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문화의 저 멀리를 바라보는 뒷모습들.
프라트메시 미슈라
대표이사ㅣ디아지오 코리아
GQ 월드클래스의 뜨거운 현장에 다녀온 뒤 제 몸은 아직 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니워커, 기네스, 돈 훌리오, 텐커레이 등 200여 개 브랜드를 지닌 글로벌 리딩 주류 회사. 대표가 정의하는 디아지오를 대표의 입을 통해 들어보고 싶어요.
PM 품질, 혁신을 향한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주류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사명 “언제 어디서나 삶을 찬미하라 Celebrating life every day, everywhere”에 충실한 동시에 ‘기업 시민 Corporate Citizen’으로서 사회에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GQ 글로벌 리더의 고민을 통해 주류 트렌드의 화두를 짐작해보고 싶어요.
PM 현재 디아지오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죠? 문화를 만들고 선도해나가는 것. 최근에는 프리미엄 주류, 건강한 주류 소비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파인 드링킹’ 문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요.
GQ ‘Drink Responsibly’에 관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죠?
PM 맞아요. ‘드링크아이큐 DRINKiQ’를 통해 음주 문화의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고자 해요. 국내에서는 올해는 EXO 수호와 함께 진행한 ‘Enjoy the Flow, Savour Every Moment’ 캠페인, 음주 운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우버 택시와 함께 ‘비음주 운전 vs 음주 운전’ 게임 캠페인 등을 진행했죠. 디아지오 글로벌적으로도 긍정적인 음주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지닌 장기적인 액션 플랜 ‘스피릿 오브 프로그레스’를 시행하고 있어요. 폭음의 폐해를 교육하고 미성년 음주, 음주 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동시에, 디아지오의 다양한 브랜드를 활용한 책임감 있는 음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죠. 소비자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요. 내년에는 지역 문화를 접목하고 정부 기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더 유쾌한 캠페인을 실행할 거예요.
GQ 디아지오 직원들은 하나같이 잘 논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로요. 그 점이 ‘책임 음주’처럼 뻔할 수 있는 캠페인을 더 유쾌하게 만드는 비결이기도 한 것 같아요.
PM 느끼셨나요?(웃음) 그 배경에는 디아지오의 ‘다이얼업 행동’이라는 문화가 있어요. 외부에 호기심을 갖고,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실험하며 배우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도록 장려하는 활동을 포함하죠. 디아지오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앰배서더로 여겨요. “언제 어디서나 삶을 찬미하라”는 사명을 직원들의 일상에서 책임감 있게 즐기도록 장려하는데, 대표적으로 목요일마다 바텐더를 오피스 바에 초빙해 교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렇죠.
GQ 말로만 듣던 그 목요일의 바는 저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대표님은 디아지오의 어떤 술을 자주 즐기나요?
PM 제가 ‘인도 RCB’라는 크리켓 구단의 체어맨을 맡고 있는데, 경기를 볼 땐 늘 기네스를 곁에 둡니다. 경기장에 있는 디아지오 바에서 칵테일도 즐길 수 있고요. 하이볼도 자주 마시는데, ‘최애’를 꼽으라면 조니워커 블랙 라벨이에요. 특히 좋은 사람들과 마실 때 더 근사한 술이죠. 집에서 칵테일을 공들여 만들기도 하는데요, 프리미엄 증류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믹서, 재료의 조합을 실험해보곤 해요.
GQ 월드클래스에 참가해보시면 어떠실지. 책임 음주와 관련해 2025년에 구상, 준비하는 활동이 있다면요?
PM 더 많은 음주보다는 더 나은 음주를 즐기자가 핵심이에요. 양보다 질.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바텐더 교육, 바텐딩 문화 선도 프로그램인 ‘월드클래스’ 등을 통해 바텐더들과 꾸준히 긴밀하게 협업할 예정이에요. 논알코올 선택지를 견고히 하는 것도 중요해요. 최근 출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공식 파트너로 지정된 논알코올 흑맥주 ‘기네스 0.0’이 그 전략 실행에 키 역할을 하죠. 아직도 안 마셔보셨다고요?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ㅣ페르노리카 코리아
GQ 이번 기획 인터뷰이들 중 가장 촬영을 즐긴 분인 것 같습니다. 화보 촬영 좋아하시나요?
FH 오늘처럼 빨리 끝나는 촬영이라면 언제든!
GQ 로얄살루트, 페리에주에, 발렌타인, 키노비, 멈 등 수년간 페르노리카의 다양한 술을 취재해왔는데, 대표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건 완전히 새로운 일처럼 느껴져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페르노리카는 어떤 회사죠?
