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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부터 블랙핑크 리사까지, 이 인형 키링을 사고 걱정을 멈췄다고?

2025.06.25.조서형, Eileen Cartter

뒷골목에서 라부부를 산 이야기. 내가 걱정을 멈추고 이 인형을 사랑하게 된 그 이야기.

Photographs: Getty Images; Collage: Gabe Conte

나는 지난 토요일, 퀸즈 플러싱에 있는 쇼핑몰에 들어서며 라부부를 살 마음이 20퍼센트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로비를 지나 팝마트 매장에 도착했을 때, 입구 앞에는 작은 군중이 모여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로 향했고, 우리가 찾는 게 거기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애들이 있었다. 자물쇠가 채워진 플렉시글라스 상자 안에, 장난기 가득한 보석처럼 정렬된 인형들—라부부였다.

라부부가 낯선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라부부는 중국 장난감 브랜드 팝마트가 제작한 인형으로, 귀여운 비닐 얼굴에 봉제 인형 몸을 가진 캐릭터다. 다양한 버전 중 어떤 게 나올지 모르는 블라인드 박스 형식으로 판매되며, 이는 포켓몬 카드나 야구 카드의 미스터리 팩과 유사한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몇 달간, 이 키링 인형은 틈새 유행을 넘어서 글로벌 현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부부 언박싱 영상은 틱톡과 유튜브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했고, 라부부 전용 디자이너 의상과 미니어처 액세서리 시장까지 생겨났다. 블랙핑크 리사의 열렬한 라부부 팬 인증 덕분에 작년부터 판매량은 급증했고, 리한나, 데이비드 베컴, 배드 버니, 페소 플루마, 그리고 셰어까지 유명인들이 이 인형을 디자이너 가방이나 바지 벨트 고리에 달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주에는 일본 브랜드 사카이와 협업한 라부부 한정판이 퍼렐 윌리엄스의 경매 플랫폼 ‘주피터’에서 무려 3만 1,25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WWD에 따르면, 라부부 제조사 팝마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466억 달러로,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어링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포브스는 팝마트의 38세 창립자 왕닝Wang Ning이 중국 부호 순위 10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라부부는 2015년 홍콩 아티스트 카싱 룽이 창작했으며, 북유럽 숲 속 괴물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기는 아이폰 정도이며, 부드러운 털, 뾰족한 발톱, 뚜렷한 눈썹,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미소가 특징이다. 모든 라부부는 설정상 여성이며, 지모모라는 남성 리더가 존재한다. 그는 용처럼 생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언박싱 영상으로 처음 접했고, 기차 안이나 사무실에서도 라부부를 본 적이 있다. 교정기를 낀 10대부터 패션계에서 일하는 세련된 여성까지, 이 인형을 가방에 달고 있었다.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어떤 세련된 사람이 들고 있던 더로우의 마고 백에 라부부가 달려 있는 걸 봤다. 인형은 이자벨 마랑 2012년 봄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니트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인형, 나쁘지 않은데? 심지어 귀엽잖아. 사람들 창의력 봐. 그 전날, 나는 로어이스트사이드의 빈티지숍 쇼윈도에서 처음으로 실물 라부부를 봤다. 친구 시드니와 함께 매장에 들어가 가격을 물었고, 직원은 개당 60달러라고 답했다. 우리는 충격에 웃음을 터뜨렸다. 라부부가 그렇게 비싸다고?

매장 안에 있던 10대 남학생 둘이 “60달러보다 싸면 가짜일 수 있다”고 경고해줬다. 그때 나는 이 수집용 인형 시장이 얼마나 깊은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곧 나는 그 토끼굴로 빠져들게 된다. 시드니와 나는 친구 세레나, 엘리자와 함께 플러싱에 놀러 갔다가 팝마트 매장을 찾게 됐다. 매장에는 라부부가 진열되어 있었지만, 실물 박스는 하나도 없었다. 안내문에는 QR코드를 스캔해 온라인으로 구매한 후 매장에서 수령하라는 설명이 있었다. 우리는 순진하게 코드를 스캔했지만, 연결된 페이지는 오류 메시지를 띄웠다. 품절이었다.

나는 다른 블라인드 박스를 구경하며 뭐 다른 재미있는 거라도 하나 사자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드니는 라부부 진열대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아쉬운 눈빛으로 인형을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거 찾고 계세요? 저한테 있어요.” “얼마예요?” 시드니가 물었다. “45~60달러 사이요,” 그가 얼버무리듯 답했다. 시드니는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중에 “그 순간 뭔가 감정이 확 올라왔어. 진짜 내가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어”라고 말했다. 그녀는 매장 안에 있던 나를 찾아와 그 남자를 가리켰다. “진짜 있어. 15달러만 더 주면 된대.”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이 퀘스트가 너무 웃긴 일이 되어버렸다. “살까?” 그녀가 물었고, 나는 “무조건 사야지!”라고 했다.

