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전문의에 따르면 맨발로 걷거나 심지어 달리는 것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당장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발가락신발을 신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면과 직접 접촉하는, 일명 그라운딩 또는 어싱이라 불리는 이 습관은 웰니스 마니아 사이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행해온 방식이다. 스스로를 ‘인간 생물학자’라 칭하는 팟캐스트 진행자 개리 브레카 역시 이 방법을 지지한다. 디팍 초프라도 마찬가지다. 아치 매닝도 예외는 아니다.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 아베베 비킬라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며 금메달을 땄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어떨까? 맨발로 걷는 것이 과연 정말로 좋을까? 집 근처 크고 작은 공원과 유원지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길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맨발 걷기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족부 전문의들에게 들어보자.

맨발로 걷기의 5가지 이점
노스웰 헬스의 족부 전문의 일리야 마카롭스키 박사에 따르면, 단순히 맨발로 걷는 걸 즐기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는 걸 좋아합니다. 저도 그래요,”라고 그는 말한다. 하루 종일 불편한 신발에 갇혀 있던 발을 땅에 딛고, 잔디 사이로 발가락을 밀어 넣는 느낌 혹은 거실의 카펫 위를 걷는 느낌은 그 자체로 이완을 준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맨발 걷기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다만, 마카롭스키 박사는 이로 인해 인생이 바뀔 만큼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이 효과들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다.
고유 감각 향상
맨발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고유감각, 즉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럭스포디애트리의 족부 및 발목 외과 전문의 수잔 C. 푹스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맨발 걷기는 발로부터의 감각 피드백을 증가시켜, 발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킵니다.” 마카롭스키 박사도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발에는 신경 말단이 있습니다. 땅과 접촉할 때 이 신경들이 정보를 뇌로 보내죠.” 두 전문의는 이러한 감각이 균형과 협응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실제로 단 3분간의 맨발 걷기만으로도 자세와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발의 근력 강화
정형외과적 문제가 없다면, 맨발로 걷는 것이 발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푹스 박사는 맨발로 걸을 때 발 근육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발과 발목을 더 많이 사용하면 보행 능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보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보다 안정적인 자세와 강한 보폭으로 이어진다. 푹스 박사는 “맨발 걷기는 보다 자연스러운 보행을 유도해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보행 개선이 크게 필요하지 않겠지만,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관절·무릎 수술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절 가동 범위 향상
발이 뻣뻣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예컨대 불편한 신발을 오래 신었거나 관절염을 앓는 이들은 맨발 걷기를 통해 관절 가동 범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푹스 박사는 “신발 없이 걷는 것은 발과 발목의 움직임을 더 자유롭게 합니다. 이는 특히 발가락과 아치 부분의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 전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은 발 건강에 중요하죠”라고 설명한다. 즉, 신발은 움직임을 제한하고 맨발은 자유를 준다. 그래서 더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고 능력 향상에 도움
맨발로 걷는 것이 인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는 혈액 순환이 좋아지기 때문인데, 뇌로 더 많은 피가 흐르면 사고력도 향상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주 4회씩 12주 동안 40분간 맨발로 걸었을 때 인지 속도가 빨라지고 집중력 지속 시간이 늘어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6분간 맨발 달리기를 한 사람들의 기억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감소
특히 자연 속에서의 맨발 걷기, 즉 ‘그라운딩’은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다. 자연이 주는 심리적 혜택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맨발 걷기 또한 이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꾸준히 맨발로 자연 속을 걷는 것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운동화 대신 맨발로 자연 속을 걷는 이들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컸다고 한다.
맨발 걷기가 좋지 않은 사람
모든 사람에게 맨발 걷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마카롭스키 박사는 아치가 높은 발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맨발 걷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이들은 발바닥 앞쪽과 뒤꿈치에 압력이 집중되어 굳은살이 생기기 쉬운데, 맨발로 걸으면 이 부위에 더 많은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발이나 양말이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한다. 평발인 사람에게도 맨발 걷기는 적합하지 않다. 마카롭스키 박사는 “평발은 아치가 무너진 상태로, 근육이 더 많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신발의 지지 없이 걸으면 발이 쉽게 피곤해집니다”라고 설명한다. 비만인 사람에게도 맨발 걷기는 좋지 않다. 충격 흡수가 줄어들어 발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맨발로 걸을 장소가 안전한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핑커 박사는 “맨발 활동은 반드시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마카롭스키 박사는 “도시 환경은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핑커 박사에 따르면 가장 안전한 맨발 걷기 장소는 체육관의 매트 위다. 잔디 위도 괜찮지만, 돌멩이나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맨발 달리기나 비브람 슈즈는?
그렇다면 아베베 비킬라처럼 맨발로 달리는 건 어떨까? 혹은 요즘 유행하는 발가락이 분리된 비브람 슈즈를 신고 달리는 건? 마카롭스키 박사는 맨발 달리기를 권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맨발 걷기가 보행 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듯, 맨발 달리기는 더 급격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는 “맨발로 달리면 주로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반복적인 충격이 누적되며 스트레스 골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맨발이나 미니멀리스트 슈즈로 달리고 싶다면 매우 점진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걷기부터 시작하고, 발에 통증이 생기면 중단하세요”라고 조언한다.
맨발로 생활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은 맨발 달리기에 능숙할 수 있지만, 이는 발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카롭스키 박사는 “맨발로 생활하면 뼈 구조가 바뀝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 뼈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발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얇은 발 뼈는 강한 충격을 계속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달리기 선수들은 쿠션이 많은 운동화를 신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본인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안전한 장소에서 맨발로 걷는 것은 괜찮다. 다만 이 효과가 지속적으로 맨발로 다닐 만큼 크지는 않으며, 맨발 달리기는 선수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