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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석 “강유석은 아직은 프리 코러스고 이제 훅이 나올 거예요”

2025.05.28.하예진

양은명, 엄재일 그리고 강유석.

브라운 재킷, 어네스트 W. 베이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GQ 오늘은 삐딱선 탄 은명이를 콘셉트로 요청드렸죠.
YS 안 해본 무드라 재밌겠다 싶었는데 평소에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아서인지 자꾸 착하게 나오더라고요. 이런 불량한 바이브가 부족하구나 생각했어요.
GQ 그보단 주위에서 예쁨 받는 좋은 사람이구나 싶던데요. 소속사 직원 총출동하고, 조금 전엔 이종석 배우도 촬영장에 응원 왔잖아요.
YS 지금 드라마 <서초동> 같이 촬영 중이거든요. 단톡방에 뭐 하는지 얘기 나누다 화보 찍고 있다 했더니, 형이 마침 이쪽 지나간다고 얼굴 보러 와 주셨어요.
GQ 최근엔 은명이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죠? 은명이가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는데, 은명이 최대의 효도는 뭘까요?
YS 효도한 게 있나?(웃음) 손자를 빨리 보게 한 것도 약간의 효도 아닌가.
GQ 그건 부모님 입장도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최대 불효는요?
YS 사고 쳐서 제일이를 데리고 온 게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은명이가 감옥에 가서 아버지가 배를 판 것도 불효지만, 배를 판 것보다 큰 불효는 배를 타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그때 엄마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제일 크게 울었거든요.
GQ 극 중에서 애순과 관식이 각각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을 주잖아요. 누구나 들어봤을 질문인데,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YS 은명이한테 제일 컸던 건 아빠가 매년 몰래 생일 챙겨준 걸 거예요. 동명이 기일이랑 비슷해서 생일이 없는 듯 컸잖아요. 제가 연기한 부분에서는 배 타러 갔다 돌아왔을 때 엄마가 “아니야 내 잘못이야” 하며 우시는 장면에서 유석이도 은명이도 정말 울컥했어요. 엄마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요. 근데 내 편 들어주며 미안하다고 하는 데서 어머니라는 존재의 사랑이 다 느껴져서요. 사실 아빠가 더 잘해줬는데 엄마를 택하게 되네요.(웃음)
GQ 은명이도 그렇지만 현실의 강유석이 ‘폭싹’ 어버이에게 잘 하잖아요. 명절에 박해준, 문소리 씨에게 할머니가 직접 말리신 곶감도 선물했다고요.
YS 선배님들이 유튜브에서 언급해주셨는데, 그걸 또 부모님이 보시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최근엔 두릅 철이라 따서 보내드렸어요. 부모님이 귀농하셨는데 집에 두릅나무도 몇 그루 있거든요.
GQ 다음은 뭐예요?
YS 늦여름쯤 감자가 가지 않을까···.(웃음)

니트 톱, 아미리. 재킷, 팬츠, 슈즈, 모두 어네스트 W. 베이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버킷 햇, 폴로 랄프 로렌. 벨트,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실제로는 어떤 아들이에요? 강유석도 둘째죠?
YS 은명이랑 저랑 둘째 모먼트들이 비슷했어요. 제가 금명이랑 통화하면서 “너 때문에! 너 때문에!” 하는 장면을 친누나가 보고 제 말투 같다고 하더라고요.
GQ 현실 남매 생활 연기였군요.
YS 명절에 아빠 차 타고 할머니 댁 갈 때, 에어팟이 없어서 휴대 전화 스피커로 유튜브를 보면 동생은 “아 시끄러워!” 하고, 저는 “소리 제일 작게 했어!” 이런 말다툼하다 싸우기도 하거든요. 그런 현실 남매 모먼트들이 비슷하죠.
GQ 둘째라서 생긴 습관이나 성격도 있어요?
YS 어렸을 때 자주 체했어요. 반찬은 한정돼 있는데 누나랑 여동생이 양보해주지 않으니 더 빨리 먹어야지 하는 식탐이 있었나 봐요.
GQ 보통은 둘째한테 서러운 순간을 묻는데, 둘째의 특권도 있었나요?
YS 마음의 부담이 덜했죠. 누나가 무의식 중에 항상 K-장녀의 무게감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부모님한테 말하기가 쉽지 않았대요. 저는 비싼 연기 학원 보내달라고 하고, 서울 왔다 갔다 하게 용돈 달라고 하고 그랬거든요. 누나가 성숙하게 지낸 덕에 철없음을 제가 맡을 수 있었죠.
GQ 요즘은 복싱을 시작했다고요.
YS 벌써 소문이 거기까지···.(웃음) 뭔가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언제 배우지 하다가 맨날 미루는 거예요. 작년부터 테니스랑 함께 배워야지 하고, 영어는 한 2년째 ‘배워야지’만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싫어서 올해 초에 ‘그냥 하자!’ 질렀어요. 영어도 배우고요. 조금씩 좀 더 나은 제가 되기 위해서요.
GQ 올해는 실천하는 해네요.
YS 작품 외적으로 사람 강유석으로서도 자존감도 높이고 뭔가 더 해내고 싶어서 시간을 쓰고 있어요. <서초동> 촬영 끝나면 테니스 무조건 할 거예요. 프리 다이빙이랑 클라이밍도 해보고 싶고요.

재킷, 팬츠, 삭스, 슈즈, 모두 구찌.

