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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꺾어 들어가 푸지게 먹고 싶을 때, 서울 택시 기사들의 식당 18

2025.06.10.김은희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 속 풀고 싶을 때 】

역삼동북어집

MENU 북어찜백반 1만원 | “찜인데 국물이 자작하니 칼칼해서 해장하는 데 좋아요.” 택시 운전 경력 20여 년인 조성철 기사님의 속풀이 메뉴는 북어찜백반. 북어 하면 떠오르는 뽀얀 국이나 하얀 찜 스타일이 아닌, 배 갈라 넓게 편 북어 한 마리를 숭덩 썬 양파와 고추가루로 빨갛고 얼큰하게, 국물 낙낙하게 쪄낸 스타일이다. 과거 대로변 위치에서 골목 안으로 옮겨 이제는 주차가 4대만 가능하지만, 때문에 “속 풀고 싶은 날 얼른 가게 된다”는 연륜의 해장집. 📍강남구 논현로85길 5-14

상암순대국

MENU 순댓국 9천원 | “이 집은 원하는 대로 줘요. “머릿고기만 주세요” 하면 머릿고기만 주고, “내장만 주세요” 하면 내장만 주고. 섞어서 주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달라는 대로 주니 좋더라고요.” 무사고 30년 경력의 김승수 기사님이 기분 따라 순댓국을 골라 먹고 싶을 때 찾는 상암순대국은 상호명과 달리 위치는 망원동이다. 망원한강공원 가는 나들이 길에 머릿고기와 오소리감투, 순대로 구성된 모둠 안주를 포장해가는 손님도 눈에 띈다. 📍마포구 희우정로 124

하나감자탕

MENU 뼈해장국 1만1천원 | “다른 데는 뼈해장국에 뼈 2대 주잖아요, 여기는 4대 줘요.” 택시 운전한 지는 1년 반, 지난 25년간은 대기업 참모 운전기사를 수행했다는 한양우 기사님이 꼽은 하나감자탕의 특장점은 푸짐함 그리고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국물”이다. 뼈의 개수가 풍성한 고기 양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뚝배기당 평균 4~5대, 그 뼈를 발골하느라 손가락이 아프다는 무수한 증언이 마음 흐뭇하도록 넉넉한 매력을 뒷받침한다. 📍관악구 신림동 1432-111

【 칼질하고 싶을 때 】

❹ 오박사네왕돈까스

MENU 돈가스 1만2천원 | “혜화동에서 성북동 넘어가는 데 거기에 유명 돈가스 본점 3개가 다 있어요.” 이 동네 돈가스 격전지는 서울왕돈까스, 오박사네왕돈까스, 금왕돈까스다. “셋 다 맛있어요. 나는 오박사네왕돈까스에 더 자주 가기는 해요.
기름 맛이 조금 더 깔끔하달까?” 주저없이 순댓국집을 추천한 30년 택시 드라이버 김승수 기사님이 성북동 최고 돈가스 맛집은 쉬이 고르지 못한 연유를 알 만하다. 성인 남성 손바닥보다 큰 넓적한 돈가스에 듬뿍 뿌린 연갈색 경양식 소스, 날이 추울 땐 미역국, 더울 땐 오이냉국이 곁들여지고, 쌈장과 풋고추가 사시사철 함께하는 호탕한 구성이 세 곳 다 비슷하다. 일명 기사 식당 돈가스 스타일. 미묘한 맛 차이에 따른 선호도는 개인 취향에 맡길 수밖에. 📍성북구 혜화로 80

❺ 가나돈까스의 집

MENU 돈가스 1만2천원 | “그렇잖아도 방금 이 집에서 먹고 나왔어요.” 10년째 택시를 몰며 손님 태우다 닿는 이 동네 저 동네 아무 데서나 우연한 점심 한 끼를 즐긴다는 강삼규 기사님은 강남에서는 가능한 한 가나돈까스의 집에 들르려 한다. 주차가 편하고(세워진 택시 수만 봐도 소문난 기사 식당이구나 싶다), 무엇보다 “옛날 맛” 때문이다. “기사들이 다 나이가 있다 보니까 옛날 먹던 그 맛에 입맛이 당기죠.” 1989년에 개업한 이곳은 기사 식당 돈가스답게 푸짐한 경양식 스타일, 수북한 오이고추 그리고 마치 카레처럼 건더기가 보이는 소스가 눈에 띄는데, 이에 반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은은한 풍미가 전해지는 분명한 비법이 있다. 돼지고기 밑간을 소금과 후추로 하는 대신 마늘, 양파, 사과 등을 달여 만든 수제 맛간장으로 한다. 📍강남구 언주로 608