FH 페르노리카 그룹의 존재 이유이자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되는 가치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Conviviality’, ‘유쾌함’이라는 뜻이에요. 우리의 비전은 보다 많은 사람이 오랜 친구와 만나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에요.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거든요.
GQ 아멘.
FH 그래서 저희는 직원들이 유쾌한 경험을 창조하고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도록 장려해요. 유쾌함을 근간으로 두고, 유쾌함과 과음은 공존할 수 없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어요. 그것이 페르노리카 그룹이 설립 초기부터 ‘책임 음주’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제안해온 이유죠. 책임 음주만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페르노리카 그룹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책임 음주 단체의 공동 창업 자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GQ 지금 글로벌 이슈인 ‘Drink Responsibly’ 관련 활동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 중 하나죠. 페르노리카 그룹이 이런 활동에 앞장서는 것이 왜,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FH 음주를 즐기는 젊은 성인 층에게 음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책임감 있게 음주하는 법을 알리는 건 매우 중요해요. 과도한 음주 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 알코올의 해로운 오남용을 방지하며, 음주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가지도록 꾸준히 진행해온 ‘책임 음주 캠페인’ 가운데 2030 지속 가능 책임 경영 로드맵의 책임 있는 호스팅 활동 중 하나가 바로 ‘드링크 모어 워터 Drink More Water’ 캠페인이에요. 이 캠페인은 2021년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2022년부터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적합한 메시지와 채널을 통해 알리고 있어요.
GQ 더 적합한 메시지와 채널이라면요?
FH 한국은 디지털 강국인 만큼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캠페인을 진행해요. 최근에는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말리부 등 전파력 높은 브랜드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와 협업해 캠페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서울의 주요 바, 브랜드 팝업 행사장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죠. 지난 9월 선보인 발렌타인 아워 라운지 팝업 스토어를 비롯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이 참여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그린 민트 페스티벌 등 여러 뮤직 페스티벌 내 부스에서 ‘드링크 모어 워터 존’을 설치했어요.
GQ 페스티벌의 화장실이 아주 붐볐겠는데요?(웃음) 앞으로 전개할 방향에 키워드를 세 가지 붙인다면요?
FH 교육, 절제와 조절, 긍정적인 유쾌함의 지속.
GQ 유쾌함은 빠지지 않는군요? 주류 포트폴리오 부자 페르노리카 그룹의 술을 즐기는 사적인 방법도 몹시 궁금해요. 고민의 연속이겠어요.
FH 맞아요. 우리 브랜드를 즐길 수 있는 옵션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상황에 따라, 함께 마시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서 되레 제가 먼저 에디터님께 묻고 싶어요. “페르노리카 그룹의 술을 어떻게 즐기고 계시나요?” 저의 루틴을 소개하자면 프랑스 친구들과 리카드 Ricard 한 잔, 굴이나 해산물과 페어링한 메종 멈블랑 드 블랑 한 잔, 호요 데 몬테레이 에피큐어 시가와 함께 즐기는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5년 한 잔. 이것이 제가 우리 술을 탐미하는 방식입니다.
안준홍
대표ㅣ바카디 코리아
GQ 지금 바카디 코리아의 큰 화두는 무엇인가요?
JH ‘프리미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소비자가 취향에 근거해 마실 술을 선택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어요. 덜 마시더라도 더 좋은 것으로. 프리미엄화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위스키예요. 그중에서도 듀어스 더블더블, 그리고 프리미엄 데킬라인 페트론.
GQ 바카디 코리아의 활약과 성장이 눈에 띈 한 해였다고 생각해요. 대표가 평가하는 올해 가장 잘한 일, 성과는 무엇인가요?
JH 프리미엄 10년 전략 아래 위스키에 굉장히 많이 투자를 했는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났어요. 특히 듀어스는 전년 대비 150퍼센트 이상 성장했죠.(9월 마감 기준) 최근 배우와 함께 진행한 듀어스 광고도 시장 반응이 무척 좋았고,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요. 앞으로도 K 셀러브리티를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에요. 프리미엄은 몇 년 동안 지속할 전략이고, 10년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예요.
GQ 바카디 코리아의 유의미한 활동 중 하나는 바텐더 커뮤니티 ‘네오타입 Neo Type’을 기획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네오타입의 기획 의도와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JH 한국 바텐더들의 기술이나 역량은 톱 클래스예요. 실제로 한국 바텐더의 위상도 아주 높아졌고요. 이전까지 그랬듯 업계 안에서만 출구를 찾는 게 아니라, 바텐더들이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면 분명 한국 바 신이나 바 컬처가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주류 문화를 위해서 바텐더들의 열정과 기술을 소비자분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고요. 다행히 그 문화를 오래 들여다보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력이 저희에게 있었어요. 네오 타입 1기에 이어 최근에 2기를 출범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25개 바에서 총 33명의 바텐더가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참여 문의가 오고 있어요.
