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서울에서 만난 현시점 최정상 바텐더, 이안 맥퍼슨 & 에릭 판 베이크

2025.01.31전희란

지금 가장 뜨거운 두 바텐더.

이안 맥퍼슨

셔츠, 네크리스, 반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에이프런, 캡, 모두 앤아카이브.

World’s 50 Best Bars 2024 에서 ‘Bartender’s Bardtender’로 선정된 이안 맥퍼슨. 에딘버러의 바 ‘Panda & Sons’의 오너 바텐더로, 앞선 칵테일 제조 기술을 다수 창조하고 있다.

에릭 판 베이크

레더 재킷, 티셔츠, 팬츠, 서스펜더, 모두 타이가 타카하시.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반지, 캐피탈.

World’s 50 Best Bars 2024의 월드 1위 바 ‘Handshake’의 코 파운더 바텐더로, 멕시코시티의 바 신을 뒤 흔든 인물. 네덜란드 출신으로,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에릭 & 이안과의 인터뷰

왼쪽부터 | 재킷, 앤아카이브. 안경, 쉐이디캐릭터. 반지, 실리핀. 셔츠, 팬츠, 타이,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수트, 코스. 셔츠, 타이,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안경, 로렌스폴. 반지, 실리핀.

GQ 영광입니다. ‘월드 50 베스트 바 2024’ 1위 바 핸드셰이크의 에릭 판 베이크, ‘Bartender’s Bartender’ 팬더 앤 선즈의 이안 맥퍼슨을 한자리에 모시다니요. 그것도 서울에서 말입니다.
ER, IA 게다가 <지큐> 화보도 찍었죠. We did a thing!
GQ 어워즈 후의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던가요?
ER 일이 쏟아지고 있죠. 손님도 불었고, 물건을 쌓아 올린 탑처럼 이메일, 이벤트 초대가 밀려들고요. 우리는 이걸 “Champagne Problem”이라고 불러요. 문제인데, 분명 긍정적인 문제죠.
IA 저도 더 바빠질 수 없을 만큼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더 바빠지고 있어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바 어워즈에 심드렁한 것 같지만, 저희 바가 있는 에든버러는 관광객이 많은 도시죠. 어워즈 순위를 보고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여행자들이 물밀 듯이 찾아와요. 오랫동안 최고급 바와 최고급 레스토랑 간 존중의 격차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개인으로 받은 상이긴 하지만 저희 바가 스코틀랜드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ER 바 신의 주무대가 런던, 뉴욕에서 서울, 멕시코시티, 에딘버러로 훨씬 넓게 퍼진 거죠.

GQ 둘 다 수상 소감 중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ER 핸드셰이크에서는 30명이 넘는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의 정신은, 모두를 성장시키는 것을 확실히 하는 데 있어요. 일했던 바를 떠나면 “저 바텐더 누구야?” 하는 게 아니라 “핸드셰이크 출신이야”라고 할 수 있도록, 여기서 이미 ‘네임드’가 될 수 있도록요.
IA 우리 팀은 하나의 거대한 머신 같아요. 전에는 훌륭한 인재들을 데려와 어벤저스 팀을 꾸리려고 했는데 각자의 자아가 충돌해서 팀이 잘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두는 절차를 도입했죠. 그동안 팀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인재인지 확인해요. 어떤 바텐더들은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걸 선호하는데, 그들의 업적을 알리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에요. 팀으로서 모두를 세상에 공공연히 알리려고 하죠.
GQ 팀 성별 구성은 어떤가요? 바 신에는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잖아요.
ER 저희 팀은 남녀 비율이 60대 40이에요. 때로는 50대 50에 가깝죠. 총괄 매니저, 연구소 매니저, PR 매니저, 어시스턴트 모두 여성이에요. 성비를 의식하고 구성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에게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려고 하고, 남성과 여성에 똑같이 적용하죠. 남녀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서 대해요. 어떤 사람은 엄격하게 대하면 잘 수용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너질 수도 있죠. 격려가 필요한 사람과 엄격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을 구분해요. 기준은 언제나 ‘사람’이에요.
IA 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성별 비율을 유지해요. 팀 전체의 더 나은 균형을 위해서죠. 남성만 많으면 디테일을 놓치기가 쉽거든요. 50대 50을 맞추고 싶지만, 지금은 약 60대 40이에요.