【 노포 연륜 맛보고 싶을 때 】

❻ 송림식당

MENU 돼지불고기백반 1만1천원 | “여기 모르는 택시 기사는 없을걸요. 오래됐고 유명해요. 할머니가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건물을 3층까지 올렸어요. 앞에 주차 정리해주는 사람만 해도 몇 명 돼요.” 10여 년 택시 운전 경력의 박운순 기사님의
묘사 따라 어떤 맛은 일군 규모로 설명되기도 한다. 1981년에 시작한 송림식당은 기사 식당이 여럿 모여 있는 자양동에서도 장군감인 곳. 불판 위 돼지불고기를 잘게 잘라 마늘과 상추를 찢어 넣고 고추장 한술에 밥, 기호에 따라 반찬도 넣어 비벼 먹는 방식이 손님들 사이 대대로 내려온다. 곁들여지는 신선한 선짓국도 이 집의 얼굴. 📍광진구 자양번영로 79

❼ 대성집

MENU 도가니탕 1만3천원 | “옛날,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지 뭐.” 정부기관에서 32년 10개월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 5년째 택시를 운행 중인 이산능 기사님에게는 그 시절 입맛이 남아 있다. 삼계탕은 토속촌(종로구 자하문로5길 5), 설렁탕은 이남장(본점 중구 삼일대로12길 16), 도가니탕은 대성집. 다행인 점은 세 곳 모두 그때 맛과 비슷하다는 것. “그때나 지금이나 진국들이에요. 특히 도가니 같은 건 잘못 끓이면 냄새도 나고 너무 물렁물렁해지기 십상인데 대성집은 냄새 안 나고 적당하게 잘 삶아요.” 1973년에 시작한 이남장 설렁탕, 1978년 대성집 도가니탕, 1983년 토속촌 삼계탕의 진한 국물들이 여전히 끓고 있다. 📍종로구 사직로 5

❽ 영동코다리

MENU 코다리찜 1만원 | “사라지지 않고 있어주니 고맙지. 심심하니 맛이 괜찮아요.” 1987년에 개업한 영동코다리가 2010년부터 택시를 몰기 시작한 연준용 기사님보다 ‘선배’지만, 10년은커녕 열흘 사이에도 간판이 바뀌는 요즘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는 식당은 분명 기특하다. 근처에 LPG 충전소가 있어 겸사겸사 쉬었다 가는 택시가 즐비한 영동코다리의 주 종목은 코다리찜. 단골손님은 주문할 때부터 코다리찜 국물을 많이 달라고 요청해서 슥슥 밥에 비벼 먹기도 한다. 📍강남구 도곡로8길 5

❾ 오장동흥남집 본점

MENU 회비빔냉면 1만5천원 | “장충동 함흥냉면집(함흥에겨울냉면, 중구 동호로24길 21) 가면 물냉면 시켜야 하고, 오장동흥남집 가면 비빔냉면 시켜야 해요.” 뜨끈한 한 뚝배기로 하나감자탕을 추천한 한양우 기사님이 시원한 한 대접으로 추천하는 곳은 함흥냉면집이다. 평양냉면이 지금처럼 대중적 입지를 다지기 전 냉면이라 하면 대개 떠올리는 얇은 면발의 그것이
함흥식이다. 면을 메밀로 뽑는 평양냉면과 달리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전분으로 뽑아 쫄깃하다. 물 혹은 비빔은 사적 탐호에 따라 갈리겠지만 장충동 함흥에겨울냉면은 1996년부터, 오장동흥남집은 1953년부터 함흥식을 전파해온 대표 주자다. 특히 오장동흥남집은 매콤하게 무친 간재미 회무침을 올려주는 회비빔냉면이 저명하다. 📍중구 마른내로 114

