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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소 에이지 “한국에서 자주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025.07.21.전희란

아카소, 에이지의 첫 인사.

슬리브리스, 노이스.

GQ 하루에 몇 번 정도 시계를 봐요?
AE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10번 이상은 보는 것 같아요.
GQ 주로 손목시계인가요?
AE 스마트폰보다는 손목시계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아요. 특히 사적인 시간에는 더더욱요.
GQ 언젠가 인터뷰에서 “물욕은 별로 없지만, 손목시계는 좋아한다”고 말했죠.
AE 어릴 때부터 손목시계를 좋아했어요. 남자아이들은 기계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초등학교 때 삼촌이 지샥을 선물해줬는데, 그때부터 제 ‘시계 인생’이 시작됐어요.

GQ 시계 인생이라, 멋진데요? 시간을 다루는 작품도 좋아해요?
AE 시계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작품의 장면들을 집중해서 봐요. 가령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들에서 손목시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작품을 보면 정말 멋지다, 멋진 시계다, 느끼곤 하죠.
GQ 이번 영화 <366일>에서도 시간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죠. 평소 ‘시간’에 대해 특별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어요?
AE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관해 많이 의식하는 편이에요.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 느리다 하는 감각에 대해서요. 하루 단위로 볼 때, 설레고 즐거우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반대로 따분하거나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 같은 한 시간이라도 길게 느껴지고요. 저는 하루하루를 설렘과 신나는 마음으로 보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도록 하려고 노력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란 생각이 들 때 아쉽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도 들거든요. 그런데 1년 단위로 보면 또 달라요. 자극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진 한 해는 돌이켜보면 더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올해는 참 길고 알찬 한 해였다’라고 느낄 수 있게 1년을 보내고 싶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아들이고 싶어요.
GQ 빠르게 흐르는 시간들로 채워진 긴 한 해라.
AE 어렵네요.(웃음)

GQ 긴 한 해로 기억되게 할 새로운 자극이라 하면 가령, 최근 SNS 라이브에서 이야기한 한국 버킷 리스트 같은 거 말일까요? ‘찜질방 가기, 삼겹살 먹기, 김치 담그는 법 배우기’를 이야기했죠.
AE 찜질방 가기, 삼겹살 먹기는 그전부터 생각한 거였는데,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한 건 그 자리에서 번뜩 떠오른 생각이에요. 한국 김치, 너무 맛있잖아요. 초등학생 때 같은 반에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먹은 김치가 너무 맛있었어요. 그 맛이 아직 잊히지 않아요.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직접 담글 수 있으면 사지 않아도 되잖아요.
GQ 요리를 잘해요?
AE 전혀요. 하지는 않지만, 좋아는 해요. 좋아는 하지만, 설거지는 너무 싫어요. 예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설거지하다가 아주 질렸거든요.
GQ 김치 담그면 설거지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 줄 아세요?
AE 앗, 그럼 김치 담그기는 포기할게요.

데님 재킷, 이자벨마랑. 니트 톱, 노이스. 데님 팬츠, 베르사체. 비니, 스투시.

GQ 최근에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 때는 언제예요?
AE 현장에 있을 때요. 특히 즐거운 현장일수록 더 그래요.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분들을 보거나, 감독의 시선이나 연출이 흥미로울 때 굉장히 즐거워요.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 특히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고 느끼는데, 최근에 <상속 탐정>의 법정 장면을 찍으면서 그랬어요. 정말 중요한 장면이고, 길이도 길었거든요. 그 장면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감독님, 배우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실제로 연기를 맞춰보면서 촬영했는데 시간이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GQ 사적인 시간에는 어때요?
AE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할 때 시간이 빠르게 가더라고요. 최근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따려고 준비하고 있거든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언젠가 오토바이 타는 역할이 들어오면 제가 직접 운전하면서 연기해보고 싶어서요. 해본 적 없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무엇보다 컸고요. 면허는 아직 진행 중.(씨익)
GQ 면허를 따면 가장 달려보고 싶은 장소는 어디예요?
AE 일본이라면, 오키나와나 홋카이도가 좋겠어요. <366일>에도 나온 오키나와 바닷가를 오토바이 타고 한번 달려보고 싶어요.
GQ 그럴 땐 플레이리스트도 중요하죠.
AE 역시 HY의 ‘366일’이죠. 제가 영화 <366일>을 선택한 커다란 이유이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에 무척 자주 들었고, 저를 비롯해 전 국민이 사랑하던 곡이에요. 그래서 그 작품이 제게 왔을 때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홋카이도라면···, 특정 목적지를 정하기보다는 온천이 있는 곳까지 타고 달리고 싶어요. 귀에는 플라워 컴퍼니즈의 ‘Shinya Kousoku’를 재생하면서요.

