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겠지 싶어서 그냥 있었어요. 그러다 이제 얼마 전<조현아의 목요일 밤>에서, 정확하게 제 자리, 제가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에서 말하게 된 거죠.

수트, 톱, 모자, 벨트, 스타킹, 모두 돌체앤가바나. 링, 스와로브스키.

GQ 그래서 알게 됐어요. 당시 심적으로 힘들 때 자신만의 감정 표현이었다고.
NN 응. 딱 그게 맞는 표현이에요. 저의 감정 표현이기도 했고, 타투를 하면서 제가 좀 힘들었던 부분들···, 그러니까, 누구나 다 힘들잖아요. 누구나 힘들텐데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었어요. 그런데 타투를 받으면서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무언가 디자인도 하고 만들면서 같이 얘기도 하는 행위 자체들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운동이라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다른 선택지도 많았는데 그 시기의 저한테는 타투라는 것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이제는 지우라고 할 때도 별로 타투에 대한 큰 의미가 없었기에, 그냥 저의 해소 방법이었기 때문에 쉽게 지금까지도 지우고 있는 거고. “타투 한 걸 후회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도 되게 많이 받았는데 저는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거였으면 ‘연기할 때마다 가려야 하는데 너무 귀찮게 했다’ 정도였겠지, 타투는 나를 좀 더 건강하게 살게 해준, 건강하게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해서 후회한 적 없어요.
GQ 이 이야기를 더 하는 건 괜찮아요? 일단 타투를 하든 말든 그건 나나 씨의 자유니까 왜 했느냐는 관점에서 묻는 질문은 아니에요.
NN 흐흐흐흥, 네, 상관없어요.
GQ 왜냐하면, 내가 몰두해야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만큼 그때는 주변이 좀···.
NN 어지러웠어요.
GQ 어지러웠다는 말이잖아요, 그렇죠?
NN 네. 그건 정말 여러 가지, 사람도 있었고요, 일도 있었고, 나한테 주어진 시간도 있었고요. 그래서 왜 이렇게 힘든지 이유를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 이유가 너무 무수한 거예요. 무수히 많았어요. 단 한 가지라고 정의 내리지도 못하겠고, 이유를 찾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더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그냥 ‘아, 나는 이유 없다’, 너무 많기 때문에 이 생각을 어떻게 하면 빨리 지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빨리 건강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집중하자고 바꿔서 생활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 힘든 일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고요,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오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이겨낼 수 있을까? 타투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은.

후드 셔츠, 레더 팬츠, 모두 쏜지크. 부츠, 지안비토 로시. 링, 로에베. 이어링, 돌체앤가바나.

GQ 치유는 됐어요?
NN “넹.” 지우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좀 넘었어요. 그 전부터 괜찮았는데, 더 빨리 괜찮았는데, 엄마가 보시기에 그쯤이 제가 제일 안정감 있어 보였나 봐요.
GQ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뭐랄까, 단시간 내에 집중해서 방법을 찾고, 실행하고, 치유가 됐고, 그 템포는 또 빠른 편 같네요.
NN 그 의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만약 계속 그 이유만 찾고 ‘나 너무 힘들어’에만 집중했다면 아마 제가 거기서 벗어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저는 그거보다는 ‘이 생각하기 싫어. 좋은 생각하고 싶어. 난 재밌게 살고 싶어’예요. 그 의지에 있어서 시기가 좀 당겨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GQ 지금도 지우고 있는 과정이죠?
NN 네. 진짜 많이 지워졌어요.
GQ 오늘 촬영 때 슬핏 보이긴 하던데 괜찮다면 안 지울까 해요. 2024년 연하게 남아 있는 타투는 <지큐> 화보로 남겨두는 걸로요.
NN 어, 그렇게 얘기해주시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의미가 더 커질 것 같아요.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쇼메.

GQ 첫 장면, 새로운 나나 브이로그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려나요?
NN 일단 내레이션으로 시작돼요. 같이 만드는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어떤 일본 영화에서 나온 대사인데, 원래 제가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 대사로 충분히 제 마음이 정리가 되고 괜찮을 것 같아서 굳이 제가 쓴 글을 넣지는 않았어요. 아마 모든 사람이 ‘맞아, 나도 이런 생각을 해봤던 것 같아’ 이렇게 느끼실 거예요. 그래서 “이 대사 좋아. 내 글 없어도 될 것 같은데?” 했죠.
GQ 나나 씨는 무슨 글을 적었는데요?
NN 여럿 끄적끄적 했는데 그것만 기억나요.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GQ 누구를 위해 살아가요?
NN 그거를 엄청 고민하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엄마를 위해서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어느 순간 이것 또한 평생 나한테 하는 질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라는 사람은 그래요. 항상 엄마를 보면서 살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예쁘다고 하는 대로, 물론 엄마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다른 타투는 지워도 엄마가 태어난 해인 ‘1968’을 새긴 건 남길 거예요. 저희 엄마는 저 때문에 산다고 하거든요? 그럼 ‘왜? 왜 본인을 위해 살아가지 않지?’ 싶은데, 나도 대중분들이 원하는 대로, 관계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 역할 대로···, 과연 나는 나로 살고 있는 건가? 나를 위해 살아가는 건가?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 건가? 이런 생각이 좀 많이 들어요. 지금도 해요.
GQ 중요한 질문이네요. 많은 사람이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죠.
NN “난 나를 위해 살아”라고 하는 사람이···, 모르겠어요, 많을까? 그렇다고 단번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톱, 팬츠, 모두 쏜지크.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두 쇼메.

GQ 나나 씨는 스스로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주관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축이지 싶어요. 나나 씨의 주관 중 하나를 이야기해본다면요?
NN 저는 되게 특이한 게, 저도 몰랐는데 이게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많은 배우분이 모니터링할 때 자신의 못한 부분을 보더라고요.
GQ 아무래도? 부족한 게 보일 수 있죠.
NN 응. 못한 부분을 계속 돌려 보고 “아, 이때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여기서 왜 이렇게 했지?” 하는 경우가 있다면 저는 반대예요. 저는 못한 부분은 당연히 아쉽고, ‘그래, 이거 너무 못 했다. 다음부터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 이러고, 제가 그나마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계속 돌려 봐요. 그걸 제일 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GQ 내일 나나의 모습은 오늘 잘한 모습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들이겠어요.
NN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GQ ‘NA( ) NA’. 지금 현재의 나나가 빈칸을 채워본다면요?
NN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변화. 지금 새로운 여러 일을 해보면서 열정이 이만큼 올라와 있는 상태이고, 또 단발로 잘랐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고 많이 찾아주셔서 또 열정이 이만큼 올라와 있어요. 그래서 지금···, 조금 있어 보이게 얘기한다면 모닥불?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같은 사람 같아요.
GQ 있어 보이지 않게 그냥 얘기해본다면요.
NN 있어 보이지 않게 하면···, MZ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있나?

포토그래퍼
장기평
스타일리스트
임소영
헤어
안형규
메이크업
김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