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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추천! 역대 최고의 영화 오프닝, 잊을 수 없는 레전드 신 10

2025.07.15.조서형, Jack King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오프닝은 뇌리에 각인된, 그런 역대 최고의 오프닝 신을 모았다.

최고의 영화 오프닝 장면이 반드시 줄거리를 무겁게 다루거나, 이야기의 핵심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종종 중요한 건 분위기를 암시하는 것이다. 완벽한 예시는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다. 《골든아이》의 폭발적인 댐 시퀀스,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의 북한 침투 장면을 보라. 전체 이야기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액션과 스턴트로 가득 차서 앞으로 펼쳐질 00 미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물론 본드 영화만이 아니다. 최고의 오프닝 장면은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을 즉시 몰입하게 만든다. 그것이 빠른 전개로 액션 속으로 끌어들이든, 향후 두 시간이 가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든 말이다. (때로는 오프닝 장면이 너무 훌륭해 나머지 영화가 따라가기 힘든 경우도 있다. 아래 순위에 있는 《28주 후》가 그 예다.) 정말 좋은 오프닝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튜브에서 수일, 수주, 수개월, 수년 뒤에도 다시 찾아보게 된다. 여기에 그중 다수가 나열돼 있다.

10. 《비열한거리 (Mean Streets, 1973)

마틴 스코세이지의 《비열한 거리》 오프닝은 단순함의 극치다. 로버트 드 니로, 하비 케이틀 등 다양한 조폭 캐릭터들이 집에서 촬영된 영상처럼 일상 속의 범죄들을 저지르며 등장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이 영화의 지상 시점(P.O.V.)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가장 돋보이는 건 음악이다. 오프닝에는 로네츠의 “Be My Baby”가 흘러나오는데, 발랄한 이 곡은 영화의 정서와 1970년대라는 시대를 완벽하게 포착해낸다. 스코세이지는 언제나 음악 선택에 능하지만, 이 곡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9. 《죠스 (Jaws, 1975)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5년 여름, 관객들을 물 밖으로 쫓아내고 극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시작은 오프닝 장면 덕분이다. 이유는? 영화의 첫 번째 희생자인 크리시 왓킨스가 한밤중 수영을 즐기다가 상어에게 끌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조용한 해안 마을 애미티는 공포에 사로 잡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죽음은 알렉스 키트너의 죽음과 로이 샤이더의 리액션이 가져가겠지만, 가장 무서운 장면은 오프닝이 확실하다.

8. 《쥬라기공원 (Jurassic Park, 1993)

《죠스》와 마찬가지로, 《쥬라기 공원》의 오프닝은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켜 죽음의 위기로 이끄는 전형적인 스필버그식 연출이다. 거대한 동물 수송 상자가 철제 우리에 옮겨지고, 로버트 멀둔이 이를 주시한다. 손에는 전기봉을 든 조련사들이 주변을 둘러싼다. 상자 틈으로 보이는 건 번뜩이는 눈과 비늘, 고대의 생물이다. 그리고 곧 공격이 시작된다. 한 작업자가 끌려 들어가고, 멀둔은 필사적으로 그를 잡아 끌며 공룡에게 총을 쏘라고 외친다. 스필버그는 빛과 공포, 13세 이상 등급을 넘나드는 연출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은 자연을 건드려선 안 된다.

7. 《007 골든아이 (GoldenEye, 1995)

수많은 본드 영화의 프리 타이틀 시퀀스가 순위에 오를 자격이 있다. 《카지노 로얄》의 흑백 도입부,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낙하산 점프, 《골드핑거》의 폭격 장면 등. 그중 《007 골든아이》가 선택된 이유는? 시리즈 내에서도 손꼽히는 박진감 넘치는 미니 어드벤처이기 때문이다. 007은 댐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러시아 무기 연구 시설에 잠입하며, 폭탄을 설치하고, 양날개 비행기로 탈출한다. 이로써 피어스 브로스넌 시대의 새로운 톤이 빠르게 확립된다: 강렬하고 약간은 잔혹하며 끝없이 긴장감 넘친다.

6.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최고의 오프닝 장면들 중 다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단편 영화처럼 작동한다. 《레이더스》도 그렇다. 햇빛에 그을린 해리슨 포드, 그러니까 인디애나 존스가 정글 속 사원에 도착해 다양한 함정을 통과하고 보물을 훔친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에서 도망친다. 알프레드 몰리나가 인디의 안내자로 등장하지만, 벽에 찔려 죽는다. 이 장면은 이렇게 말한다: 인디와 함께 하는 이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최고의 모험가이니까.

5. 《드라이브 (Drive, 2011)

영화 《드라이브》는 전반적으로 인간관계 중심의 드라마다. 액션도 있지만, 홍보와 달리 오히려 대화가 많은 인디 로맨스 영화다. 그러나 오프닝 장면만큼은 다르다. 크로매틱스의 “Tick of the Clock”이라는 전자음악에 맞춰, 이름 없는 운전사(라이언 고슬링)가 한 건을 실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LA 시내에서의 도주극을 통해 그는 단순한 운전사가 아니라 본능적이고 스마트하며 막강한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가 얼마나 쿨한 영화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필름브로’의 바이블이 되었다.

4. 28주 후 (28 Weeks Later, 2007)

《28일 후》의 후속작은 괜찮은 좀비 액션 영화지만, 전작의 위용에는 미치지 못한다. 초반에는 도니(로버트 칼라일), 그의 아내 앨리스(캐서린 맥코맥), 몇몇 생존자들이 런던 외곽의 시골집에서 숨어 지낸다. 그런데 한 아이가 문을 두드리고, 그와 함께 감염자 떼가 몰려온다. 피투성이의 대학살이 벌어지고, 도니만이 살아남아 배를 타고 도망친다. 그는 공포에 질려 혼잣말을 한다. “젠장, 젠장, 젠장…”

3. 《데어윌비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폴 토마스 앤더슨의 걸작은 초반 20분 동안 거의 대사가 없다. 젊은 시절의 대니얼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뉴멕시코에서 은광을 찾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장비가 부러지며 그는 깊은 갱도에 떨어지고, 다리가 부러진 채 손과 무릎으로 기어 마을로 돌아간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가 어떤 악당이 되든 간에, 그 용기는… 이후 그가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한다”고 평했다. 이 장면은 권력과 유산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감내할 남자의 서사를 미리 보여주는, 영화 역사상 가장 필수적인 프롤로그 중 하나다.

2.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이 장면은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줬고, 드니 멘슈에를 세계에 알렸다. 한 남자가 가족과 바닥 밑에 숨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긴박한 장면이다. 블랙 코미디 요소도 숨어 있다. 왈츠가 거대한 파이프 담배를 꺼내는 장면이라든가,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 등. 유대인을 사냥하는 나치 형사 란다와 평범한 낙농업자 멘슈에의 말싸움은 테러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다.

1.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수많은 전쟁 영화가 전쟁의 공포를 묘사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묘사는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하이퍼 리얼하고, 하이퍼 잔혹하다.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태도로, 폭력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세세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한 병사가 잘린 팔을 마치 마트에서 콜라 캔을 줍듯이 집어 들고, 그 외에는 혼돈만이 지배한다.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는 기관총을 피해 동료들과 함께 독일군 진지를 돌파하려 애쓴다. 전쟁은 지옥이다. 하지만 이처럼 지옥 한가운데로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