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비자 입국이 허가되면서 가장 핫해진 ‘상하이’에는 화려한 야경과 디즈니랜드 말고도 독특하고 매력 있는 곳들이 많다.
미 샹 프라다 롱 자이(Mi Shang Prada Rong Zhai)
세계적인 브랜드와 영화 거장의 만남
지난 3월 31일, 상하이 도심에 프라다와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가 협업한 아시아 첫 단독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저택이자 예술 공간인 롱 자이(Rong Zhai)를 복원, ‘무언가에 사로잡히다, 푹 빠졌다’는 의미의 미 샹(Mi Shang)이라는 네이밍을 더하며 20세기 초 대저택의 모습으로 되살렸다. 왕가위는 ‘반사, 인접, 대응’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밀라노와 상하이 두 도시의 연결 지점을 공간에 녹였는데 특히 몽환적인 조명, 거울과 대비 구조 등 <해피 투게더>와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는 왕가위만의 시그너처 미학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80~90년대 홍콩 영화 팬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이곳은 올 데이 조식, 디저트 숍, 고급 다이닝, 라운지 네 공간으로 나뉘고, 중국과 이탈리아 두 지역의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왕가위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상하이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매혹적이다.
주소 186 North Shaan Xi Road, Jing’an District, Shanghai
천안천수(Tian An 1000 Trees)
1,000 그루의 나무를 심은 공중정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쑤저우 강변에는 상하이 차세대 랜드마크, 상하이 유일의 산 모양의 쇼핑몰, 세계적인 예술 상업센터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중국의 황산과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에 영감을 받아 설계한 천안천수.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적 기둥을 그대로 드러낸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둥의 상단부를 화분으로 구성해 이름처럼 1,000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이 특징이다. 이 나무들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위해 심어진 것이 아니라 1년에 약 2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알려졌다. 이 건물은 도심 속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건물이 아닌 거대한 산이 세워진 듯한 모습으로 쑤저우 강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가까이서 봐도 멋있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경을 보는 것도 아름다우니 근처 강변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천안천수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600 Moganshan Road, Putuo District, Shanghai, China
더 루프(The Roof)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붉은 공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상을 수상한 프랑스 대표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더 루프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근처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이 건물은 무채색의 외관과 상반되는 강렬한 붉은 컬러의 내부 공간, 네 개의 건물동을 묶는 지붕 구조와 2,500여 개의 화분으로 장식된 독창적인 건축 디자인이 특징이다. 장 누벨은 중국의 단샤 지형(가파른 절벽 경사가 특징인 붉은 지형, 이름 그대로 ‘붉은 노을’을 뜻함)에서 착안한 붉은색을 사용, 단순한 단일 컬러가 아니라 건물의 그라데이션 효과를 통한 자연스러운 색의 깊이를 표현했다. 또 빛의 건축가답게 건물 중앙 천장에 유리 지붕을 설치했는데, 특히 햇빛이 건물 내부로 들어올 때 붉은색이 만들어내는 빛의 변화가 아름다우니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 보게 된다면 꼭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길.
주소 458 Madang Lu, near Jianguo Dong Lu,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빛의 공간 신화 서점
안도 다다오가 빛으로 설계한 서점
상하이 한인타운에는 20여 명의 중국과 해외 유명 예술가들이 설계에 참여한 초대형 쇼핑몰 아이친하이(Aiqinhai)가 유명한데, 이 건물 7층에 아주 특별한 서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설계한 빛의 공간 신화 서점이 그곳. 3층 높이의 고리형으로 설계되어 벽면에 빈틈이 없고 책장 내부에 개별 램프를 달아 공간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등 빛의 공간이라는 이름답게 빛을 이용한 건축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구현해 놓았다. 빼곡하게 쌓인 책장과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천장,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해 각도마다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서가 등이 인상적이며 안도 다다오 건축물답게 차가운 느낌의 콘트리트 속에서도 정갈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서점 내 카페에서 좋은 커피 머신을 사용해 커피 맛이 좋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신화 서점은 중국 유명 체인 서점이니 다른 지점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주소 1588 Wuzhong Rd, Minhang District, Shanghai, China
콜롬비아 서클(Columbia Circle)
1920년대 역사적 공간이 트렌디한 명소로
빈티지한 바로크식 건물과 에메랄드빛 야외 수영장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상하이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폿으로 각광받고 있는 콜롬비아 서클. 1920년대 상하이에 거주하는 서구인들이 사용하던 클럽이자 당시 가장 럭셔리한 사교 장소였던 이곳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가 2018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하며 일반 사람들에게도 개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럽풍 건물의 아름다운 정원과 올드 스위밍 풀에 카페 및 갤러리와 같은 현대적인 공간들이 입점하며 트렌디한 분위기에서 익숙하지만 화려한 상하이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 팝업 스토어와 현대 미술 전시가 열리는 등 예술과 디자인 중심의 창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상하이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상류 사회 문화 예술 사교장도 구경하고, 멋진 올드 스위밍 풀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남기고 싶다면 콜롬비아 서클로 가자.
주소 1262 Yan’an W Rd, Changning Qu, Shanghai Shi, China
1933 라오창팡
도축이 끝나고 예술이 시작되었다
독특한 형태의 건물과 미로와 같은 내부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 난 1933 라오창팡. 공간 재생을 통해 재탄생한 이곳은 근대식 도축산업을 위해 1933년 영국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로 2006년에 갤러리, 극장, 레스토랑, 디자인 스튜디오 등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내부는 지하부터 지상 5층까지가 한 공간으로 연결된 원통 구조물이고, 외부를 연결하는 26개의 브리지가 미로처럼 엉켜 있다. 지루할 틈 없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비대칭의 기이한 구조는 다양한 접근 동선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가축들의 이동 통로였다고 생각하면 조금 당혹스럽긴 하지만) 트렌디하고 화려한 상하이가 아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이색적인 상하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근대기 설립된 도살장 중 완벽하게 보전된 유일무이한 건물이라고 평가받는 1938 라오창팡이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
주소 611 Liyang Road, Hongkou District, Shanghai, Chi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