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튼에서 상하이로, 상하이에서 햄튼으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상하이는 ‘어마어마한’ 미래 도시라고. 휴대 전화가 없으면 커피 한 잔도 못 사 마신다고. ‘아무렴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설마 그러겠어?’라고 웃어넘겼지만, 상하이의 첫인상은 정말 그랬다. 도시를 이루는 마천루는 바늘같이 날카로웠고, 과일을 실은 리어카 노점에서조차 QR코드로 물건을 사고팔았다. 우아하고 여유로운 아메리칸 패션의 대명사, 랄프 로렌이 ‘2025 스프링 리씨 패션 익스피리언스’의 아시아 최초 행선지로 상하이를 선정한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소란스럽고 분주한 상하이의 저녁 풍경을 구경하며 도착한 ROJO 아트 스페이스. 곱게 정돈된 정원을 지나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낯선 공기가 압도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우아한 하프 연주 소리, 따뜻한 주황빛 조명, 반질반질한 마룻바닥, 벽면을 채운 말안장과 액자 장식···. 과연 미스터 로렌의 응접실다웠다. 곧이어 연회장 벽면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게스트들은 랄프 로렌이 마련한 상하이 속 햄튼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시작은 랄프 로렌 컬렉션과 랄프 로렌 퍼플 라벨. 늘 그렇듯 우아하지만 담담한 실루엣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해안가 풍경의 잔잔한 블루 톤이 열을 이루자 부서지는 파도 같은 화이트 수트는 더 희고, 더 선명하게 보였다. 간결하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이렇게 차려입고 어디로든 떠나고만 싶었다. 50번 룩 즈음부터는 폴로 랄프 로렌과 칠드런 컬렉션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컬러는 더 경쾌하고, 소재는 데님을 중심으로 더 다양해졌다. 여름 오후의 살랑이는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뺨에 스쳤다. 카프스킨 트리밍이 돋보이는 널찍한 더플백이 햄튼의 여유로운 휴양 분위기를 고조했다. 곧이어 유치원생 정도 돼 보이는 키즈 모델이 손을 흔들며 무대를 걸어 나오자 모두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랄프 로렌을 사랑하는 이유를. 랄프 로렌은 추억을 짓고 삶을 노래한다. 이날은 햄튼의 짭짤한 바닷바람을, 햇빛으로 가득한 마구간을, 인류에 대한 사랑을 구가했다. 햄튼에서 상하이로, 상하이에서 햄튼으로.
71번째 룩을 마지막으로, ‘2025 스프링 리씨 패션 익스피리언스’가 막을 내리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컬렉션에는 배우 송중기와 코리아 앰배서더 정수정(크리스탈)이 참석했다.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묻자 어린이 모델이 걸어 나오는 순간에 대해 답했다. 이날 랄프 로렌은 우리에게 사랑을, 추억을, 봄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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