스웨이드 재킷, 베르사체. 팬츠, 페라가모.

GQ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는 어떤 음악을 재생해요?
AE 영화 <록키> 테마곡, ‘Eye of the Tiger’.
GQ ‘테토남’! 그런데 어째서요?
GQ 스물여섯 살 때 배역을 준비하면서 근육 트레이닝을 시작했거든요. 그때 헬스 트레이너가 <록키>는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게 해주는 곡이에요. 음악에 매료된 이유는, 결국 이 영화에 끌린 이유와도 맞닿아요. <록키>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도 하고, 다른 많은 역할을 한 영화예요. 저예산임에도 굉장히 퀄리티가 높은 작품이죠. 아무것도 아니었던 록키가 챔피언과 싸워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가 아메리칸 드림의 진면목을 보여준달까요.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용기가 나요.
GQ 아카소 에이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AE 네, 저는 잘 알고 있어요.
GQ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AE 글쎄요. 행복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해지려고 살아가지만, 의외로 잘 안 될 때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려고 해요.
GQ 아카소 에이지는 언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AE 친구들 만날 때, 특히 고향 친구들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아까 제 MBTI 유형이 ‘E’라고 말씀드렸죠? 틈만 나면 친구들이랑 온천에 가는데, 그것이 제가 요즘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
GQ 목욕 마니아잖아요. 온천 버킷 리스트 같은 게 있을까요?
AE 로마요.

셔츠, 데님 팬츠, 모두 베르사체. 슈즈, 보테가 베네타.

GQ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록된 순간이 있어요?
AE (촉촉한 눈동자에 조명이 비추는 듯하다.) 지금 머릿속에 이미지처럼 번쩍 떠오른 장면이 있어요. 어느 특정한 하루, 4~5시쯤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에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석양을 배경으로 커다란 태양을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그 풍경이 정말 예뻤어요. 무척 행복했고, 동시에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이에요. 이유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고등학생 때 느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도 지니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지금’을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가질 수 없는 당시의 젊음이 있었으니까··· ‘이것이 행복이구나’ 느꼈던 순간이어서, 그 기억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요.
GQ 인생에서 처음 ‘행복’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일까요?
AE 아···,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GQ 그 감정이 다른 감정과는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어요?
AE 글쎄요. 즐겁다, 맛있다, 재미있다는 감정은 그전에도 느꼈지만 ‘행복하다’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아요.

재킷, 렉토. 볼 캡, ERL.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처음 느낀 행복의 순간이, 실은 굉장히 사소한 순간이었네요.
AE 맞아요. 아주 평범한 하루였어요.
GQ 영화 <366일>에서처럼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그 하루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어요?
AE 음···, 생일을 하루 미룰 수 있는 날. 이 나이가 되면 한 살 더 먹는 게 마냥 기쁘지 않잖아요.(씨익)
GQ 시간을 미루고 싶지만, 이제 곧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네요.
AE 그렇네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자주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 처음 한국에서 팬미팅을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번에 새롭게 저를 알게 되신 분들도 계세요. 올해 한국에서 보여드릴 작품들이 계속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김치, 삼겹살도 좋아하고, 한국 패션도 좋아하고, 갤럭시, 제네시스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아, 그런데 이제 정말 가볼게요.

포토그래퍼
장기평
스타일리스트
임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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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