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간 방영 예정인 HBO판 해리 포터 캐스팅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리스트를 공유한다.

덤블도어는 존 리스고, 맥고나걸은 재닛 맥티어, 스네이프는 파파 에시에두, 해그리드는 닉 프로스트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피비 월러-브리지, 키트 해링턴, 킬리언 머피 등 GQ가 고른 명단을 소개한다. 골든 스니치처럼 빠르고 예측 불가하게 쏟아지는 캐스팅 루머 사이 GQ의 HBO판 해리 포터 캐스팅 파워 리스트를 업데이트 해봤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개봉한 지 13년 — 그렇다, 거의 15년이 지났다 — 동안, 이렇게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리부트를 하지 않았다는 건 의외다. 특히 지금과 같은 IP의 시대에 말이다. 물론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전 세계 예비 마법사들의 갈증을 조금은 채워주었고, 트리플 A급 비디오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도 수백만 포터헤드에게 일종의 플루 네트워크 역할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오리지널 영화들에 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HBO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TV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이 시리즈는 장대한 분량으로 제작되어 10년 이상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시리즈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를 스타로 만들었고, 앨런 릭먼, 마이클 갬본, 게리 올드먼, 로비 콜트레인, 임엘다 스턴튼 등 영국과 아일랜드의 사랑받는 성격파 배우들의 국제적 위상도 끌어올렸다. 그러니 HBO판 ‘해리 포터’가 ‘왕좌의 게임’ 이후 영국 연기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캐스팅 기회라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물론 J.K. 롤링의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발언으로 인한 논란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HBO 대표 케이시 블로이스는 롤링이 시리즈 제작에 ‘꽤 관여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녀의 존재가 캐스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인디와이어 인터뷰 기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막중하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마법 같은 연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1년쯤 뒤, 시리즈가 본격 촬영에 돌입하고 2026년 HBO Max에서 공개될 무렵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영화 때처럼 무명 아역 배우들로 캐스팅될 예정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가장 큰 소식은 다음과 같다. HBO가 마법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네 명의 성인 캐릭터를 공식 확정했다. 덤블도어는 존 리스고, 맥고나걸은 재닛 맥티어, 해그리드는 닉 프로스트, 그리고 스네이프는 파파 에시에두다. 캐스팅은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지팡이와 로브, 마법 오토바이를 손에 넣게 될까? 이 리스트에서 GQ는 마치 ‘마법사의 모자’처럼, HBO판 포터 유니버스에 적합한 영국 배우들을 선별해본다.
확정된 캐스팅
해그리드 – 닉 프로스트

익살꾼 배우 닉 프로스트가 해그리드 역으로 확정되었다. 역할과 배우의 완벽한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호그와트의 BFG(Big Friendly Giant, 거인 친구)인 해그리드는 평소 그가 연기하던 코미디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진지한 역할이지만, 그가 가진 유쾌한 감각은 해그리드의 유머러스한 면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한때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이 유력 후보였다는 루머도 있었으나, HBO는 프로스트로 확정했다. 이제 그가 아기 포터를 싣고 마법 오토바이를 탄다.
덤블도어 – 존 리스고

수개월 간의 추측 끝에, HBO는 4월 중순 존 리스고가 덤블도어로 확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해리 포터 세계관에서 두 번째로 큰 배역에 미국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잠시 횃불을 내려놓고 생각해보자. 리스고 정도의 연기력이라면 영국 억양은 문제도 아니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처칠 역을 맡았던 걸 기억하자. 게다가, 미국 시청자들에게 영국 배우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만큼, 이번엔 미국 배우가 영국 배역을 맡는 것도 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 에미상 수상 경력과 오스카 후보 경력도 이미 그의 능력을 증명한다.
맥고나걸 – 재닛 맥티어

‘앨버트 놉스’, ‘오자크’, ‘더 메뉴’의 재닛 맥티어가 맥고나걸로 확정되었다. 영화에서 이 배역은 고(故) 매기 스미스가 맡았던 상징적인 캐릭터다. 이번 캐스팅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지만, 맥티어라면 충분한 실력과 분위기를 갖췄다. HBO는 수개월 간의 추측 끝에 4월 중순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전에는 드라마 ‘배드 시스터즈’의 섀런 호건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스네이프 – 파파 에시에두

