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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셰프는 나의 정체성이고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예요”

2025.05.21.박나나, 전희란

2025 GQ KOREA HEROES – SUNG ANH
셰프, 오너, 복서, 드라이버. 네 가지의 안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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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모수를 화보 촬영장으로 쓰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SJ (빙긋)
GQ 안성재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다시 복싱 대회에 나간다면 이름을 바꿔 나갈 거라고 했죠? 멀티 페르소나인가요?
SJ 그건 아니고요.(미소) 제가 대회에 나간다고 알려지면 많은 관심이 몰릴까 봐, 그래서 제가 부담될까 봐 체육관에서 제안한 거예요. 지면 쪽팔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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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오늘 컨셉도 셰프, 오너, 복서, 드라이버 네 가지의 안성재였죠. 드라이버 안성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SJ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했고, 차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어요. 남자들이라면 다 자기 드라이브에 자부심을 갖고 있겠지만, 좀 유별났죠. 첫 차로 혼다 시빅을 사고 친구들이랑 남가주에서 레이싱 크루를 만들었어요. 팀 카리스마.(웃음) 흔히 생각하는 F1 같은 멋있는 크루는 아니고요. 차는 엄청 느리게 달리는데 딴에 자존심은 있는 거 아시죠? 셰프가 되서는 생선을 싣고 다닐 트럭이 필요해서 토요타 트럭 중 가장 큰 툰드라를 샀어요. 간지는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레이싱의 멋은 차의 슬릭하면서 건담 같고 모듈러한 맛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기름값 감당 못 하고 1년 정도 타다 관뒀죠. 일본 차 브랜드 중 안 타본 차가 없고, 후에 유럽 차를 사면 꼭 포르쉐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실제로 그 꿈을 이뤘어요.
GQ 운전 스타일은 어때요?
SJ 사람들은 저에게 난폭하다고, 어떤 분은 제 차 타고 죽을 뻔했다고 토하려고도 했지만 제 딴에는 방어 운전 수준이라 생각해요. 천천히 달린다고 안전한 게 아니거든요. 군대에서 메카닉으로 운전병도 해봤고, 별별 사고를 겪으면서 어떤 게 안전 운전인지 잘 알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사고를 낸 적은 거의 없고요. 도심에서도 달리냐고요? 적당히,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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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무리하는 걸 즐긴다”고 말하는 복서 안성재를 떠올리면 드라이브 스타일도 제법 짐작이 됩니다. 이제 본업인 셰프 안성재로도 돌아왔죠. “주방에서 일하던 시간이 너무 그리웠어요.”라고 한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SJ 주방에 있으니 ‘아, 나 요리사 맞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떠나 있는 동안은 몰랐는데, 돌아와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동안 복싱도 하고, <흑백요리사> 촬영도 하고, 새로운 활동도 많이 했지만, 제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공간은 역시 주방이었어요.
GQ 소믈리에 김진범 매니저는 “같은 출연진으로 달라진 배경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라는 흥미로운 표현을 했어요.
SJ 우리가 늘 하는 이야기예요. 각 포지션마다 다르게 느낄 텐데, 저는 셰프로서 답하자면 당장은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 모수가 해왔던 것을 좀 더 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재료의 선택과 활용, 좋은 거래처, 그에 맞는 소스를 찾는 데 공을 들였어요. 출연진은 같아도 공간도, 마음가짐도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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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그리고 가장 달라진 건, 안성재의 인지도죠.
SJ 최근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모수를 오픈하고 찾아주신 분들의 칭찬만 받다 보니 ‘뭘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데’, ‘이 정도만 해도 되나?’라는 마음, 생각이 제 머리를 지배하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차단해야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렇지? 나야, 안성재’ 생각이 드는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제 마음가짐이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고요. 제 잘못이었어요. 재정비해야 한다. 즉시 직원들을 다 불러 전체 미팅을 가졌죠. “새로 시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하자. 우리는 그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백조의 보이지 않는 발버둥처럼 우리의 피나는 노력은 여전할 거고, 나부터 시작할 것이다. 각오해라.”
GQ 무엇이 문제라고 느꼈어요?
