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ness

50대에 리즈, 오래 일하고 늦게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는 방법

2025.06.16.조서형, Esther Zuckerman

월튼 고긴스부터 콜먼 도밍고, 페드로 파스칼까지,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배우들의 황금기가 도래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재미있게 놀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Getty Images; Kelsey Niziolek

최근, 페드로 파스칼의 영상 하나가 바이럴을 탔다. 이게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영상에선 그가 한 영화관에서 “나는 게으른 50살 부르주아 년(bougie bitch)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물론 이 영상에서 가장 웃긴 부분은 “부르주아 년”이라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눈에 띈 단어는 바로 “50살”이었다.

그렇다. 파스칼은 50세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샐리 오맬리 스타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50세다! 그러니 킥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게으른 부르주아 년처럼 굴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종영 파티에서 글로우 스틱을 핥는 시늉도 한다. 지금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대중 앞에 선다. 그리고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파스칼은 최근 인기를 얻은 중년 배우 집단의 일원으로, 이들은 젊은 스타들보다도 새로 얻은 유명세를 훨씬 더 즐기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파스칼 외에도, 두 번의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레드카펫 아이콘이 된 55세의 콜먼 도밍고가 있다. 또 ‘화이트 로투스’ 시즌 3에서의 연기로 53세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월튼 고긴스도 있다. 그가 등장하는 곳엔 언제나 즐거운 에너지가 퍼진다. 우리는 지금, 이제 막 유명해진 50대 남성 스타들의 황금기에 살고 있는 셈이다. 갑작스런 스타덤의 부담에서 벗어난 이들은 업계를 마치 장난처럼 즐기며 누비고 있고, 그 모습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겪는 유명세는 티모시 샬라메나 오스틴 버틀러처럼 24살에 일약 스타가 된 젊은 배우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어쩌면 더 나은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유명세는 여성에게도 다르게 작용한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성별에 있어 퇴보한 구조이고, 남성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유명해질 기회가 훨씬 더 많이 주어진다. 파스칼, 도밍고, 고긴스는 이미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한 상태로 유명해졌다. 이는 그들의 대중적 페르소나가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지지 체계도 잘 구축되어 있다. 정체성을 시험하거나, 취향을 모색하거나, 잘못된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대중 앞에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저 재미있게 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관객들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왜일까? 일단, 이들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 배우 모두 연기 업계의 최전선에서 오랫동안 자기 몫을 다하며 버텼다. 오랜 기간 주연이 아닌 ‘일하는 배우’였다. 즉, 늘 영화나 TV에 출연하지만 이름까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배우. 마치 일반 회사원처럼 열심히 일하고 결국엔 보상을 받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들의 유명세는 그 노력 위에 얹어진 보너스에 가깝다.

예를 들어 고긴스를 보자. 그는 거의 마흔이 다 되어서야 ‘저스티파이드’라는 작품으로 처음 주목받았다. 이후 그의 커리어는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다. 대부분은 그저 특유의 인상적인 얼굴과 남부 억양을 기억할 뿐이었다. “고긴스는 올해 초 GQ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나는 브래드 피트가 아니거든요. 앞으로도 절대 피트는 될 수 없어요. 나는 월튼 고긴스예요. 그리고 내 자리에 들어맞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파스칼 역시 수십 년을 이 업계에서 보냈다. 1990년대에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같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왕좌의 게임’을 통해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지금의 스타덤은 또 다른 차원이다. 그는 올해만 해도 ‘판타스틱 포: 더 퍼스트 스텝스’에서 마블의 리드 리차드를 연기하는 것을 포함해, 애리 애스터의 코로나 시대 서부극 ‘에딩턴’, 셀린 송의 로맨틱 코미디 ‘머터리얼리스트’까지 세 편의 대형 영화에 출연한다.

한편 도밍고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활약하고 있었지만, 영화와 TV 출연 기회는 드물었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도밍고는 ‘유포리아’, ‘피어 더 워킹 데드’ 같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조연이었을 뿐, 메트 갈라의 호스트를 맡는 A급 스타는 아니었다. 도밍고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이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34년 동안 연기를 해왔고, 항상 내 길을 스스로 개척해왔어요. 내 초기 에이전트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죠. ‘당신은 주연급 외모를 가진 캐릭터 배우예요. 업계가 당신이 둘 다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나는 늘 내가 주연을 맡을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캐릭터 배우가 되는 것도 사실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에요.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죠. 새로운 걸 발견하는 데서 말이에요.”

이들의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중 상당 부분은 그들의 실험적이고 찬사를 받는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메트 갈라를 앞두고 트위터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세상에서 확실한 세 가지: 죽음, 세금, 그리고 콜먼 도밍고의 간지.” 도밍고는 발렌티노를 입고 그 말에 완벽히 부응했다. 고긴스는 톰 브라운의 스커트를 입고 등장해 그 치마자락을 연신 드라마틱하게 휘날렸다.

파스칼도 민소매 톱과 무릎까지 오는 가죽 부츠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면서 패션에 자신의 의견을 담는다. ‘판타스틱 포’ 예고편 런칭 행사에서는 세계 국기가 그려진 보디 셔츠를 입었다. 그의 스타일리스트 줄리 라골리아는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저 껴안아줄 거예요.” 또 그는 마블의 ‘썬더볼츠’ 시사회에선 “Protect the Dolls(인형들을 보호하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하는 입장을 대중 앞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이들의 대담함 외에도, 유머감각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긴스는 모노로그에서 그것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친구들이 나한테 53살에 섹스 심벌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어요.”라고 말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갔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 끝내줘요.” 그러더니 이내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적어도 제가 구글에 제 이름을 쳐보고 기사 제목들을 보기 전까지는요.” 이후 그는 자신에 대해 ‘이마가 벗겨지고 눈이 튀어나온 배우’라고 쓴 기사들을 직접 언급했다.

이런 자기 결점에 대해 쿨하게 말할 수 있는 20대 배우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점이 고긴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이들 모두는 일할 때나 무대 밖에서나 장난기 넘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고긴스가 ‘더 라이처스 젬스톤스’에서 베이비 빌리로 노래를 부를 때나, 파스칼이 ‘머터리얼리스트’ 같은 90년대풍 로맨틱 코미디에서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도밍고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상영 중인 냇 킹 콜에 대한 뮤지컬을 직접 쓰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프로젝트를 펼쳐간다. 그리고 더 진중한 역할을 맡을 때는 수십 년간의 경험과 깊이를 바탕으로,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들은 모두 그냥 정말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파스칼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애리 애스터의 신작 ‘에딩턴’을 홍보하기 위해 프랑스 리비에라에 있었지만, 업무와 즐거움을 완벽히 병행하고 있었다. 그는 잭근 팔뚝을 자랑하며 해리슨 포드의 전설적인 사진을 연상케 했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가죽 게이영화 시사회에 등장해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50대의 새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긴스, 도밍고와 마찬가지로, 그 삶은 그에게 정말 잘 어울려 보였다.

Esther Zuckerman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