드라마 ‘더 라자루스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파파 에시에두가 스네이프로 확정되었다. ‘갱스 오브 런던’, ‘블랙 미러’ 등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본격 A리스트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앨런 릭먼의 연기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 배역에서, 그는 충분히 그에 버금가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퀴렐 교수 – 루크 탈론, 필치 – 폴 화이트하우스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햄릿’에서 호평받은 29세 신예 루크 탈론이 퀴렐 교수로 캐스팅되었다. 그에게는 첫 주요 스크린 배역이다. 훗날 볼드모트 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캐스팅은 ‘더 패스트 쇼’의 폴 화이트하우스다. 영국 코미디의 전설인 그는 호그와트의 괴팍한 잡역부 필치로 등장한다. 의외의 선택이지만, 이번에는 필치의 날을 좀 다듬고, 유머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GQ 가상 캐스팅
말포이는 누가 할래?
톰 펠튼

이건 정말 흘려들어도 될 수준의 이야기지만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오리지널 영화 시리즈에서 드레이코 말포이를 연기한 톰 펠튼이 HBO와 J.K. 롤링 양쪽 모두에게 유일하게 ‘복귀’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고 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드레이코의 아버지 루시우스로 돌아오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가능성이 낮다. 쇼 러너들이 그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주요 출연진보다는 HBO의 비하인드 콘텐츠나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팬들은 그가 내레이터 역할로도 적합할 수 있다고 보며, 깜짝 출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름을 말해서는 안돼, 볼드모트는 누가?
킬리언 머피

‘그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에게 필요한 건 교활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같은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만들 수 있는 타입이랄까. 가장 적합한 후보는 최근 오스카를 수상한 킬리언 머피다. 그의 날카롭고 섬뜩한 외모는 볼드모트에 잘 어울린다. 4월, 워너브라더스 TV 대표 채닝 던지는 그가 덤블도어로 출연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로 답했다. 하지만 그는 “몇 가지 옵션을 저울질 중”이라고 말해 팬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다만, 머피가 퀴렐 교수 역할로 거론되고 있다는 루머도 있다. 퀴렐은 볼드모트에게 씌인 인물이기에, 만약 머피가 그를 연기한다면, 볼드모트 자체로는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중 캐스팅을 시도할 수도 있겠다.
좀 더 젊은 배우로는, ‘기묘한 이야기’의 제이미 캠벨 바워를 추천한다. 그는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서 젊은 그린델왈드를 연기한 바 있다. 물론, 이미 한번 악역을 맡았지만, 별 상관 없지 않을까?
시리우스 블랙
키트 해링턴

시리우스 블랙은 다소 광적이고 불안정하며, 동시에 호감 가는 캐릭터다. 연기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게리 올드먼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로 갈 것인가, 아니면 블랙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를 택할 것인가? GQ의 선택은 키트 해링턴이다. 그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녔고, 나이대도 적당하며, 시리우스의 밝고 어두운 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대부처럼 보이지 않는가?
다른 후보로는 리처드 매든도 있다. 그 역시 해링턴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으며, 보다 내향적인 블랙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같은 이름도 거론된다. 특히 히들스턴은 록키의 광기를 시리우스에 잘 녹여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그는 현재 43세로, 올드먼이 ‘아즈카반의 죄수’를 찍을 당시와 비슷한 연령대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미아 고스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만든 벨라트릭스의 이미지는 너무도 강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해석은 필요하다. 우리의 픽은 미아 고스다. 2022년 영화 ‘펄’에서 보여준 연기로 오스카 탈락이 아쉬울 만큼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고딕적인 분위기와 광기 어린 여성을 표현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벨라트릭스에게 딱 맞는 배우다.
페투니아 이모
피비 월러-브리지

2월 중순 가장 뜨거웠던 루머는, 피비 월러-브리지가 해리의 이모 페투니아 역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 제공자 다니엘RPK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녀는 현재 39세로 나이대도 적절하고, 피오나 쇼와 닮은 분위기도 있다. 페투니아 특유의 캠프적 유머 — 진한 립스틱, 진주 목걸이, 대처 풍의 찡그림 등 — 을 ‘플리백’의 창작자인 그녀가 훌륭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녀의 남편 버논 역은? 맷 베리에게 맡기자. “일요일엔 우편이 없지, 하!” 같은 대사를 완벽하게 오페라처럼 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