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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유희와 세련된 어색함, 보테가 베네타 2025 여름 컬렉션

2024.10.29박나나

어른이 된 우리들의 그때 그 시절.

‘와우’. 마티유 블라지의 공략은 성공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5 여름 쇼 공간에 들어선 게스트들을 미소 짓게 하고, 감탄사를 쏟아내게 하려는 유쾌한 계획. 빈백 Bean Bag이라 불리는 사코 Sacco 체어에서 영감을 받은 60마리의 동물 체어, 디 아크 The Ark로 쇼 공간을 가득 채운 게 핵심이었다. 탄성을 지르거나 휴대 전화 사진기를 켜기 바쁜 게스트들의 반응은 곧이어 셀러브리티가 등장했을 때의 환호와 비슷했다. 초창기 보테가 베네타 가방의 특징인 말랑함과 유연함, 비형식주의와 유동성이 투영된 디 아크 체어. 유독 쇼 공간의 체어에 공을 들였던 마티유는 가에타노 페세의 꼬메 스타이? Come stai? 체어를 시작으로, 지오 폰티의 1957 슈퍼레게라, 르코르뷔지에의 LC 14 카바농 스툴 등으로 기대를 증폭시켰고 이번 시즌에는 럭셔리에 동심을 더했다. 스커트를 입은 켄달 제너는 다리를 모아 옆으로 뻗었고, 유독 긴 다리를 가진 제이콥 멜로디는 두 손으로 발목을 끌어안았다. 양자경 귀 옆으로 닭의 부리가 삐져나왔고, 로운 머리 위로 토끼 귀가 생기기도 했다. 가죽 수트를 입은 줄리앤 무어도, 스트레이 ‘키즈’의 청년 아이엔도 모두 어린 시절의 그때처럼 동물들을 보며 웃었다.

지나치게 귀여운 의자에 앉은 유난히 세련된 사람들은 마티유의 장기인 격식 있는 비즈니스맨과 커리어우먼의 파워 드레싱을 시작으로 아름답게 이어진 컬렉션을 관람했다. 어색한 듯 세련된 룩은 비대칭과 불균형의 리듬감을 선사했고, 해체되고 구겨지고 흐트러진 옷은 무심하지만 우아한 어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동심과 유희가 더해져 컬렉션은 완벽하게 입체적이었다. 놀이터를 만드는 이탈리아 기업가, 딸의 핑크 책가방을 대신 메고 학교에 데려다주는 비즈니스맨, 마트에서 당근을 고르는 세련된 밀라노 여인, 부모님의 수트를 입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는 소년 소녀로 변신한 모델은 이탈리아의 매끈한 미학과 어린 시절의 유쾌하고 대담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일회용으로 사용되던 장바구니의 변신, 핑크색 클러치의 과감함, 전통적인 브리콜라주 백의 변화, 톱 핸들 안디아모 백의 도전은 신선했고. 라펠과 뮬과 가죽 티셔츠에 자리잡은 토끼, 브로치로 위장하거나 신발 굽에 매달린 개구리는 뉴 에이지 버전의 마스코트였다. 마티유의 피날레 뒤, 관객들은 그대로 앉아 저녁 메뉴를 얘기하고 길게 누워 휴대 전화를 보기도 했다. 60종류의 더 아크 체어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이고, 12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도 또 한 번 사람들을 해피하게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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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