SJ 셰프로서 저는 음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음식 만들 때의 마음가짐, 생각, 과정, 사람을 굉장히 주시하는 편이에요. 무엇이 더 맛있고 멋있는 음식일까가 거기서 결정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때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아니었다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까? 최선이 아닌 것을 오케이, 하고 내보내면 우리는 내리막길을 걷는 거예요. 조금 모자랐더라도 그 상황에서 우리 판단에 최선이었다면 그다음도 최선일 수 있고, 계속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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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조희숙 선생님과 함께 모수에서 식사하는 날, 딱 한 마디 내뱉으시더군요. “성재스럽다.” 무슨 말이었을까요?
SJ 셰프님이 늘 좋은 말씀과 응원을 해주셨으니 짐작해보자면 좋은 뉘앙스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칭찬이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겠죠.
GQ 손님들의 코멘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나요?
SJ 손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하나도 버리지 않고 머릿속에 기억해둬요. 다만 거기에 기준을 두지는 않아요. 코멘트한 상황을 그날의 요리, 그때 페어링한 와인, 그때의 서비스로 똑같이 재현해봐요. ‘그 손님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그 사람의 신발 안으로 들어가보고, 상상하는 거죠. 그 상황에 당도해 어디에 빈틈이 있었을까를 고민하면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구나’ 눈을 뜨게 돼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사소한 것까지 보려 노력해요. 그리고 판단하죠. 이것은 바꾸자, 이것은 아직 괜찮다. 어떤 사람에겐 보이지도 않는 것들까지 세세하게 고쳐 나가고, 간혹 아주 예민한 손님들이 그것을 ‘다르다’고 알아봐 주시면 그것이 우리에게 큰 즐거움이에요. 변태죠.(웃음)
GQ 알 것 같네요. 안성재를 두고 “얄밉도록 잘한다”는 말을 하는 이들의 심정을.
SJ 사람의 손과 감각, 감성을 활용해서 만들어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희도 늘 잘하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저를 포함한 팀원들이 우리의 능력을 다해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상황 탓이 아니라 우리 탓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만족해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빈틈이 있었다면 다음에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대비해야 하고요. 지금은 그 빈틈을 채우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새로운 공간이 몸에 익숙해져야 더 영민하게 느낄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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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유튜브 ‘셰프 안성재’, 알라 프리마 김진혁 셰프와의 대화 중 이렇게 말했죠. “요리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감은 어디서든 온다.”
SJ 요리에 관해 말하자면, 전보다는 생각이 많이 분산되어 있긴 해요. 셰프이자 오너로서 사업적으로 고민하고, 신경쓰고, 해결해야 할 일이 늘었으니까요. 지금 모수에는 저와 함께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고, 그들이 채워주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고 요리에 대해 함께 영감을 받고 고민하는 만큼, 저는 사업에 대해 책임지는 거죠. 모수의 음식에 대해서는 최대한 어렵게 생각해서 멋지게 풀어내자는 마인드에는 변함이 없어요.
GQ 안성재가 믿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대체로 어떤 사람인가요?
SJ 진정성 있고 진실되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설명할 줄 아는 사람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껴요. 거기에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으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함께 가죠. 사업 관계에서도 “이 일로 나에게는 이런 이득이 있고, 당신에게 이런 도움이 될 거고, 내가 필요한 것은 이것이며, 당신에게 이것을 해주겠다. 그러면 서로 윈윈이다”라고 이야기하면 투명하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얻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셰프님에게 이렇게 해줄게요”라며 무언가를 의뭉스럽게 숨기는 사람은, 저는 만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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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오너 안성재에 대해 더 이야기해볼까요? 5년 차에 요리를 그만두고 비즈니스 스쿨을 지원했던 얘기를 최근에 밝혔죠? 원래 경영자의 꿈이 있었던 건가요?
SJ 경영자를 꿈꾼 적은 없어요. 당시 캘리포니아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때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들이 레스토랑에 손님으로 왔어요. 그들을 관찰하면서 일찌감치 느꼈어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너무나 힘든 길이라는 것을. 전문직은 너무 어려운 일이니 떠나야겠다고, 단지 도망갈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학비가 비교적 싼 텍사스에서 비즈니스 스쿨 입학 서류에 사인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맞나?’, ‘이 결정이 과연 내가 좋아서 한 건가?’, ‘3년, 5년 후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갑자기 겁이 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제 결정에 대해 후회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그런 직감이 들었어요. 후회할 수도 있겠다.
