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하이볼과 어울리는 셰프들의 해장 라면 레시피 4

2025.06.12.전희란

해장 라면 레시피가 담긴 셰프들의 서신을 마음대로 재해석해 하이볼과 매치해보았다.

<본연> 배경준 셰프

“바지락 가득 라면. 국물을 먹자마자 ‘크흐!’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제 해장 라면의 포인트예요.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로 캠핑을 떠났을 때 조개구이를 먹다가 남은 조개로 라면을 끓였던 것이 이 레시피의 시작이었어요. 뜻밖에도 그 라면이 너무 맛있었거든요. 결국 해장하려고 라면을 끓였다가 말끔히 해장한 뒤, 다음 술로 새로운 시작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맞아요. 술을 마시다가 바지락 수북히 올라간 라면을 먹으면 술을 더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라면 종류는 무파마로 끓여보세요. 이 레시피는 꼭 무파마여야 할 것 같아요.”

바지락 가득 라면
재료 | 무파마 1봉, 소주 1T, 마늘 1톨, 콩나물 50그램, 청양고추 1개
조리법 | ① 뜨거운 냄비에 해감한 바지락 100그램과 소주, 마늘 1톨을 편썰어 넣고 뚜껑을 닫는다. ② 바지락이 입을 열면 바지락에서 나온 국물은 그대로 두고 바지락만 건져낸다. 너무 익히면 바지락살이 맛이 없다. ③ 물 500밀리리터, 라면, 스프 80퍼센트, 콩나물을 넣고 평소 끓이듯이 끓인다. ④ 얇게 썰어놓은 청양고추와 건져놓은 바지락을 넣어 마무리한다.

<윤서울> 송홍윤 셰프

“윤서울에서는 아침마다 육수를 끓이기시작해요. 말린 해산물, 사골, 생선 등 주재료는 매일 다르죠. 해산물 육수는 보통 시머링하듯 1시간 동안 끓이고 천천히 식혔다가 2~3일 간 냉장 보관해 냉침으로 맑게 육수를 뽑아요. 그 육수로 라면을 끓이면 그야말로 해장식으로 안성맞춤이죠. 라면을 즐기지 않는 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 이 레시피는 방금 주방에서 만들어서 테스트한 후 보내드리는 따끈따끈한 레시피예요. 마른 오징어 향은 자칫 호불호가 생길 수 있는데, 마늘 뉘앙스와 매콤함을 지닌 마, 열라면으로 끓이면 잡내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마, 열라면
재료
| 마, 열라면 1봉, 마른오징어 20그램, 말린 새우 15그램, 말린 홍합 15그램, 말린 전복 1/3마리
조리법 | ①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약불에 대파 흰 부분을 볶아 파기름을 낸다. ② 살짝 갈색이 나기 시작하면 분말 스프, 고춧가루, 말린해산물을 넣고 섞는다. ③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불을 끈 상태로 15분 기다린다. ④ 다시 물을 끓여 라면을 익힌다. ⑤ 그릇에 파의 초록 부분을 채썰어 담고 가운데에 마늘 고형분을 올린다. ⑥ 다 익은 라면은 그릇에 담는다. ⑦ 먹기 직전에 잘 섞어 먹는다.

<레에스티우> 이새봄 셰프

“저는 면을 좋아하는 대식구 집안에서 자랐어요. 요리를 잘하는 엄마가 ‘새봄아, 국수 뭐 먹을래?’ 혹은 ‘라면 뭐 먹을래?’라고 물으시면 저는 항상 ‘나는 반반!’이라고 답했어요. 국수일 땐 김치 비빔과 간장 반반, 라면일 땐 짜파게티 반에 국물 없는 매운 라면 면만 건져 반반이었죠. 한잔 기울인 다음 날, 제 남편 호세에게 라면을 끓여줄 때면 짜파게티 하나와 국물 라면 하나를 끓이는데, 두 개를 같이 먹으면 매운맛도 중화되고 질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마 생각도 나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물론 우리 엄마는 그녀의 방식으로 해장하는 딸을 상상도 못 하겠지만 말이에요.”

문어 너구리
재료
| 너구리 1봉, 문어, 양파 반 개, 후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1T
조리법 | ① 물을 끓이고 올리브 오일, 양파 반 개, 문어 다리를 세 번 놀래킨 후 뚜껑을 닫고 15분간 중불에서 끓인다. ② 문어 끓인 물 550밀리리터에 분말 스프, 다시마, 프레이크를 1의 양파와 함께 넣고 간을 본다. 짠 기가 돈다면 물을 더 넣어 간을 맞춘다. ③ 면을 넣고 5분간 끓인 뒤 후추를 갈아 올린다.

피망구리 짜파게티
재료 | 짜파게티 1봉, 피망 1개, 대파 흰 부분, 마늘 1톨,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1T, 피멘톤 파우더 1/2t
조리법 | ①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통 피망을 뒤집어가며 굽는다. ② 피망이 몽글몽글해지면 꺼내두고 식혀서 깐다. 달달한 피망 주스는 짜파게티에 넣는다. ③ 1의 오일에 대파 슬라이스, 마늘을 살짝 볶고, 물 300밀리리터를 같은 냄비에 넣어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분말 스프, 후레이크, 면을 넣는다. ④ 5분 동안 젓가락으로 중불에서 볶듯이 졸인다. ⑤ 통피망을 올리고 피멘톤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레귬> 성시우 셰프

비건 레스토랑 레귬은 채식 애호가뿐 아니라 다양한 푸디의 입맛을 두루 사로잡은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해장 라면이라고 하니 채황으로 끓인 이 라면이 번뜩 생각났어요. 이 해장 라면 레시피의 킥은 다진 마늘이 아닌 강판에 간 마늘을 조리 마지막에 넣는 것. 저는 직장에서 매주 한 번쯤은 식사로 봉지 라면을 먹어요. 회식 다음 날 모두가 좋아하지 않지만 나만 관심이 있던 채황라면과 콩나물, 마늘 조합으로 라면을 끓여봤어요.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효과인지, 아무도 이것이 채소 라면인 줄 몰랐던 기억이 나요. 다들 잘 먹어놓고는 괜히 ‘어쩐지’라는 말들을 했지만.(웃음)”

채소 라면
재료
| 오뚜기 채황 1봉, 다듬은 일자 콩나물 10그램, 간 마늘 1/2톨 분량, 청양고추 1/2개
조리법 | ① 채황 뒷면에 적힌 레시피대로 라면을 끓인다. ② 면이 절반 익으면 콩나물을 넣는다. ③ 면이 다 익으면 간 마늘과 송송 썬 청양고추를 넣고 불을 끈다.

포토그래퍼
김래영, 김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