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tsOnlySummer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극단으로 치달은 블록코어 트렌드는 급기야 축구화를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

요즘 스니커즈 세계에서 축구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25년 가장 핫한 신발 중 하나는 나이키의 클래식 T90 축구화를 스트리트 스타일로 재해석한 복고풍 모델이다. 메시 역시 아디다스 삼바의 자신만의 컬러웨이를 출시했고, 아디다스는 프레데터의 라이프스타일 버전을 주류로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리복조차도 작년에 아카이브 모델인 해머 스트리트를 재출시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스트리트볼 스타일의 실루엣이 일상용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렇듯 축구는 모든 면에서 뜨고 있지만, 농구화나 러닝화처럼 완전히 스니커즈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농구화나 러닝화는 경기장이나 트랙에서 근처 편의점이나 카페까지 그대로 걸어갈 수 있다. 하지만 축구화는? 스터드가 닳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전에 꼭 벗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소셜 미디어 스니커즈 트렌드는 이렇게 가정한다. 꼭 그래야만 할까? 그러니까 축구장 밖에선 꼭 축구화를 벗어야 하냐는 질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BootsOnlySummer다. 이 트렌드는 처음에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터드가 달린 축구화를 아스팔트나 타일 바닥에서 신는 것이 비실용적이라는 점은 무시한다. 그저 그것을 하나의 무드로 받아들인다. 헐렁한 배기 핏 청바지, 버뮤다 팬츠, 스웨트 팬츠 등과 함께 배치한다. 처음에는 SNS 상의 깜짝 콘텐츠처럼 보였던 이 트렌드는 곧 그 영역을 넘어섰다. 가령, 가수 로살리아는 멧 갈라 피팅을 가는 길에 뉴발란스 442 프로 FG V2 축구화를 신고 뉴욕 거리 위를 걸었다. 그의 호텔에서는 카펫 보호를 위해 축구화를 벗으라고 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블록코어 트렌드의 비논리적 극단처럼 보이는 #BootsOnlySummer는 미학적으로는 분명 뭔가를 건드린다. 기술적으로 보이는 메탈릭 축구화와 프릴 스커트, 잘라낸 디키즈 반바지 조합의 대비는 확실히 ‘룩’이다. 그러나 실용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경기장 위에서 축구화를 신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축구화는 잔디가 덮인 경기장 외 장소에서는 편한 신발이 아니다.

축구화는 본질적으로 발에 꼭 맞게 제작된다. 그걸 신고 인도 위에서 몇십 걸음만 걸어도 폴리우레탄 밑창이나 나이키 줌 유닛의 푹신한 착용감을 그리워진다. 또한 축구화의 내구성에도 좋지 않다. 잔디나 흙이 아닌 바닥에 닿으면 스터드는 빨리 닳는다. 좋은 축구화는 가격도 만만치 않다. 잠깐 멋을 위해 신고 나갔다가, 이번 여름 당신의 동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날릴 수도 있고—혹은 수백 달러를 날리고 새 신발을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otsOnlySummer 트렌드는 쉽게 사라질 기미가 없다. 내년까지 이 트렌드가 살아남는다면, 참여자들은 아디다스 FP50 아디프레임이라는 새 축구화를 만나게 된다. 이 모델은 스터드 위에 덧씌울 수 있는 반투명 밑창이 장착되어 있어 경기장 밖에서도 착용할 수 있다. 물론 스니커즈 씬에서는 트렌드가 순식간에 바뀌므로, 내년쯤 되면 크록스를 신고만 축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