GQ 파인 다이닝 에빗과의 페어링 협업, 한식 연구 기관이자 레스토랑 온지음에서 영감을 받아 칵테일을 만드는 등의 활동이 의미있고 새롭게 느껴졌어요. 경쟁율도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뽑는 기준이 있어요?
JH 모두 훌륭한 분들이셔서 저희가 감히 평가를 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다만 최근에는 스타 플레이어를 이을 라이징 스타들을 조명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다음 세대 바텐더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보려고요. 업계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오래 즐겁게 일하고 커뮤니티에 머무는 것은, 저희가 꿈꾸는 지속 가능성 중 하나예요. 그런데 저 너무 대표처럼 말하고 있나요? 책에서 뻔한 대답하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GQ 주류업계는 늘 젊어야 한다는 숙명이 있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특별히 보는 게 있나요?
JH 콘텐츠를 두루두루 보고, 인플루언서를 많이 팔로우해요.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오래전부터 길에서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성별 나이 불문하고. 사람들이 뭘 입고 있나, 저 가방은 뭘까, 관찰하면서 검색을 해봐요. 스토커는 아니고요.(웃음) 그걸 기준으로 역으로 생각해보죠. 저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무얼 마시며 놀까? 통계 내고, 숫자를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직원들이 저에게 보고할 때는 감성보다는 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해요. 감성만 가지고 오면 이야기하죠. “다시 준비해서 오세요”.(웃음)
GQ F인 저는 갑자기 목이 타는 기분인데요. 아하하하. 일본에서 듀어스의 인기는 상당하죠. 그런 만큼 하이볼 하면 ‘듀어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대표님만의 하이볼 레시피가 있나요?
JH 황금 비율이 중요해요. 얼음 가득 채운 잔에 듀어스 1, 탄산수 4 비율로, 레몬은 최대한 꽉 짠 다음 잔에 풍덩. 그 스퀴즈의 여부가 오늘 마실 하이볼 맛을 결정할 거예요.
이영호
대표ㅣ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GQ ‘얏떼미나하레(저질러봐)’. 산토리 위스키의 치프 블렌더 신지 후쿠요 상을 인터뷰한 이후로 제 마음 속에 이 말을 새겼습니다.
YH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죠. 비즈니스 용어 ‘PDCA’와 흡사해요. 계획하고 Plan, 실행하고 Do, 확인하여 Check, 조치 Act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해보라는 거죠.
GQ 그런 문화 안에 있으면 실패가 덜 두려워지나요?
YH 실패를 안 해보면 성공도 못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일 어리석다고 느끼는 유형이 계획 95퍼센트 하고 실행은 5퍼센트만 하는 사람. 그러면 100퍼센트 실패한다고 봐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해보고, 잘 되는 것 같다 싶으면 조금 변형해서 또 해보고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팀원이 실패했을 때 그 영향을 가급적 줄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일 테고요. 실패를 막는 건 좋은 상사도, 좋은 부모도, 좋은 매니저도, 좋은 사장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GQ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는 여러 면에서 업계를 선도해왔다고 느껴요. 그중 ‘하이볼’을 빼놓을 수 없죠.
YH 제가 이곳에 들어온 2018년만 해도 직원이 지금의 절반도 안되었어요. 산토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 중 하나가 ‘겜바(현장)’예요. 모든 걸 다 현장에서 봐야 한다는 기조가 있어서 치열하게 다녔죠. “맛있는 데 있다” 하면 무작정 찾아갔고, 돌아다니면서 식당에 사람이 좀 많다 싶으면 일단 들어갔어요. “하이볼 한번 들여보시면 어때요?” 그렇게 맛집들을 하나씩 저희 거래처로 확보하기 시작했죠. 그때는 경쟁자도 없었는데···.
GQ 하이볼과 맛있는 음식을 엮은 가쿠빈, 쿨하고 영한 세대를 사로잡은 짐빔, 힙한 문화와의 접점을 만든 메이커스 마크 등 같은 위스키라도 전혀 다른 길을 걷는 행보가 흥미로웠어요. 각자의 캐릭터는 어떻게 보존해요?