GQ <언슬생>에서 전직 아이돌 출신 의대생 엄재일 역을 맡았죠. 재일이는 원 히트 원더 아이돌인데 강유석의 필모는 그와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YS 영 히트 원더인가요?
GQ 아니요, 너무 꾸준해서요. 2018년부터 죄수, 난민, 동성애 고등학생까지 정말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으로 속속 숨어 있더라고요.
YS 최근에 종석이 형이랑 얘기하다 “형, 근데 <사의 찬미>에 저 나온 거 알아요?” 하고 물어봤어요. 형은 주인공이었고 저는 완전 단역이라 마주칠 일도 없었지만요. ‘이랬대 저랬대’ 한두 마디 하면서 정보 전달하는 역할 있잖아요.
GQ 그때는 단역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YS 그래서 형이랑 두 번째 작품 같이 한다며 웃었어요.
GQ 필모에 귀엽고 철부지 같은 배역이 많더라고요. 소년미가 느껴지는 얼굴 때문에 배역이 제한될까 봐 고민하기도 해요?
YS 최근에 그런 고민을 하긴 했는데, 사실 좋아요. 좀 더 나이 들면 소년 같은 역할은 못 할 것 같아서요. 30대에 소년미를 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아서, 지금은 너무나 소년을 즐기는 중입니다.
GQ 배우에게 누굴 닮았다고 하는 게 실례일 수 있지만, 전 강유석의 이미지에서 몇몇 배우가 떠올랐어요. 누구였으면 해요?
YS 조정석 선배님의 에너지를 닮고 싶어요. 그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되게 밝은 기운이 느껴져서요. 저도 관객들한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요.

베이지 재킷, 디올 맨.

GQ 오늘 너무 샤이하게 인사하시던데, 취미도 독서 모임이라기에 내향인이 아닐까 합리적 추측을 해봤습니다.
YS 낯 가려서 그래요. 독서 모임에서 제가 제일 말 많은 사람일걸요? 독서 모임은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와 친구의 친구 대여섯 명이 모여서 이거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 하면, 나는 저랬어 한두 시간 돌아가면서 얘기하는 거예요.
GQ 최근엔 어떤 책으로 생각을 나눴어요?
YS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는데, 주인공이 수도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지내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이야기가 끝나거든요. 저는 제목처럼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으로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인지했는데, 다른 친구는 그게 되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하는 거예요. 피해 볼 가족들은 어떡하냐며 시대상까지 생각하면서. 다들 관점이 다양한 게 신기해요.
GQ 강유석은 어떤 관점으로 읽어요?
YS 저는 ‘F’라 저 상황에 난 저럴 수 있을까 하고 공감하는 입장이거든요. 근데 재밌는 게, 어떤 친구는 숙제하듯이 분석해와서 생각을 늘어놔요. 같은 책을 이런저런 관점에서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어서 얘기하다 보면 재밌어요.
GQ 복싱과 독서 모임 그리고 필사가 평행하는 사람이라니. 재밌네요.
YS 맨날 쓰는 말만 쓰다 보니 제 어휘력이 너무 정체돼 있다는 걸 느꼈어요. 생각해보니 꾸준히 책을 읽은 것도 학생 때가 마지막이더라고요. 글 끄적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안 쓴 지도 오래됐고 해서 올해부터 시작했어요. 필사는 좋은 구절을 모아둔 필사책 샀어요. 그냥 매일매일 한 줄씩 읽어보고 써보고 뱉어보고, 흥미로운 문장이 있으면 전체 책도 사서 읽어보고 해요.
GQ 새롭게 좋아하게 된 문장 있어요?
YS 최근 <서초동> 단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거든요? “편하고 괜찮은 상태를 한동안 유지하다 보면 아리고 저리고 쓰리고 후비고 찢기고 뻐근하고 미뤄졌던 마음이 시나브로 아무는 것을 느낀다.”
GQ 감동 글귀 보내는 아빠 같아요.
YS 좋은 글도 한 번 쓰고 말하고 나면 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좋은 글귀 있으면 이렇게 카톡으로 써서 단톡에 올려요.

화이트 네크리스, MM6 메종 마르지엘라 by 아데쿠베. 슬리브리스, 버킷 햇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재일이처럼 ‘한 방’의 기회가 온다면 어때요? 인생에 단 한 번 메가 히트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언제 쓸 거예요?
YS 지금 빨리 히트시켜야죠. 메가 히트를 하면 그 기운이 어느 정도 계속 갈 거 아니에요. 아껴놓지 말고 당장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GQ 오늘 자기 전에 chatGPT에게 질문을 한다면 뭘 물어볼 거예요?
YS 앞으로 강유석의 행보는 어떨 것 같아?
GQ 점을 보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YS 그럼, 강유석의 제일 큰 매력은 뭔 것 같아? 없다고 하면 어떡하죠?
GQ 한번 쳐볼게요. 얼굴이 맑은데 감정선이 단순하지 않대요.
YS 어? 좋은데요?
GQ 연기를 보면 내면이 울퉁불퉁하고 갭과 여백이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 계산된 서툼과 완성된 배우가 아니라 오히려 매력. 밝은데 단순하지 않고 서툰 듯 능숙한 사람. 한 번 보면 지나칠 수 있어도 두 번 보면 계속 보게 되는 ‘볼매’.
YS 맞아요. 강유석은 아직은 프리 코러스고 이제 훅이 나올 거예요.

포토그래퍼
김희준
스타일리스트
이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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