❶⓿ 성북동돼지갈비

MENU 돼지불고기백반 1만2천원 | “거기는 예나 지금이나 연탄불에 구워서 줘요.” 20여 년 택시 운전을 한 자신이 보기에도 그 집은 엄청 오래됐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만큼 맛이 괜찮다는 임성훈 기사님의 칭찬이 무색하지 않게 성북동돼지갈비는 1971년부터 ‘기사식당 돼지불백’의 근본을 지켜온 가게다. 초벌한 돼지갈비와 돼지불고기를 주문이 들어오면 연탄불 화덕에서 재벌해낸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불 향기 솔솔 나는 돼지고기와 함께 나오는 맑은 재첩국도 숟가락을 이끄는데, 1대 주인의 부친 고향이 재첩이 많이 나던 김해라서 그 향수가 담겼다. 고향이 서로 다른 타지인들의 허기가 연탄불 열기에 윤기 입은 고기, 말간 재첩국, 소박하나 든든한 손길로 채워진다. 📍성북구 성북로 115

❶❶ 역삼스낵카

MENU 야채된장비빔밥 1만원 | “예전에는 24시간 운영하고 우동도 팔았어요. 새벽에 우동 한 그릇, 비빔밥 한 대접 하러 가는 기사가 많았죠.” 11년 차 택시 운전사 강삼규 기사님의 추억너머 세월은 흘러 이제는 밤 10시쯤까지만 운영하고, 우동 대신 콩비지백반, 두부조림, 제육볶음 같은 밥 메뉴가 늘었지만, 버스를 개조한 공간이 주는 희한한 낭만은 그대로다. 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건설 노동자를 위한 간이식당으로 등장했다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정부가 스낵카 13대를 공식 보급했다. 그중 2020년에 문을 닫은 영동스낵카를 끝으로 이제 이곳 역삼스낵카 1대만 남았다. 버스 창가를 따라 조르륵 앉아 저마다 뜨는 한술이란. 대도심을 밝히는 서정이 별건가 싶다. 📍강남구 역삼동 721-24

【 가성비 갑 중의 갑 】

❶❷ 황귀닭곰탕백반

MENU 닭곰탕 8천원 | “이 집은 닭만 다뤄요. 옛날 마장동에 닭곰탕 하는 기사 식당이 많았는데 다 없어지고 여기만 남았어요. 일단 싸.” 택시 운전 경력 올해로 30년째인 장석권 기사님이 추천하는 가성비 갑 닭곰탕집. 닭다리 살을 내는 닭다리백반, 닭껍질백반같이 ‘닭만’ 다루는 가운데 중심은 황기를 더해 국물을 내는 닭곰탕이다. 찾는 이가 많아 포장용 대용량 반찬으로도 판매하는 마늘종무침은 순한 닭곰탕과 어우러지는 별미다. 📍성동구 마장로 310

❶❸ 엄마솜씨짱

MENU 가정식백반 8천원 | “이대역에서 대흥역 방향으로 뷔페식 식당 두 개가 붙어 있는데, 나는 이 집이 나물 반찬해줄 때가 슴슴하니 제일 좋아요. 기본 대여섯 개 메뉴가 갈 때마다 다르게 나와요. 제육은 대부분 있고. 여름이라고 곧 콩국도 내주겠네. 수지타산이 맞는지 모르겠어.” 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성철 기사님의 미식 레이더는 시간에 감응한다 싶다. 근접한 두 식당 중 이곳이 10년 더 유서 깊다. 대학가에서 저렴하게 양껏 먹을 수 있는 한 상을 담당해온 곳. 📍마포구 대흥로 157

❶❹ 방배24시 즉석우동짜장

MENU 짜장면 6천원 | “요즘은 딱딱한 노란 면을 주는 중국집이 많죠. 건더기는 유니짜장이라 해서 다 갈아서 주고. 여기는 옛날식으로 밀가루 두툼하게 반죽해서 그 자리에서 하얗게 면 빼고, 양파, 감자, 돼지고기 건더기를 큼직하게 넣어요. 그대로 씹히게. 맛도 옛날식. 달짝지근한 거. 그건 느끼한 맛과 달라요. 달짝지근한 진짜 짜장이에요.” 22년 차 택시 운전사 박주진 기사님의 묘사에 군침이 돈다. 게다가 가격은 6천원. 그것도 올해 들어 1천원 오른 가격이다. “한 30년 된 집이에요.
택시 기사들이 동작구 갔다가 빈 차로 강남 돌아올 때 들르기 딱 좋아요. 일반 손님도 많이 와요.” 고전적인 기본 짜장면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보고 싶을 때 찾을 이들을 위해 단골손님의 팁을 공유한다. “우동도 파는데, 우동을 시키면 짜장 소스는 안 줘요. 그런데 짜장면을 시키면 우동 국물을 줘. 그러니까 짜장면 드세요.” 📍서초구 서초대로 73

