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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어라?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푹 잘 수 있는 의외의 방법

2025.06.23.조서형, Matthew Roberson

‘크리스마스 캐롤’ 속 구두쇠 스쿠루지 영감처럼 일주일동안 잠옷에 수면 모자를 착용하고 잠에 들었다. 전기 대신 촛불로 생활했다. 그랬더니 수면에 이런 변화가 있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구경하는 대신 더 쾌적하게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는 20대 후반의 독신이며 아이도 없다. 솔직히 말해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 옆에서 코를 고는 사람도, 이불을 뺏는 사람도, 새벽 5시에 애니메이션을 보자고 조르는 아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는 그 황홀한 숙면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수면 복지 1등급을 누리는 내가 더 개운하게 깨어나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나는 그간 수면 위생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왔다. 수면 위생이란 심리학자 피터 하우리가 만든 용어로, 수면 환경 전반을 아우른다. 언제 침대에 눕는지, 자기 직전에 운동하거나 카페인을 섭취하는지 등이 모두 수면 위생의 일부다. 몇 년 전에는 멜라토닌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침대에서 휴대폰 금지’ 규칙을 도입했다. 참고로 휴대폰 금지 항목은 강력 추천한다. 지난해 공사 소음이 심했을 땐 귀마개도 써봤다. 다만 매번 빠져서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일찍 자는 것만은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밌는 일은 늘 밤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면 위생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한 가지 급진적인 방법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홍크 슈 방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는 세 해 전 벤 크루X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말 그대로 나는 수면 루틴을 스크루지식으로 전환했다. 폴리에스터와 면이 섞인 고전풍 잠옷 세트에 촛대와 촛불까지 완비했다.

내 논리는 세 가지였다. 첫째, 일주일 동안 이 복장을 입고 자는 건 그냥 너무 웃긴 일이었다. 둘째, 예전 사람들이 이렇게 잤다는 데엔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도, 스크린도, 전기도 없던 시절,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조용히 8시간씩 잠을 잘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셋째, 전문가 의견도 궁금했다. 나는 수면 및 건강 심리학자인 조슈아 탈 박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수면 전용 의복을 입는 것은 수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몸에 지금은 쉴 시간이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죠.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블레이저를 입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운동할 때 헤어 밴드를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처럼요.”

어쩌면 나는 수면가운과 모자를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깨닫고 인생 최고의 수면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험을 위해 나는 핏빗 수면 트래커를 사용했다. 과학적 방법론의 기초를 기억하며 먼저 일주일 동안은 ‘홍크 슈’ 방법을 적용하지 않고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기준선을 세웠다. 그 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홍크 슈 복장을 착용하고 잤고, 두 주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외형적으로는 단연코 홍크 슈 주간이 압승이었다. 누군가는 내게 “와인을 들고 있는 것처럼 촛불을 든다”고 말했다.

수면 환경은 매일 조금씩 달랐다. 날씨나 거리의 소음처럼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있었고, 술을 마신 날도 있었으며, 콘서트에 다녀온 날도 있었다. 심지어 새로 문신을 한 날도 있었다. 이건 진지한 의학 연구가 아니었고, 실험을 위해 돈을 받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 평소 생활을 유지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인 수면을 반영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핏빗은 실제로 침대에 누우면서 착용했고, 일어나자마자 벗었다. 총 수면 시간, 깨어 있었던 시간, REM,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록했고, 매일 아침 그날의 수면 통계를 수첩에 적었다.

홍크 슈 복장을 입고 자는 일주일 동안, 나는 매일 밤 촛불로만 준비를 했다. 즉, 잠자기 한 시간 전부터 모든 전등을 끄고 촛불만 켜놓았다. 두 주의 금요일은 다음 날 출근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매일 잠든 시간이 1시간 5분 안에 수렴했다(11:40PM~12:45AM). 금요일엔 1:39AM과 1:21AM에 잠들었다.

기준선 주간엔 에어컨 없이 창문을 열고 천장 선풍기만 켜는 방식으로 잤다. 내가 선호하는 수면 환경이다. 옷은 늘 입던 대로, 농구 반바지에 상의는 입지 않았다. 그 주의 날씨는 홍크 슈 주간보다 훨씬 서늘했기 때문에 수면에는 더 유리했지만, 평균 수면 점수는 고작 71.3점이었다. 참고로 첫 이틀은 수면 점수가 기록되지 않았다. 아마도 핏빗 사용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기준선 주간의 평균 수면 데이터는 다음과 같았다: 깨어 있었던 시간: 67.8분, REM 수면: 55.25분, 얕은 수면: 4시간 50분, 깊은 수면: 69.25분

홍크 슈 복장을 착용하면서 바뀔 수 있는 조건들을 떠올렸을 때, 내가 가장 우려했던 건 ‘상의 탈의’의 자유로움에서 전신을 천으로 덮는 ‘구속’으로의 전환이었다. 이는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예상했다. 반면, 매일 밤 촛불로 마무리하는 루틴은 꽤 매력적이었다. 마치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은은한 졸림을 유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홍크 슈 복장을 입고 잔 일주일간의 수면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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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홍크 슈 복장의 소재 때문에 내가 늘 입던 농구 반바지를 포기해야 했다. 결국 아래는 속옷만 입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의 대박이었다. 술이나 대마초 없이 완전히 맑은 정신으로 잠들었기 때문에 수면 점수가 좋았던 면도 있겠지만, 그 웃기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이 주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수면 시간: 7시간 6분 (12:00AM~8:01AM), 깨어 있었던 시간: 54분, REM: 1시간 21분 / 얕은 수면: 4시간 30분 / 깊은 수면: 1시간 12분, 수면 점수: 82

