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운동선수는 호흡법을 훈련한다. 명상가는 호흡을 다스린다. 공부할 때, 달릴 때, 무거운 물건을 들 때까지. 각각의 상황에 맞는 호흡법이 있다. 숨을 쉬는 방식 하나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며, 깊은 잠에 들 수 있다.

하루 2만 번 호흡
우리는 하루에 약 2만 번 이상 숨을 쉰다. 제대로 호흡하고 있을까? 이게 맞나? 크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보통은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니까. 하버드의대의 Dr. Anthony Komaroff는 “잘못된 호흡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집중력 저하와 피로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운동할 때, 일할 때, 잘 때 등 각 상황에서 요구되는 호흡 방식은 다르며, 이를 인식하고 숨을 쉬는 것이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에 중요하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운동할 때: 복식호흡
운동할 때는 ‘복식호흡(Diaphragmatic breathing)’이 기본이다. 말 그대로 가슴이 아니라 배로 숨 쉬는 방법으로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배가 천천히 올라오는 걸 느껴야 한다.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배만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게 포인트! 그리고 입술을 살짝 오므려서 ‘후~’ 소리 나게 더 천천히 숨을 뱉으면 된다. ‘Journal of Sports Sciences’에 따르면, 복식호흡은 폐의 하부까지 공기가 들어가 산소 공급이 훨씬 원활하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도 더 빨리 제거되기 때문에 운동 지속시간도 늘어난다.
– 유산소 운동(달리기, 자전거) :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길게 내쉬는 것이 좋다. ‘University of New Mexico’ 연구에 따르면 러닝에서는 2:2 호흡법(두 걸음 들이쉬고 두 걸음 내쉬기)이 리듬 유지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
– 무산소 운동(웨이트 트레이닝): 힘을 줄 때 숨을 내쉬고, 이완할 때 들이쉬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통해 복압을 안정화해 척추를 보호하고 근력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무게를 들 때는 ‘후~’ 하고 숨을 내쉬며 힘을 쓰고, 원위치로 돌아올 땐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자.

공부할 때: 코로 천천히, 깊게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는 천천히, 규칙적으로 호흡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호흡 속도가 느려지면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빠르고 얕은 흉식호흡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고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호흡 하나로 시험 전 불안감도 해결할 수 있다. 공부 시작 전 4초 들이쉬고 6초 내쉬는 호흡을 5분간 반복하자. 심박수도 안정되고 긴장이 줄어든다.
일할 때: 스트레스 해소용 호흡 루틴 만들기
한 자세로 오래 일하면 몸이 굳으면서, 흉식호흡을 하게 된다. 일할 때 추천하는 호흡법도 있다.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는 집중력 회복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90분마다 1분 호흡 루틴을 권장했다.
– 박자 호흡법(Box Breathing): 해군 특수부대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4초 마시고, 4초 멈추기, 4초 내쉬기, 4초 멈추기를 반복한다. 90분마다 이 호흡법을 3회 반복하자.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 심리학자 Andrew Weil 박사의 4-7-8 호흡법도 업무 중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4초 마시고, 7초 멈추고, 8초 내쉬는 방식이다.
걷거나 달릴 때: 리듬을 지켜야 지치지 않는다
걷기나 달리기를 할 때는 호흡이 움직임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달리기에서는 들숨과 날숨이 좌우 균형을 맞추며 이뤄져야 옆구리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들이쉴 때 발걸음과 맞춰보자. 규칙적 리듬이 심폐 효율을 높인다.
– 걷기: 3:3 호흡(3보에 들이쉬고 3보에 내쉬기)
– 달리기: 2:2 또는 3:2 호흡을 사용해 보자.

쉴 때, 명상할 때: 코로 깊고 느리게
명상이나 이완 상태에서는 호흡을 최대한 느리게, 깊이 하라는 연구가 많다. ‘UCLA 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의 연구에 따르면, 6초 호흡(6초 들이쉬고 6초 내쉬기) 정도로 느린 호흡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하다고 한다. 자기 전 잠이 안 온다면 이 호흡법을 5분 반복해 보자. 잠이 잘 온다. 잠들기 전, 연인과 영상통화를 하며 같이 숨을 쉬는 것도 좋은 방법!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복압을 이용한 호흡법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일시적으로 숨을 ‘흡!’ 하고 멈추고 들자. 들기 직전 숨을 마시고, 힘주는 동안 짧게 참았다가 안전하게 내리며 내쉬자.
잘 때: 코로 숨 쉬는 습관이 숙면을 부른다
수면 중에는 코호흡이 입호흡보다 산소 공급 효율이 높다. 코로 숨 쉴 때 공기가 코 안의 섬모와 점막을 지나면서 따뜻해지고 습도가 조절되며, 이물질이 걸러진다. 산화질소는 기도를 확장해 산소가 폐 속 깊이 들어가도록 도와주고, 혈류를 증가시켜 산소 공급을 더욱 원활하게 한다. 잘 때 입으로 숨을 쉬면 혀가 기도로 더 쉽게 떨어지고,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