YH 각 브랜드를 각각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해요. 샤넬 행사장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홍대에 가진 않잖아요? 짐빔은 젊고 힙한 사람, 메이커스 마크는 간지 잔뜩 부린 사람···. 각자의 색깔을 만들려고 공을 들이고, 브랜드 계정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운영해요. 처음 메이커스 마크 마케팅할 땐 다방 영업이 끝난 자리에, 오래된 삼겹살집에 팝업바를 여는 식으로 별별 발칙한 시도를 계속해봤죠. 짐빔은 브랜드의 해묵은 이미지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미노이와 함께한 컨텐츠가 뜻밖에 대박이 났죠. 잘된 것만 보여서 그렇지 실은 실패가 훨씬 많아요. 많이 망했어요.(웃음)
GQ 산토리는 위스키 업계의 이단아 같은 느낌이 있어요. 업계의 변화에는 심드렁할 것 같달까? 요즘 고민은 뭐예요?
YH 저희가 처음 하이볼 영업할 때만 해도 경쟁 업체가 아예 없었는데, 지금은 견제를 많이 받아요. 다들 하이볼, 하이볼 하니까.(웃음) 이 경쟁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가 저희의 챌린지 중 하나예요. 하이볼이 한때의 유행으로 한순간에 싹 사라지는 게 아니라 퀄리티 있고 건강하게 오래가는 주류 옵션으로 자리 잡게 만들고 싶거든요.
GQ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만 좀 드세요”가 아니라 “마십시다, 오랫동안, 즐겁게, 멋지게.” 이런 질문 잘 안 하는데, 궁금해요. 좌우명이 있나요?
YH 저는 그냥, 즐거우면 돼요. 제 와이프가 저보고 그래요. “하기 싫은 거 절대 안 하잖아?” 저는 제가 관심있고 재미있어야 열심히 하는 사람이어서, 제가 흥미롭고 재밌는 걸 그저 열심히 해요. 그래서 누가 좌우명을 물으면 즐겁게 사는 것, 그것뿐이에요.
GQ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느껴요?
YH 두루두루 적당히 잘 하는 올라운더보다, 하나를 확실하게 잘하는 뾰족한 사람을 좋아해요.
GQ 산토리의 활동이 늘 즐거운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YH 그런데 이 인터뷰 괜찮은 거 맞죠?
주혁
CCM 상무ㅣ트랜스 베버리지
GQ 와일드터키, 러셀스리저브, 캄파리···. 트랜스 베버리지의 주류 라인업만 해도 군침이 돌죠. 트랜스 베버리지가 어떤 회사인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JH 캄파리 그룹의 ‘Toasting Life together’라는 슬로건의 가치 아래에서 다양한 주류 브랜드를 통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회사예요. 각자가 어떤 포지션에서 일을 하든 ‘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소비자분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열정적인 류호준 대표님의 리더십과 모든 임직원분들 덕택이죠.
GQ 사회생활 잘하십니다.(웃음) 이 회사를 거쳐간 주류 회사 마케터들에게 저는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트랜스 베버리지에 있을 때가 아주 즐거웠다.” 비결이 뭘까요?
JH 저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은 힘들었던 일만 이야기하는데 믿기 어렵네요.(웃음) 제 생각엔 류호준 대표님 이하 직원들이 서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 또.(농담입니다.) 젊은 회사이다 보니 강한 에너지와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각자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에 배치 될 수 있어서 성취감이 높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좋아하는 글귀 중에 이백의 장진주(將進酒)가에 나오는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 하늘이 나의 재능을 태어나게 했으니, 반드시 쓸 데가 있다는 뜻”이 있어요. 함께 일했던, 일하는 직원분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트랜스 베버리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GQ 지난번 ‘캄파리 레드핸드 컴피티션’에서 저는 바텐더들의 뜨거운 우정과 연대를 목격했습니다. 이 대회가 바 문화와 바텐더, 그리고 이 산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JH 캄파리는 저희 회사의 모태와 같은 브랜드예요. 전 세계 어느 바에 가든 선반에 캄파리가 놓여 있죠.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열린 이번 캄파리 레드핸드 컴피티션은 이미 최고 수준의 한국 바텐더분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고취시키고, 바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기획했어요. 쟁쟁한 경력자들의 열렬한 참여와 열정에 저희도 많이 긴장했는데, 우승한 코블러 바의 박태우 바텐더는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의 미를 아주 성숙하게 보여줬죠.
GQ 현재 트랜스 베버리지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JH 브랜드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책임 있는 음주 문화 선도예요.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되고,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죠. 요즘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는데요. <삼국지>에서 술은 단순히 여흥을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전략적 결정의 장이나 인간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많은 장면에서 등장해요. 저희도 단순히 술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문화와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어 소비자분들의 곁에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GQ ‘Drink Responsibly’ 키워드 관련해 가장 주목하는 부분, 활동은요?
