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배수구가 머리카락으로 막히기 시작했다. 방어선이 무너진 걸까? 이제 때가 된 걸까? 불안감에 인터넷을 뒤지고, SNS에 떠도는 민간요법까지 닥치는 대로 시도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방법들, 효과는 있을까?

맥주 효모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난다 / 과학적 근거 부족
맥주 효모는 단백질, 비타민 B군이 풍부해 건강 보조제로 쓰인다. 하지만 직접적인 발모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탈모에 비타민 B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에게서 맥주 효모가 발모를 촉진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머리에 마늘즙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 / 일시적 도움은 있다
강한 자극을 주는 마늘은 항염 작용이 있어 원형탈모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한다. ‘Indian Journal of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마늘겔을 바른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발모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극성 접촉피부염 등 부작용도 상당해, 무분별한 사용은 오히려 두피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검은콩을 꾸준히 먹으면 머리가 덜 빠진다 / 부분적으로 사실
탈모에는 검은콩. 탈모인에게는 공식과도 같은 말이다. 검은콩에는 이소플라본과 안토시아닌, 단백질이 풍부해 남성형 탈모(MPB)와 관련 있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Journal of Medicinal Food’에 따르면 식사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결론은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천연 샴푸만 쓰면 탈모가 멈춘다 / 애매하다
천연 샴푸는 자극이 적어 두피 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탈모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탈모는 유전, 호르몬, 스트레스, 질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샴푸는 그저 보조적 역할에 그친다고. ‘International Journal of Trichology’에 따르면 샴푸 성분이 탈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했다.
머리를 안 감는 게 머리카락에 좋다 / 오해다
‘머릿기름이 천연 보호막이 된다’는 믿음 아래 머리를 며칠씩 안 감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모낭 막힘, 염증, 세균 증식을 유발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Dermatologic Clinics’에 따르면 청결한 두피 상태 유지가 모발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양파즙을 바르면 머리가 난다 / 원형탈모만 일부 효과 있음
2002년 ‘Journal of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양파즙을 바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원형탈모 회복률이 높았다고 한다. 항산화 성분과 유황이 모낭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것. 하지만 냄새, 자극, 접촉성 피부염 유발 가능성도 크고, 모든 유형의 탈모에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홍삼이 탈모를 예방한다 / 가능성은 있음
‘Journal of Ginseng Research’에서는 인삼 사포닌(Rg3)이 모낭 세포의 성장 인자 발현을 증가시키고, 탈모 유발 호르몬 억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동물실험 단계지만, 건강 보조제로의 가능성은 일부 입증되었다. 단, 용량과 효과가 개인차가 크고, 검은콩처럼 의학적 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두피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하면 머리가 난다 / 간접적으로는 도움
2016년 ‘ePlasty’에 실린 일본 연구에서는 하루 4분간 두피 마사지를 24주간 시행한 결과, 모발 굵기가 두꺼워졌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모발 수를 늘리진 않지만, 혈류 개선, 스트레스 완화, 모낭 기능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모자 자주 쓰면 머리가 더 빠진다 / 사실이 아니다
모자를 자주 쓴다고 해서 모근이 약해지거나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너무 꽉 조이는 모자나 땀 배출이 어려운 소재는 두피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즉, 모자 자체보다는 청결 유지와 통기성이 더 중요하다.
탈모는 유전이니까 방법이 없다 /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탈모는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방이나 완화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FDA 승인 치료제로는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 미녹시딜 등이 있으며, 이들의 효과는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최근에는 PRP(자가혈 혈장요법), 모발 이식, 탈모 전문 영양제 등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유전은 운명이 아니다. 대처의 기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