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카를로스 알카라스 “즐겁지 않으면 저는 테니스를 하지 않아요”

2025.06.12.김은희

열여섯 나이에 ATP 투어에 데뷔한 이후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테니스 역사 위 눈부신 커리어를 쌓아왔다. 곧 만 스물두 살이 되는 그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를로스 알카라스: 마이 웨이>가 조명한다.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카를로스 알카라스, 그의 싸움에 대하여.

니트, 팬츠, 모두 루이 비통. 시계, 롤렉스.

카를로스 알카라스 Carlos Alcaraz는 많은 것을 가진 선수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에게 비치는 다양한 이미지 중 여러 부분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알카라스의 재능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는 그의 성숙한 모습이나 희생하는 태도, 테니스가 그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엘리트 운동선수의 위대함은 인생의 다른 측면은 엇나가게 하고 오직 스포츠적 탁월함이라는 길만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은 그런 식이었다. 미디어는 여러 선수를 향해 그렇게 주입시켜 왔다.

만약 당신이 당신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말도 안 되는 어린 나이에 훈련을 시작하고 스포츠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혼란을 지나가는 일, 제때에 맞춰 실수하고, 개인의 행복을 앞세우는 일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트로피로 가득한 당신의 성적표를 바라보며 은퇴했을 때 비로소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즐거움은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지난 4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다큐멘터리 제목에는 의미심장하게 ‘마이 웨이 My Way’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마이 웨이>는 스포츠와 성공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그의 코치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Juan Carlos Ferrero와 알카라스 사이의 세대 간 충돌을 중심에 둔다.

페레로는 세계 테니스 대회인 ATP 투어 타이틀 16개 획득, 한 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룬 선수 출신으로, 희생과 고통만이 역사 속 최고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반면 알카라스는 Z세대 선수답게 사는 것은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통해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느낀다. 그는 직업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것이 핵심이고, 그 이유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타이틀을 따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아니면 인생을 충분히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이것이 3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마이 웨이’에서 제시하는 딜레마다. 카메라는 선수의 사적인 공간을 비춘다. 고향인 스페인 엘 팔마르 El Palmar에 있는 그의 집,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일상, 훈련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파티, 그리고 평범한 삶을 바라는 알카라스와 동시에 특별한 존재이길 원하는 페레로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적 긴장감을 담아낸다. 어떤 사람들은, 어쩌면 대부분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더 큰 것을 원한다면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고. 더 많은 즐거움을 원한다면 덜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알카라스는 이미 정상에 도달했다. 그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이를 쾌락주의라 부를 수도 있고 미성숙함이라 평할 수도 있다. 그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적이 있고, 그 자리를 총 36주간 유지했다. 이는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지금까지 17개의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이 가운데 4개는 그랜드슬램이다. 윔블던 2회, US 오픈 1회, 그리고 롤랑가로스 1회 우승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 곧 만 스물두 살이 되는 알카라스는 이미 그의 멘토였던 인물처럼 여러 코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열여섯 살에 프로로 데뷔한 이후 알카라스는 두려움 없는 대담한 모습, 그리고 놀라운 효율성으로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그는 용감하고 신선하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런 그에게 부족한 단 하나는 바로 서사성, 즉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일지 모른다. 알카라스에게 테니스는 삶과 죽음의 문제도, 고통이나 영웅주의를 되살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놀이일 뿐이며, 어쩌면 늘 그래야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의 성적은 이미 그를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올려놓았다. 그는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그 여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고자 한다. 젊음이 주는 즐거움과 발견을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을 즐기면서 말이다. 카르페 디엠일까, 아니면 엄격한 자기 절제의 윤리일까? 알카라스는 말한다. “즐겁지 않으면 저는 테니스를 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고통이나 자기희생이 정체성의 근원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그런 존재다.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누군가이자 우리를 비추는 존재.

니트, 루이 비통.