GQ 둘 다 실험적인 바텐더로 유명하죠. 지금 진행 중인 무언가에 대해 듣고 싶어요.
ER 우리는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테이블에 올리려고 해요. 바텐딩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주 유명한 바에서도 겉모습은 멋지지만 맛을 보면 ‘Gross’한 칵테일이 많았어요. 이해가 안 됐죠. 저는 정말로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겉모습보다는 마셨을 때 “와, 뭐야?” 할 만한 맛있는 칵테일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서 바에 실험실을 갖추고 매일 실험을 해요. 어떤 칵테일은 심플해 보이지만 만드는 데 48시간이 걸리기도 하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면 호기심이 중요해요. 무언가를 먹을 때는 아이처럼 놀라움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려야 해요.
IA 좋아하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에릭과 제가 공유하는 장점이에요.
GQ 바텐더로서 서로 주고받는 영감도 있나요?
IA 영향보다는 존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서로의 존재가 분명 자극이 되죠. ‘와, 저건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한편, 저는 ‘저 사람이 저 방향으로 가면 나는 이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저는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모든 식당에서 똑같은 햄버거를 먹고 싶진 않거든요.
ER 이안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요. 한 사람의 머리는 한정되어 있지만,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모으면 그 작은 틈새로부터 어떤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거든요.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요. 우리는 그저 퍼즐 조각을 맞출 뿐이죠. 저는 흥미로운 무언가를 보면 그것을 제 방식으로 조금 바꿔서 선보이는 걸 좋아해요. 저희 메뉴에 카프레제 샐러드를 모티프로 한 ‘카프레제’라는 음료가 있는데 제스트에 와보니 ‘카프레제’가 있더라고요. 모티프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칵테일이었어요. 저한테는 이런 점이 정말 재미있어요. 어제 고깃집에서 마늘을 쌈장에 찍어 먹었는데 번뜩 ‘이 맛을 청량감 있는 칵테일로 만들어볼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IA 저는 칵테일이 아닌 다른 것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효율성을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요즘 어딜 가나 바 스테이션을 유심히 봐요. 2026년에 바를 완전히 철거한 뒤 다시 설계할 계획이거든요.

GQ 이안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열심이잖아요.
IA 아버지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하셨는데 저도 영국에서 아이스크림을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젤라토 대학을 나왔어요. 오랜 세월 셰프의 기술을 바텐더가 가져왔다면, 이제는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천천히 익히는 ‘수비드’를 비틀어 ‘Sous Pression’ 기술을 만들었어요. 녹이는 시간을 조절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해도 완전히 다른 맛을 낼 수 있죠.
GQ 에릭은 네덜란드 사람으로 멕시코에 바를 열었고, 곧 암스테르담에 바를 열죠. 네덜란드에서 멕시코에 가져간 것은 무엇이고, 또다시 멕시코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져갈 것은 무엇이죠?
ER 유럽 스타일 칵테일을 그곳에 가져갔어요. 멕시코에 처음 갔을 때 대부분 시트러스, 스파이스, 소금이 많이 든 미국식 칵테일뿐이었거든요. 멕시코시티에서 배운 것은 그들의 따뜻함과 문화, 음악, 손님들과 소통하는 방식. 환영받는 느낌, 소속감을 주는 환대를 암스테르담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암스테르담의 오래된 펍에 가면 할머니들이 여전히 따뜻하게 말을 건네지만, 요즘 바에 가면 너무 차가워요. “우리가 대단하니까 너희가 온 거야”라는 거만한 태도! “곧 주문 받을게요”라고 말하는 대신 “어서오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같은 작은 배려가 정말 중요해요.
GQ 한국인 어머니, 스코틀랜드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이안의 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죠?
IA 그럼요. 저는 두 문화의 장점을 모두 물려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는 매우 성실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즐거움을 추구해요. 반면 스코틀랜드인 아버지는 더 느긋한 편이죠. 저는 호주에서 태어났고 방콕, 베트남, 홍콩에서 살다 스코틀랜드로 돌아왔어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멋진 기회가 제게 선물한 건 어떤 문화가 더 우월하지 않다는 가르침이었어요. 각 문화를 배우는 데 활짝 열려 있도록 만들었죠. 새로운 음식 조합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환대는 네덜란드와는 달라요.(웃음) 사람들이 미소 짓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GQ 마지막 두 가지 질문. 다가오는 중요한 이정표가 있나요? 또 업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ER 저는 두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변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멕시코에 새로운 바를 여는데, 우리 매니저 세 사람이 파트너가 될 예정이에요. 우리가 3~4년 동안 투자한 이들을 떠나보내지 않으면서 그들이 직원이 아니라 ‘오너’가 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회사 내에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거죠. 팀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지속 가능성이 있는 길이죠.
IA 우리도 비슷한 계획을 하고 있어요. 우리와 6년을 함께한 총괄 매니저에게 비즈니스에 투자할 기회를 주려고 해요. 우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요. 저는 사람들이 팀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바 오너들은 눈이 멀어서, 직원 누군가 잘하고 있으면 그저 ‘잘하고 있군’ 정도로만 생각하죠. 하지만 매니저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해요. 이 사람이 어떤 일에 정말 뛰어나다면, 그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예요. 바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이죠!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신상철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어시스턴트
한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