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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의존형 성격 장애 징후 5

2025.06.30.조서형

“저는 다 괜찮아요.”, “다 좋아요!”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한다면 그저 예의 바른 게 아닐 수도 있다. 그 이면에 의존성 성격 장애의 징후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의존성 성격 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 DPD)란, 자신보다 타인의 판단, 보호, 결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성격장애다. 쉽게 말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항상 남의 선택에 기대는 패턴이 삶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것. 배려심 있고 겸손한 사람과 혼동하기 쉽지만, 그 빈도와 강도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 징후 5가지를 소개한다.

❶ 중요한 결정을 타인에게 미룬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진로나 직장 선택까지 누군가의 조언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나는 잘 몰라. 네가 정해줘.” 일상적, 경제적,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지한다.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지 못한다. 자기 판단을 믿지 못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

❷ 타인의 기대를 맞추려 한다

거절하거나 의견을 다르게 하면 관계가 끊길까 봐 불안하다. 친구가 부탁한 일에는 싫다는 말을 못하고 억지로 돕는다. 연인이나 상사의 경우 기분이 상할까 봐 자기 일정이나 감정은 늘 뒤로 미룬다. “싫어도 그냥 해줬어. 화낼까봐.” 누구나 관계에서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기분을 고려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게 지나치면 매우 위험하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부탁도 수용하게 되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착취 당하기도 쉽다. 연애나 직장에서 권력 불균형이 생겨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 머무르게 된다.

❸ 혼자 있는 게 불편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견디기 어렵다. 스스로를 무력하고 무가치하게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이 있어야 안심이다. 혼자 여행이나 혼자 사는 것은 물론, 잠깐 집 앞 카페에 혼자 있는 것도 불편하다. 혼자 여행을 가게 되어도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있어야 편안하다. 혹은 어떻게라도 동행을 찾는다. “혼자는 못할 것 같아서…” 누군가와 늘 연락을 하고 있어야 편안하고 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바로 다음 관계를 찾는다.

❹ 무리한 일도 감수한다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면 자존감, 건강, 욕구를 희생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한 노력을 습관처럼 한다. 연인이 화를 내면 무조건 사과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며 나만 참으면 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해로운 관계를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❺ 스스로 무능하다고 여긴다

반복된 의존과 실패 경험으로 자기 효능감이 극도로 낮아져 있다. “난 그런 거 애초에 못 해”, “나는 결정하면 꼭 틀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는 능력이 있더라도 도전을 회피하고 늘 남의 그림자에 머무른다. “이걸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할까요?” 혼자서는 강한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 나를 점검해보는 셀프 체크리스트

‘매우 그렇다’의 응답이 5개 이상 해당한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장한다.

✅ 혼자 있으면 불안하거나 허전하다
✅ 결정을 내릴 때 항상 누군가에게 물어본다
✅ 거절이 어렵고, 거절 후 죄책감을 느낀다
✅ 누가 나를 떠날까 봐 걱정돼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한다
✅ 항상 내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먼저 고려한다
✅ 나 없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걸 보면 섭섭하다
✅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내가 쓸모없게 느껴진다
✅ 갈등을 피하려고 내 의견을 자주 숨긴다

회복 방법

내가 뭘 원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연습을 한다. 작은 결정이라도 스스로 선택한다. 점심 메뉴라던지, 약속 장소라던지, 헤어스타일 등. 그런 연습을 통해 내가 선택해도 괜찮다는 자기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심리상담 또는 인지행동치료를 권장한다. 다시 내 손에 삶의 주도권을 쥐고 내가 좋은 걸 “이게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