GQ 다큐멘터리 봤어요? 어떻게 느꼈어요? 그 작품이 ‘진짜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충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하나요?
CA 며칠 전에 볼 기회가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무엇보다 그 다큐멘터리가 제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을 보게 될 모든 분도 특히 저의 개인적인 면을 통해 저를 좀 더 가까이에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GQ 왜 그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나요? 당신 같은 챔피언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내면을 드러내기로 한 이유가 궁금해요.
CA 결국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은 대중에게 많이 드러나지 않아요. 그게 현실이에요. 사람들은 우리가 테니스 코트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나 마이크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에요. 우리가 혼자 있을 때, 집에 있을 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거의 보여지지 않죠. 그래서 이번 시즌 전체를 통틀어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함께 보여주는 일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GQ 다큐멘터리 제목은 <카를로스 알카라스: 마이 웨이>(스페인어로는 ‘A Mi Manera 나만의 방식으로’다)죠. 기술적으로 고도로 정제된 엘리트 스포츠 세계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효과적인 방식이 당신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나요?
CA 삶에서도 그렇잖아요. 나에게 맞는 것이 내 친구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죠. 모든 엘리트 운동선수에게 똑같은 방식이 통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식일지라도 스스로에게 효과적인 게 무엇인지를 잘 구분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GQ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엘리트 선수의 삶은 단지 경쟁만이 아니라 언론, 스폰서, 팬들의 기대 등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그중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가요?
CA 사실 저에겐 어떤 부분도 어렵지 않아요. 물론 저라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이 왜 없겠어요. 누구나 그렇듯이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매일매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아주 강한 내면의 동기를 갖고 있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꺼리게 되는 일은 오히려 스폰서와 함께 광고를 찍는 일이라든지, 혹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는 일 같은 것들이에요.
GQ 당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는 코트 안팎에서 보여주는 당당함과 자연스러움이에요.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점들을 잃게 되거나, 엘리트 선수로서의 환경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달라지지는 않을까요?
CA 자연스러움은 절대 잃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되는 일은 제 본질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에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뭔가를 얻는 만큼 또 잃는 것도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10년쯤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있겠죠.
GQ ATP 투어에 합류한 이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CA 달라졌다고 하기보다 진화해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아주 젊고, 몇 주 후면 만 스물두 살이 되지만, 투어에 들어왔을 때는 아이였거든요. 그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고, 무엇이 잘 맞고 무엇을 바꿔야 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도 조금씩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멈추는 시점이겠죠.
GQ 다큐멘터리에서 당신 어머니는 아들이 ‘부서진 장난감’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지금껏 그렇게 큰 압박감을 느껴 정말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던 적이 있나요?
CA 아뇨, 그런 적은 없어요. 물론 압박은 있죠. 그리고 큰 무대에 서면 그에 따른 긴장감도 생기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걸 잘 받아들이는 편이고,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어요. 압박은 언제나 따라다니는 것이고, 저는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GQ 라파엘 나달은 언젠가 당신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가 “순종적”인 점이라고 했어요. 항상 팀의 말을 잘 듣는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어느 순간이 되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걸 더 좋아한다고도 말했죠. 그런 상황에서 팀과는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CA 물론 저는 제 팀 말을 잘 들어요. 그래야 함께할 수 있는 거니까요. 저는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고, 그들이 하는 일을 믿고 있어요. 운 좋게도 저를 둘러싼 사람들은 저에게 아첨하거나 제 기분을 맞춰주려 하기보다는, 정말 저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때때로 제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에요. 실수의 가능성이 있더라도요.
GQ 제가 마르크 마르케스 Marc Márquez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자신의 다큐멘터리가 나온 후 “이렇게 많은 걸 공개하는 건 위험하다. 경쟁자들에게 약점을 노출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CA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우리는 투어 안에서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다큐멘터리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지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에요!
GQ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공개한 내용 중 후회되는 건 없었나요?
CA 전혀요.

재킷, 티셔츠, 팬츠, 신발, 모두 루이 비통. 시계, 롤렉스.