❶❺ 장수설렁탕해장국

MENU 설렁탕 6천원 | “저는 가끔 가다 특을 먹는데 그래도 8천원이에요. 특에 소면 좀 더, 고기 몇 점 더 들어간 것 말곤 보통도 똑같이 담백해요. 보통은 6천원. 식당 들어가면 다들 설렁탕 한 그릇씩 하고 있어요.” 20여 년 택시를 몰며 해마다 목격하는 식비 상승세 속 남달리 저렴한 가격이 이곳을 추천하는 임성훈 기사님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설렁탕을 고아내는 게 보여요. 주방도 넓고, 시설도 잘돼 있고, 가게에서 직접 고아요. 밤새.” 가격 대비 맛을 보장하는 품질이 손님을 부른다. 실제로 아침이건 새벽이건 언제든 뜨끈해서 개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24시간 영업한다. 📍송파구 백제고분로 148

【 집밥이 그리울 때 】

❶❻ 시골집할머니네생선구이

MENU 생선구이백반 1만원 | “고등어 반쪽, 가자미 한 덩이 튀겨서 줘요. 백반이니까 콩나물, 장조림, 이런저런 반찬 해서. 생채, 열무김치도 잘 담그는 집이에요.” 25년 차 택시 드라이버 김종진 기사님의 마음속 김치 맛 1등은 사실 바로 붙어 있는 또 다른 생선구이백반집이었으나, 그곳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본인 입맛에는 예전만 못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반면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정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골집할머니네는 집밥이 생각날 때 여전히 들르는 곳. 고등어와 가자미를 튀기듯 구워주는 스타일은 두 집이 비슷하기에 개인의 기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마포구 성미산로 102

❶❼ 너도나도 식당

MENU 우렁된장 1만원 | “주차가 어려워서 택시 기사님들은 가기가 좀 어려울 텐데 진짜 맛집이에요.” 25년 동안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곳곳을 누비다 정년퇴직 후 택시를 운행한 지 이제 1년이라는 이종준 기사님이 선유도 “진짜 맛집”을 알려준다. 1982년부터 이어온 집이니 과장이 아니다. “직접 담근 된장에 우렁이 넣어서 끓이는데, 밥을 대접에 줘서 비벼 먹기도 좋아요. 포장해가는 사람도 많아요.” 제육볶음과 오징어볶음도 특미라서 볶음 하나, 된장 하나 주문하는 단골도 많단다. 사회생활 동안 바깥 음식을 워낙 먹어 집밥 같은 정갈한 맛이 좋다는 그에게 이곳의 반찬도 지나칠 수 없는 추천 요소다. “조림보다는 찜에 가까운 생선 한 토막도 같이 나오는데 맛있어요. 털레털레 가보세요. 밥 먹기 좋은 집이에요.” 📍영등포구 양평로 126

❶❽ 또순이네

MENU 된장찌개 단일 주문 7천원 | “원래는 토시살, 등심 파는 소고깃집인데 낮에는 된장찌개만도 팔아요. 그것만 먹으려고도 줄을 서요.” 맛집 레이더가 영민한 영업직 출신 이종준 기사님의 리스트에는 또순이네도 있다. 다른 시간에는 고기를 주문해야만 시킬 수 있지만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는 된장찌개 단일 주문이 가능하다. 대체 어떻길래 된장찌개에 줄을 서고 포장도 해갈까? 소고기 굽는 숯불 화로에 턱 올려진 뚝배기, 그 속에 숭덩숭덩 크게 담긴 두부와 국자에 채이는 소고기들, 수북한 부추와 냉이. 바글바글 끓기도 전에 미뢰가 자극 당한다. 1980년대부터 시작해 맛으로 쌓아 올린 명성이 식객을 끌어모은다. 📍강서구 마곡중앙로 5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