그녀는 남자와 함께 복잡한 쇼핑몰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고, 거기엔 그의 여성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그들에겐 라부부 박스가 가득 담긴 대형 토트백 두 개가 있었다. 일반 버전과 한정판까지 다양했다. 시드니가 “덜 화려한 색이 좋아요”라고 하자, 그들은 파스텔톤의 마카롱 시리즈에서 핑크색 박스를 하나 골라주었다. 시드니는 잠깐 흥정을 했고, 결국 45달러에 현금으로 구매했다. 거래는 끝났다.

나는 매장 안에서 시드니가 서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핑크 박스를 조심스레 들고 웃고 있었다. 진짜 샀다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둘이 외진 구석으로 숨듯 이동했고, 시드니는 박스를 찢고, 안에 든 마일러 팩을 열었다. 그 안엔 회청색 셰르파 퍼의 라부부가 있었다. 웃는 얼굴은 날카로웠고, 촉감은 양털처럼 부드러웠다. 박스 측면의 설명에 따르면 이 모델은 ‘씨솔트 코코넛’. 그녀는 인형을 미우미우 빈티지 백에 달았고,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때,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선의로 우리를 따라온 듯했다. “태그에 있는 QR코드 스캔해보세요. 진짜인지 확인돼요.” 사실 우리 둘 다 QR코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진짜인지 아닌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박스는 묵직하고 정교했고, 얼굴 디테일도 이상 없었다. 가짜 ‘라푸푸’도 존재한다지만, 이건 진짜 같았다. 아니면 어때, 그게 더 웃긴 이야기잖아.

우리는 한동안 환희에 젖었다. 이걸로 충분하다, 나는 생각했다. 그때 근처에서 라부부 전용 옷을 파는 상점도 발견했다. 짝퉁 디자이너 아이템도 있었고, 스트리트웨어도 있었다. 기차에서 봤던 그 여성이 떠올랐다. 실시간으로 이런 유행과 마주하는 경험이 내 뇌를 간질였다. 내 안에 무언가가 바뀌고 있었다.

우리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사천식 김치생선탕을 시켰고, 방금 겪은 일을 되짚었다. 세레나는 조용히 앉아 충격을 받은 듯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라부부라는 걸 아예 몰랐던 그녀는 친구들이 낯선 사람에게 45달러를 주고 인형을 사는 걸 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네 괜찮아? 이게 도대체 뭐야?” 알고리즘의 간극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약간 실리밴즈 같은 거야”라고 설명했지만, 이 현상을 설명하긴 부족했다. “그 부부가 비니베이비 때문에 이혼하면서 법정에서 나눠 갖는 사진 기억나지?”

이 현상은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패션 심리학자 제니퍼 하이넨은 글래머와의 인터뷰에서 “라부부는 수집형 장난감계의 슈프림이다. 인위적인 희소성, 정체성 표현, 한정 접근을 통한 감정적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둘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머지않아 할리우드나 럭셔리 업계도 이 열풍에 올라탈 것이다.

잠시 후, 식당 창밖에서 시드니에게 라부부를 팔았던 그 남녀가 다시 보였다. 나는 엘리자를 끌고 그들을 따라갔다. “더 있어요?” 내가 물었다. 남자가 웃었다. 익숙한 듯, 우리를 한산한 복도로 이끌었다. 잠시 찰리 버킷이 슬러그워스를 만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들은 핑크색 마카롱 시리즈 박스를 건넸고, 나는 흥정해보려 했다. “40달러 어때요?” 하지만 눈빛은 이미 들켜 있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자는 힘을 가진다. 그래도 대기업 대신 이 부부에게 돈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45달러를 건넸고, 라부부를 품에 안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해냈어!” 엘리자가 소리쳤다. 나는 박스를 열었다. 테디베어 브라운 색의 라부부, 에스프레소빛 눈, 복숭아빛 뺨, 그리고 무서운 이빨. 이름은 ‘토피’였다. 나는 내 가방에 그녀를 달았다. 이제 나도 유행에 합류했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내 인스타그램 피드는 온통 라부부로 도배됐다. 알고리즘이 나에게 엘프 생명체의 모든 전설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동료들은 라부부 밈을 계속 보내왔다. “오늘 기차에서 좀 부끄러웠어,” 다음 날 시드니가 말했다. 나도 동의했다. 내 가방에 토피를 달고 출퇴근할 때, 내가 어떤 이미지를 주고 있는지 헷갈린다. 내 라부부가 반항적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 중요할까? 마치 유행이 된 신발을 신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마음을 따라야 한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말을 비틀자면, 종말의 기계든 라부부든, 비밀로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세상에 외쳐야 한다. 왜 안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