GQ 최근 들어 선수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테니스에 대한 당신의 접근 방식이 모든 것을 스포츠에 바치는 선수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나요?
CA 제게 뭐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한 방식인지 판단할 자격은 없어요.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저에게 맞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꼭 맞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어느 쪽이든 엘리트 선수는 스포츠를 위해 수많은 것을 희생하게 되어 있어요.
GQ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공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적 있죠.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공이잖아요. 그렇다면 20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얻으려면 당신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가요?
CA 지금은 20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에 대해 말하기가 좀 어렵네요. 저는 지금 4개를 가지고 있고, 다음 목표는 다섯 번째 타이틀이에요. 이 4개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앞으로 커리어에서 몇 개 더 추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GQ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이벌 관계 중 하나는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죠. 우리에게 정말 멋진 순간들을 안겨줬어요. 당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나요? 예를 들면 야닉 시너?
CA 나달과 페더러는 유일무이한 존재들이고 누구도 그들을 대신할 수 없어요. 저와 야닉은 한동안 멋진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이 중요한 시기에 계속 경쟁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런 관계가 있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신호라고 생각해요.
GQ 당신은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요즘 당신 또래 대부분은 독립을 원하잖아요. 자유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CA 자유 시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저는 어떤 투어나 대회를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 너무 행복해요. 여러 장소를 거치고 나서 결국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GQ 시합이 없을 때는 항상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요?
CA 저는 혼자 있어도 잘 지내는 편이에요. 아주 운이 좋은 거죠. 많은 선수가 대회 기간 동안 팀도 없이 혼자 다니는데, 저는 가족 중 한 명이 항상 함께하거든요. 그게 저한텐 정말 중요해요.
GQ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너무 많아지거나 불안해지지는 않나요?
CA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GQ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당신 팀은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스포츠에 완전히 종속돼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당신은 인생을 즐기면서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CA 글쎄요, 확신은 없어요. 지금 우리는 그 답을 찾는 중이에요.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런 고민이 잘 드러나죠.
GQ 왜 그렇게 ‘세계 최고’가 되려는 집착이 있는 걸까요? 당신의 접근 방식대로라면, 그냥 ‘스포츠와 삶을 즐기다 보면 어디에 도달하든 괜찮다’는 생각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CA 저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집착은 없어요. 몇 년 전에는 세계 랭킹 1위였고, 정말 행복했죠. 지금은 세계 3위지만, 여전히 행복해요. 저는 스포츠도, 인생도,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

재킷, 티셔츠, 팬츠, 신발, 모두 루이 비통. 시계, 롤렉스.

GQ 앞으로 몇 년 정도 더 테니스를 할 것 같아요? ‘빅3’(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처럼 긴 커리어를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CA 잘 모르겠어요. 부디 오래가면 좋겠죠. 로저, 라파엘, 노박은 정말 긴 커리어를 가졌고, 그동안 온갖 문제들을 극복하면서도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어요. 저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했을 뿐이에요.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중요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죠.
GQ 당신이 빅3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직은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할 수도 있는데, 테니스 선수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CA 집착은 아니에요. 저는 늘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해왔고, 빅3의 자리에 앉고 싶다고도 했죠. 하지만 그건 다짐일 뿐 강박은 아니에요.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해요. “나중에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영감이 되는 존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장 즐기는 일을 하면서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있었던 사람으로 말이에요.
GQ 빅3 중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해요? 혹은 누구와 닮고 싶나요?
CA 비교는 썩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비교 자체가 영광이라는 건 알지만, 저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일 뿐이고, 제 길을 가고 있을 뿐이에요.
GQ 테니스를 위해 지금까지 희생한 것 중에서 후회하는 건 없나요?
CA 물론 정말 많은 걸 희생해왔죠.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껏 해온 모든 선택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줬고, 저는 여전히 행복하니까요.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계속 이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GQ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테니스 선수로서 이루고 있는 것들 중 그런 부분이 가장 특별하다고 느끼나요?
CA 정말 그래요. 아버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분이에요. 함께 여행하고, 대회에 다니고, 경험을 나누는 것 자체가 우리 둘 모두에게 아주 멋진 일이죠.
GQ 테니스가 당신과 아버지의 관계에서 중심 역할을 해왔다고 느끼나요,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CA 테니스가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건 분명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항상 클럽에 계셨고, 저에게 함께하자고 권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다행히 지금은 우리 관계에 테니스 외적인 부분들도 많이 생겼고, 이제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관계가 되었어요.
GQ 개인적인 면에서, 지금까지 이룬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건 뭐예요?
CA 가족에 대해 정말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가 가진 유대감, 함께 쌓아온 모든 기억이 저에게는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에요.

