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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어울리는 벽돌같은 책 추천 5

2025.02.02강동주

벽돌처럼 두꺼운 책은 큰 마음을 먹어야 시작할 수 있다. 겨울이 답이다.

여전히 꾸물대는 사이 또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 새로운 해, 다시 1부터 세어지는 숫자.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느낌, 이젠 진짜 읽어야 한다. 집 밖은 춥고 새해의 다짐이 생생할 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차분한 탐독의 시간은 어떨까? 지구력을 요하는 벽돌같은 책들에 도전해보자. 당신의 지적 허영심을 가득 채워줄, 새로운 지평을 열고 당신의 무기가 되어줄 든든한 책 5권을 소개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코스모스』 칼 세이건, 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04, 총 584쪽

그야말로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작은 점을 온 세상으로 두고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더 작은 인간. 칼 세이건은 이 우주의 드넓음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질서정연하고 거대한 코스모스 같은 우주에서 먼지에 불과한 인간이 시간, 공간, 차원, 우주, 은하와 같은 키워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작해왔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과학적 지식을 축적한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고찰한다. 우주의 역사와 법칙을 통해 결국 삶에서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코스모스』가 과학서를 표방한 철학서로 불리는 이유다. 무한한 우주에서 답을 찾아 헤매는 우주먼지 지구인을 위한, 삶에 대한 사랑이 담긴 지침서로 삼을 만하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고요한 항해를 향해, 홍자성 채근담』

민음사

『채근담』 홍자성, 안대희 역, 민음사, 2022, 총 652쪽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늘 어수선하고 도무지 균형잡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500년 전에도 그랬던 걸까? 16세기 명나라 철학자 홍자성이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이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지혜를 모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본질과 깊이를 살피는 가르침을 전한다.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 ‘나’를 거리둘 수 있게 하는 방법, 현실에 살면서도 현실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가짐, 속세와 더불어 살되 비루함과 천박함에 떨어지지 않는 단단함,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곧은 심지를 가지고 살기 힘든 날들에도 뿌리 내리기 위해, 소란스러운 중에도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이 고요하면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내 삶의 키를 찾아서, 장 폴 사르트르 존재와 무』

민음사

『존재와 무』 장폴 사르트르, 변광배 역, 민음사, 2024, 총 1296쪽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이 ‘자유’라는 특성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고뇌하게 한다. 우리가 의식을 가진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은 정말 축복일까? 20세기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의 형벌에 처해졌다”고 썼다. 그는 자유는 인간이 책임과 불안, 두려움 따위를 경험하게 만들기에 때로 형벌이지만, 결국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자유는 왜 형벌인가, 어떻게 하면 형벌이 아닐 수 있나, 우리는 언제 주체적인가, 질문들에 답해가는 사르트르의 사유를 빌려 ‘나’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책. 존재하는 인간이 본질적 인간이 되기까지. 존재와 무無 사이, 삶의 뿌리를 탐구하는 실존주의 철학서.

불안을 벗하여 삶에 충실하기,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문학동네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오진영 역, 문학동네, 2015, 총 609쪽

우리에게 존재하는 시간은 오직 ‘지금’.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나? 자주 과거에, 미래에 가 있지는 않은가?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직 현재에 집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말한다. “내가 오늘의 나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불안의 책』은 그가 평생에 걸쳐 마주하고 들여다본 불안의 기록이다. 그는 삶의 무의미함, 단조로움, 불확실성, 고독을 마주하고, 그와 함께하는 자아를 성찰한다. 도처에 불확실성 뿐인 이 세상 속에서, 불안을 해결하며,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나를 긍정하기 위해서.

삶과 시대를 받치는 개념에 대해, 미셸 푸코 말과 사물』

민음사

『말과 사물』 미셸 푸코, 이규현 역, 민음사, 2012, 총 562쪽

근대적 주체인 인간, 내가 가지는 생각들은 정말 온전히 나의 것일까? 포스트모던 철학의 선구자 푸코는 단호히 아니라고 답한다. 그는 너무 익숙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공기와 같은 세계의 규칙과 질서에 색을 입혀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들추고, 세계의 근본적인 규칙과 개인을 규정하는 투명한 권력을 파헤친다. 내 욕망, 내 생각, 내 행동, 그 무엇도 오로지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권력이 만든 토대, 사방이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푸코가 열어젖히는 새 지평이다. 푸코에 따르면 사유는 무한히 확장될 수 없으며, 세계의 허용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 외의 것들은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한다. 온전히 ‘나’의 의식은 없다. 모든 곳에 권력이 개입하고 모든 곳에서 권력이 발생한다. 이 진술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세계와 의식의 토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각 출판사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