GQ 마치 예견처럼.
SJ 그러고 나서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힘들어하는지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셰프가 못 돼서? 아니오. 결론은 ‘내가 못해서 힘든 것 같다’였어요. 그러면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만족시키면 덜 힘들지 않을까? 그러곤 딱 결정을 내렸어요. 나의 기준을 높이 설정하고, 그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셰프가 되야겠다. 그리고 셰프님께 돌아가 무릎 꿇었죠. 다시 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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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그때부터 삶이 달라졌나요?
SJ 완전히 달라졌어요.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각, 일을 대하는 생각이 바뀌었죠. 노력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글로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달은 거예요. 그 깨달음이 제게는 정말 좋은 것이었어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라는 자원이 주어지는 건 똑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더 빨리 가고, 더 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셰프로서 제가 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단 한 번도.
GQ 지금 셰프이자 경영자로서의 삶은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SJ 아직까지는 저글링을 하고 있어요. 셰프는 나의 정체성이고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예요. 셰프로서 지속 가능해야 하고 요리사로서 멋도 지켜야 하지만, 그러면서 돈도 벌어야 하죠. 이전 모수에서는 기업에서 재정적 컨트롤을 하며 가이드를 줬지만 여기서는 아무도 저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아요. 제가 하는 만큼 될 거라 생각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장사꾼은 아니라는 거예요. 사업도 잘되고 셰프로서의 멋과 욕심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묻는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오너이자 사업가로서 아직 새내기이고, 누구한테 도움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에요. 진화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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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안성재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요?
SJ 모수라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여기 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그들이 잘할 수 있도록 어떤 때는 세게, 어떤 때는 천천히, 자기 할 일을 최대한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쓰지만 저는 채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픈 채찍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게 알려주는 채찍도 있잖아요. 레스토랑의 규모, 개수가 늘어난다면 소통을 잘하는 리더의 면모가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소통이 잘되면 우리의 포텐셜이 굉장히 커질 테니까요. 우리 사회는 자기 생각만 말할 줄 알지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것 같아요. 아, 남 험담하는 것 빼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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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직원을 뽑을 때 꼭 하는 질문이 있어요?
SJ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 질문 중 “전 직장에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이겨 나갔는가?”가 되게 좋은 질문이라고 느꼈어요. 그의 질문을 따라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 답을 들으면 그 사람이 맡은 바가 뭐였는지, 능력치가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답변자가 얼마나 성실하게 이야기를 하는가예요. 자기의 이득을 위해, 빈틈을 덮기 위해 애매하게 글자 하나씩 바꾸는 사람들이 있죠. 뉘앙스, 억양, 글자 하나하나가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 면을 잘 보려고 노력해요. 소통에서 자기중심적이라는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풍기면 바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돌려보내요.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진실을 말할 줄 알고, 들은 말을 왜곡없이 동료에게 전달하려는 성실함이 있어야 소통이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저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성실함’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게 없다면 빈 껍데기 대화만 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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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느껴요?
SJ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사람.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고 표현하는 전문적인 본모습을 갖추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스위치를 끌 줄도 아는 사람요.
GQ 듣다 보니 셰프, 오너, 복서, 드라이버 뭐 하나 허투루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SJ 사람들이 제게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해요. 제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 집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해요. 쉽게 말해 복싱을 하면서 부상을 당하고 아픔이 있어도 저는 복싱을 해요.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게 두렵다고, 손해 본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요. 제가 마음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해요. 그게 뭐가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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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문득 궁금하네요. 죽음이 두려운가요?
SJ 2주 전쯤인가···. 마침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멋있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죽음이 두렵지만, 나의 소중한 무언가와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용기를 낼 것 같기는 해요. 출근할 때, 복싱 할 때, <흑백요리사>를 촬영할 때나 오늘처럼 인터뷰 촬영할 때, 늘 소소하게나마 용기를 내요. 직원들에게도 늘 이야기하죠. “용기를 내라”. 아끼는 무언가를 희생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일들이 영화에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상황이 제게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 삶 속에는 언제 어디서든 영화같이 황당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만약 그런 상황이 내게 온다면 당연히 두렵겠지만, 그럼에도 주저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용기를 낼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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