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을 택하든 더 못 버틸 것 같을 때까지 밀어 붙여야 근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인류가 처음으로 무거운 것을 들었다가 내려놓은 이후, 이런 논쟁은 늘 있어 왔다. 근성장에 고반복의 가벼운 무게가 근육에 좋을까, 아니면 저반복의 무거운 무게가 더 효과적일까? 파워리프터이자 박사인 레인 노튼은 이렇게 말한다. “무거운 중량이 근육 비대에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겠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노튼은 운동생리학 및 단백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맥마스터 대학교의 스튜어트 필립스 교수를 인용한다. 필립스는 근육 성장과 근단백질 합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벼운 중량으로 실패 직전까지 수행하는 훈련이 무거운 중량으로 실패까지 가는 훈련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밝혀낸 학자 중 한 명이다. 쉽게 말해, 무거운 중량 없이도 근육은 커진다. 다만, 기구 앞에 딱 붙어 집중하고,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지점 직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이 논쟁을 둘러싼 연구는 지난 15년간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다. 노튼은 초기의 근력 및 저항 훈련 문헌은 그다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훈련 강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의 연구들에서는 ‘무거운 중량 vs. 가벼운 중량’ 비교 시 양쪽 모두 실패에 근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그저 적은 무게만 들었을 뿐 훈련의 질은 낮았던 것이다.
과거에는 근력은 고중량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오늘날 연구 데이터를 보면, ‘실패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가(proximity to failure)’만 근사치로 맞춘다면, 고중량-저반복이든 저중량-고반복이든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노튼은 말한다. 즉 한계치까지 닿는다면 고중량과 고반복이 같은 효과라는 의미다.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근력은 저반복, 근성장은 중간 반복(6~15회), 지구력은 고반복이라는 조언이 정석처럼 여겨졌다. 지금도 이 조언은 흔히 들을 수 있다. 노튼 본인도 과거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간 반복이 근성장에 적절하다는 실용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좋은 가이드라인이라고 본다. “중량이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아서 겁먹을 필요 없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서 실패에 근접하기 좋죠. 세트 하나 하는 데 1분 이상 걸리지도 않고요.” 반면, 아주 가벼운 무게를 실패 지점까지 가려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점진적 과부하’는 무게만 올리는 게 아니다
운동 능력을 키우는 데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점진적 과부하다. 즉, 꾸준히 훈련 강도를 높여줘야 근력도 늘어난다는 원리다. 대부분 이걸 무게를 늘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다. 노튼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과부하’라는 말만 듣고 무게에만 집착하죠. 하지만 반복 횟수를 늘리는 것도 점진적 과부하고, 실패에 가까운 ‘하드 세트’를 더하는 것도 과부하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 같은 3대 운동은 동시에 기록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급 트레이너를 위한 팁으로, 운동 과학자 제임스 크리거는 ‘볼륨 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방식은 특정 근육 부위에 3~4개월간 집중해서 점진적 과부하를 걸고, 그 외 부위는 유지 모드로 돌리는 것이다. 그 후 다른 부위로 목표를 바꿔간다.
아무쪼록 한계까지 갈 것
노튼은 ‘잉여 볼륨(junk volume)’을 경계한다. 이는 적당히 들기만 해서 아무 적응도 일어나지 않는 세트를 말한다. “솔직히 대부분의 헬스장 이용자들은 잉여 볼륨만 하고 있어요. 한계에 가까워질 때까지 안 밀어붙이니까요.” 초보자와 중급자일수록 50가지 운동을 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어느 하나도 깊게 파고들지 못하게 된다. 반면, 만약 누군가 10파운드 덤벨로 벤치프레스를 하며 진짜로 5파운드도 못 들게 될 때까지 반복한다면, 분명 성장한다. 다만, 엄청 오래 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