화요일

복장이 하루 사용돼 좀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농구 반바지를 안에 입었다. 놀랍게도, 이 날이 REM 수면 최고 기록을 경신한 날이었다. 촛불은 평소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인테리어용 캔들을 사용했다. 그것들이 실험 주간 내내 내 주 촛불이 되었다. 수면 시간: 6시간 52분 (12:17AM~8:00AM), 깨어 있었던 시간: 51분, REM: 1시간 41분 / 얕은 수면: 4시간 29분 / 깊은 수면: 41분, 수면 점수: 79

수요일

내 메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자는 최악임/진짜 짜증남” 그리고 “퀴즈노스 가는 꿈 꿨음.” 나는 꿈을 거의 꾸지 않거나 기억을 잘 못 하는 편이라, 이건 꽤 인상적이었다. 대마초는 피우지 않은 날이었다. 아마 그 덕에 꿈을 꾼 것 같다. 수면 시간: 7시간 27분 (11:40PM~8:00AM), 깨어 있었던 시간: 52분, REM: 1시간 15분 / 얕은 수면: 5시간 17분 / 깊은 수면: 55분, 수면 점수: 78

목요일

아침에 창밖에서 이상한 삐삐 소리가 나서 한동안 깨어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속옷만 입고 가운을 착용했다. 세탁은 동네 세탁소 부부가 해줬다. 이날 밤은 NBA 파이널 1차전에서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마지막에 터뜨린 극적인 슛을 본 날이기도 했다. 그것에 흥분해서 관련 콘텐츠를 잔뜩 소비했고, 바로 이어 1840년대 복장을 착용하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수면 시간: 6시간 45분 (12:18AM~8:19AM), 깨어 있었던 시간: 1시간 16분, REM: 49분 / 얕은 수면: 5시간 15분 / 깊은 수면: 40분, 수면 점수: 70

금요일

이 우스꽝스러운 실험의 마지막 날이었다.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꿈 꿨음.” 시험을 까먹은 꿈을 꾸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덧붙여, “포도맛 사탕 꿈도 꿨음”이라고 써 있었다. 다음 날은 쉬는 날이어서 늦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는 모자가 내 머리 근처에 있지도 않았다. 이틀 전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온 직후라체력도 방전된 상태였다. 드디어 8시간 넘게 잤고, 깊은 수면도 2시간 넘게 지속되었다. 내 인생 최장 기록이었다. 고마워, 음악. 수면 시간: 8시간 14분 (1:21AM~10:59AM), 깨어 있었던 시간: 1시간 24분, REM: 1시간 1분 / 얕은 수면: 5시간 5분 / 깊은 수면: 2시간 7분, 수면 점수: 79

총평

홍크 슈 복장의 핵심인 긴 수면가운은 병원 가운과 비슷했다. 앞쪽에는 세 개의 버튼과 가슴주머니가, 뒤쪽에는 스냅 버튼이 달려 있었다. 전형적인 아마존발 수입 폴리코튼 제품이었다. 너무 조여서 불편했기 때문에, 보통은 뒷단추 두 개는 풀고 잤다. 가장 최악은 수면모자였다. 자는 동안 자꾸 벗겨져서 아침에 보면 베개 옆이나 침대 구석에서 발견되곤 했다. 달랑거리는 방울은 귀엽지만, 어깨뼈 아래에 끼거나 자는 자세를 바꾸려 할 때마다 방해가 됐다. 옆으로 자는 내게는 특히 최악이었다. 밴드가 탄성이 있어서 머리에 맞게 늘어나긴 했지만, 귀까지 덮으면 너무 조이고 땀이 났다.

그리고 촛불. 이건 정말 별로였다. 첫날 밤, 촛불을 켜고 일기를 쓰고, 설거지를 하고, 세면 루틴을 하고, 마지막엔 라디오로 야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약 1시간 반 정도 촛불을 켜두었는데, 라디오에 집중한 사이에 초가 한쪽으로 무너져 있었다. 이 촛불은 야간용으로는 완전히 부적합했다. 과학적으로 보나 체감적으로 보나, 수면의 질은 이 ‘바보 같은 복장’을 입었을 때 약간 개선되었다. 평소 스타일로 잤을 때의 평균 수면 점수는 71.3점이었고, 홍크 슈 복장을 입었을 때는 77.6점이었다. 수면 시간이나 깊은 수면의 최장 기록은 이 복장을 입었을 때였지만, 평균 깊은 수면 시간은 오히려 복장을 안 입었을 때가 2분 더 길었다. 다만, REM 수면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평균 55.2분에서 73.4분으로 올랐다. 나는 이 증가를 내 눈이 그 웃긴 복장에 감동해서 바삐 움직였다고 믿고 싶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콘텐츠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건 다 해본다. 둘째, 더 나은 수면을 원한다면, 이상한 복장을 입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그 복장이 50달러도 안 되는 인터넷 상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셋째, 구두쇠 스크루지는 속물이었다. ‘홍크 슈 커뮤니티’의 얼굴이긴 하지만, 그가 진짜 잘 잤다고 믿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오늘날의 수면 최적화 기술이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초와 가운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더 나은 수면을 원한다면 홍크 슈 방법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이 여러분의 돈을 절약해줬길 바란다.

Matthew Roberson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