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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톤 A Slow Pleasure: 이 밤을 찬찬히, 은근히, 그리고 싱그럽게 느끼는 방법

2025.07.02.임채원

즐거움은 무겁지 않아도 된다.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위스키는 ‘자고로 농밀하고 중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에게 한마디, 오늘의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밤엔 한낮의 갈증을 씻어줄 알코올 생각이 맴돈다. 칠링된 화이트 와인이나 살얼음 낀 맥주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밤을 더 차근차근 곱씹고 싶다면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찾는 우리를 위해 싱글톤이 흥미로운 캠페인을 준비했다.

싱글톤은 ‘A Slow Pleasure’ 캠페인을 통해 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취하는 데에도 예외가 없는 느림의 미학을 전한다. 부드럽고 라이트한 결을 가진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점은, 싱글톤이 여름밤의 아주 좋은 옵션이라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함께, 천천히 즐기는 즐거움’이란 슬로건 아래 5월과 6월의 금요일마다 서울의 바 네 곳에서 펼쳐진 네 개의 에피소드. 그 밤들을 기록한 에디터의 노트를 소개한다.

EP.1 리스닝 & 토크 위드 백현진 at 힐즈 앤 유로파

해방촌의 사랑방, 힐즈 앤 유로파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날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첫 이벤트 호스트는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트랙들을 플레이했고, 선곡에 얽힌 이야기들을 차분히 풀어냈다. 캠페인의 매 에피소드는 각 업장과 협업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였는데, 힐즈 앤 유로파는 신비롭고도 펑키한 맛의 ‘싱글 레이디 Single Lady’를 서브했다. 위스키에 사과, 파인애플, 라임 주스, 시나몬 시럽, 탄산수를 섞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특징. 끝에 남는 청량감은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바의 분위기와 대조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창을 타고 흐르는 비는 바깥의 빛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 이곳을 더 은밀한 공간으로, 고립된 아지트로 만들었다.

EP.2 김오키 라이브 퍼포먼스 at 바 피망

명동 한복판 뒷골목에서 겨우 찾을 수 있는 바 피망의 작은 입구를 올라오면, 외부와의 이질감 덕분인지 마치 스피크이지 바에 찾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빈티지 스피커와 서까래 천장, 샹들리에와 붉은 조명. 골방 같기도 한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잔을 들고 옹기종기 어울리며 오늘의 주인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에 담긴 것은 피망이 선보인 칵테일 ‘골든 엣지 Golden Edge’. 위스키에 고구마 소츄인 다이야메, 지파드 살구 리큐르가 추가되어 알코올의 존재감이 묵직하면서도 향긋한 과일 향취가 이색적인 한 잔이 완성되었다. 9시경, 메인 이벤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거칠게 숨을 불어넣던 연주자는 이내 자기의 리듬을 되찾고 공간은 순식간에 녹진한 재즈의 선율로 가득해졌다.

EP.3 킹 오브 디깅 서울 at 플라스틱 뮤직바

세 번째 에피소드는 OG들의 화려한 디제이 셋에 집중했다. 도산 공원 인근 플라스틱 뮤직바는 360 사운즈의 프로듀서 플라스틱 키드가 운영하는 공간.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브랜딩과 칵테일이 준비되었다. 일본의 전설적인 디제이, DJ 무로는 자신의 바이닐 컬렉션과 화려한 믹싱 스킬로 두 시간에 걸친 세트를 다채롭게 채웠다. DJ 소울스케이프는 여름에 어울리는 레트로 사운드를 이어갔다. 이날의 칵테일 ‘싱글 라이프 Single Life’는 위스키에 배 주스와 탄산수를 섞고 레몬과 민트를 띄워 싱글톤의 산뜻하고 청량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비 오는 날의 꿉꿉함을 날리는, 맛있는 선곡과 신나는 칵테일이 어우러진 밤이었다.

EP.4 어 플레저 나이트 at 냐피

캠페인의 마지막 밤은 이태원의 클럽 냐피에서 이루어졌다. ‘A Pleasure Night’라는 이름 아래, 빛과 음악이 공존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밴드 까데호의 라이브 공연과 냐피가 큐레이션한 셀렉터들의 디제이 셋, 여기에 신비로운 조명 연출이 더해져 끈적한 밤은 점점 더 강렬한 활기를 띠었다. 냐피의 바텐더들이 만든 칵테일의 이름 ‘골드 러쉬 Gold Rush’처럼 입속으로, 클럽 안으로 황금빛 행렬이 줄지어 밀려들었다. 끊임없이 불어나는 사람들로 새로움과 다양성이 파도치듯 충돌하는 밤. 천천히 오래 즐기는 즐거움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행사였다.

싱글톤이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슬로우 크래프트(Slow Craft)’라는 철학이 있다. 오랜 방식과 정성으로 탄생한 위스키의 맛은 부드럽고 조화롭다. 이에 더해, 음악과 함께, 다채로운 재료와 섞였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되는 싱글톤의 매력을 전한다. 즐거움은 함께 나누고, 조각내어 천천히 음미할수록 더 오래 머물렀다. 즐거움은 나눌수록 깊어진다.

사진
싱글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