JH 책임감 있는 음주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을 더하자면,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애인이 위스키를 즐긴다면 큰 복 받으신 겁니다. 위스키 유저분들이 가장 ‘Drink Responsibly’의 의미를 실천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동호회, 시음회 등에서 위스키 향을 오롯이 즐기고 미각이 살아 있을 때까지만 절제해서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죠. 아, 진심으로 즐긴다는 건 이런 거구나.
GQ 트랜스 베버리지 술 가운데 가장 즐겁게 즐기는 술, 즐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JH 자기 전에 나이트 캡으로 마시는 러셀스리저브 10년과 캄파리 네그로니 Campari Negroni를 즐깁니다. 하지만 친구가 산다고 했을 땐 꼭 ‘더 글렌그란트 25년’을 경험하시길 추천합니다.
유정민
마케팅 상무ㅣ브라운포맨 코리아
GQ 최근 잭 다니엘스 브랜드 마케터와 나눈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DPR이 모델로 기용되었죠? 임원들이 DPR을 아시나요?”라고 했더니, 모델 선정 과정에서 DPR을 모르는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어요. “잭 다니엘스 모델 후보인데 내가 잘 알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거다.” 그 주인공이 바로 상무님인 거죠?
JM 맞아요.(웃음)
GQ 아주 훌륭한 상사십니다. 얼마 전 브라운포맨의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의 마스터 블렌더 레이첼 배리를 만났을 때도 비슷하게 느꼈고요. 다짜고짜 지금 브라운포맨 코리아의 가장 큰 화두부터 묻고 싶네요.
JM 브라운포맨 글로벌이 갖춘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다양해요. 그 좋은 술들을 한국 시장에 어떻게 잘 소개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화두예요. 또 책임 음주 역시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 중 하나죠. 회사가 커지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오래 유지되려면 건강한 음주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니까요. 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GQ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JM 회사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중 ‘Pause’ 캠페인이 있어요. 각자 주량에 다다랗다고 느끼면 멈춤을 장려하는 캠페인이죠.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는 직원도 존중해야 한다고 직원 교육을 하고요. 업계 기준보다 이런 면에는 더 보수적인 편이에요. 마케팅 활동을 할 때도 책임 음주를 반드시 고려하고요.
GQ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위스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브라운포맨 글로벌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JM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글로벌에서도 최근 2~3년 동안 가장 빨리 성장한 마켓이 한국이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켓이라고 인지하고 있어요. 한국 시장의 성장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스터디해서 다른 마켓에도 적용시키려고 하고요.
GQ 팬데믹을 기점으로 위스키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다양해졌는데, 잭 다니엘스의 인기는 여전히 견고한 점도 저는 흥미롭게 느꼈어요.
JM 저희도 굉장히 질문을 많이 하는 부분이에요. 여전히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증류주거든요. 도대체 왜? 첫 번째 이유로는 150년 동안 유지되어 온 잭 다니엘스 브랜드 자체가 지닌 힘이 있겠고요. 또 아이콘이나 디자인, 보틀 등도 다른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죠. 곧 새로운 보틀로 바뀔 예정이지만, 기존의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모던하게 변화하는 진화의 관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GQ 최근 브라운포맨 라인업 중 진 마레의 출시가 아주 반가웠어요.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한 힌트를 주신다면.
JM 잭 다니엘스의 본디드 시리즈, 10년산 같은 슈퍼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할 예정이고, 맥라렌과의 파트너십으로 완성된 리미티드 에디션도 출시 예정이에요. 더 글렌드로낙은 12년, 15년, 18년, 21년까지 코어 라인 전체를 리뉴얼해서 올해 말까지 전부 공개할 거고요. 벤리악 위스키는 고연산 제품을 기대해주세요.
GQ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이 한국에서 열리는데, ‘50 베스트’의 글로벌 스폰서인 브라운포맨의 한국 활동도 기대됩니다. 곧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 소식을 귀띔해주신다면.
JM 가깝게는 우드포드 리저브 브랜드로 서울의 14개 바와 협업해 11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올드 패션드 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기존의 올드 패션드 레시피를 각 바텐더의 개성에 맞게 창의적으로 재창조하는 거죠. 또 우드포드 리저브는 켄터키 더비의 오랜 스폰서십을 맡고 있어서, 한국에서 관련 활동도 계획 중이에요. 실제로 증류소에 가보면 굉장히 넓은 들판과 초원에서 말이 뛰어다니거든요.
GQ 상상만 해도 아름답네요!
JM 한번 놀러오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