재킷, 이너 티셔츠, 톱, 모두 루이 비통.

GQ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문득 1990년대 브라질 축구선수들, 이를테면 호마리우 Romário처럼 경기 외적으로는 불행하고, 밤마다 밖으로 나돌며 잘 뛰지도 못했던 선수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런 비교는 어때요?
CA 글쎄요, 사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어요.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모든 수준에서 스포츠가 훨씬 더 전문화되어 있잖아요. 예전과 비교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GQ 많은 선수가 일정 과중과 경기 수에 대해 몸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곤 해요.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생각했을 때 좀 더 여유 있는 시즌 캘린더가 더 나은 선택 아닐까요? 당신이 생각하는 스포츠와 더 잘 맞는 방식일 수도 있잖아요.
CA 그 주제는 저희도 자주 논의하는 부분이에요. 지금 시즌 일정은 정말 빡빡하죠. 거의 매주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GQ 다큐멘터리에서 당신은 테니스를 의무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선수 생활 중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어요?
CA 테니스는 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부예요. 어릴 때부터 해왔고, 제가 즐기는 일이기도 하죠. 당연히 취미로 하는 일은 아니에요.
GQ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일이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다큐멘터리를 본 팬들이 “이 선수는 테니스를 의무가 아닌 일로 생각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일까 봐 걱정되진 않아요? 약간의 자만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CA 전혀요. 다큐멘터리에 나온 내용과 제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는 충분히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얼마나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를 자주 되새기고 있고, 그건 아주 분명하게 알고 있어요. 제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GQ 당신은 늘 라파엘 나달의 열렬한 팬이었죠. 나달은 거의 모든 커리어를 고통과 싸움으로 채워온 선수의 상징입니다. 나달의 그런 ‘고통을 견디는 능력’을 당신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CA 아마 누구든 나달이 가진 능력이라면 어떤 것이든 갖고 싶어 할 거예요.
GQ 지금까지 테니스에서 겪은 가장 큰 좌절은 무엇이었어요?
CA ‘좌절’이라는 단어는 참 무겁죠. 힘든 패배는 많았어요. 예를 들어 나달과 함께 복식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패한 기억은 정말 아프게 남아 있어요.
GQ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당신은 코치인 페레로와 함께 동기부여, 인간관계, 경쟁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야기했죠. 그 균형을 찾았다고 생각하나요? 퍼즐 조각들이 맞춰졌어요?
CA 그건 하나의 과정이에요. 단번에 마법처럼 이뤄지는 건 아니죠. 아직도 그 과정을 함께 밟아가는 중이에요.
GQ 당신은 이미 윔블던과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하며 어릴 적 꿈을 이뤘어요. 어린 시절에 세운 목표 중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요?
CA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은 많아요. 다행히 아직 도전할 시간도 남아 있고요. 내년이면 다시 호주 오픈에 도전할 기회가 있어요. 그랜드슬램 중 제가 아직 못 이긴 대회예요. 그 외에도 ATP 파이널, 데이비스컵 같은 꿈도 많고요.
GQ 세계 1위이자 프로 테니스 선수로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 어릴 적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CA 어릴 땐 이런 걸 상상도 못 했죠. 그냥 코트 위에서 즐기고 행복하게 뛰는 것만 생각했어요.
GQ 마지막 질문이에요. 서너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던 그 어린아이에게 지금의 당신이 말을 건넬 수 있다면요? 프로 선수가 되라고 조언할 건가요, 아니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CA 물론이죠. 저는 그렇게 하라고 말할 거예요. 조언이라면 “즐기면서 해”라는 거예요. 즐기고 행복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해야 길도 훨씬 더 아름다워지거든요.

Héctor Izquierdo
포토그래퍼
Juankr
스타일리스트
Caterina Ospina
헤어 & 메이크업
Nacho Fernández R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