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소, 에이지의 첫 인사.

GQ 하루에 몇 번 정도 시계를 봐요?
AE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10번 이상은 보는 것 같아요.
GQ 주로 손목시계인가요?
AE 스마트폰보다는 손목시계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아요. 특히 사적인 시간에는 더더욱요.
GQ 언젠가 인터뷰에서 “물욕은 별로 없지만, 손목시계는 좋아한다”고 말했죠.
AE 어릴 때부터 손목시계를 좋아했어요. 남자아이들은 기계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초등학교 때 삼촌이 지샥을 선물해줬는데, 그때부터 제 ‘시계 인생’이 시작됐어요.

GQ 시계 인생이라, 멋진데요? 시간을 다루는 작품도 좋아해요?
AE 시계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작품의 장면들을 집중해서 봐요. 가령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들에서 손목시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작품을 보면 정말 멋지다, 멋진 시계다, 느끼곤 하죠.
GQ 이번 영화 <366일>에서도 시간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죠. 평소 ‘시간’에 대해 특별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어요?
AE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관해 많이 의식하는 편이에요.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 느리다 하는 감각에 대해서요. 하루 단위로 볼 때, 설레고 즐거우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반대로 따분하거나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 같은 한 시간이라도 길게 느껴지고요. 저는 하루하루를 설렘과 신나는 마음으로 보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도록 하려고 노력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란 생각이 들 때 아쉽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도 들거든요. 그런데 1년 단위로 보면 또 달라요. 자극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진 한 해는 돌이켜보면 더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올해는 참 길고 알찬 한 해였다’라고 느낄 수 있게 1년을 보내고 싶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아들이고 싶어요.
GQ 빠르게 흐르는 시간들로 채워진 긴 한 해라.
AE 어렵네요.(웃음)

GQ 긴 한 해로 기억되게 할 새로운 자극이라 하면 가령, 최근 SNS 라이브에서 이야기한 한국 버킷 리스트 같은 거 말일까요? ‘찜질방 가기, 삼겹살 먹기, 김치 담그는 법 배우기’를 이야기했죠.
AE 찜질방 가기, 삼겹살 먹기는 그전부터 생각한 거였는데,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한 건 그 자리에서 번뜩 떠오른 생각이에요. 한국 김치, 너무 맛있잖아요. 초등학생 때 같은 반에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먹은 김치가 너무 맛있었어요. 그 맛이 아직 잊히지 않아요.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직접 담글 수 있으면 사지 않아도 되잖아요.
GQ 요리를 잘해요?
AE 전혀요. 하지는 않지만, 좋아는 해요. 좋아는 하지만, 설거지는 너무 싫어요. 예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설거지하다가 아주 질렸거든요.
GQ 김치 담그면 설거지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 줄 아세요?
AE 앗, 그럼 김치 담그기는 포기할게요.

GQ 최근에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 때는 언제예요?
AE 현장에 있을 때요. 특히 즐거운 현장일수록 더 그래요.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분들을 보거나, 감독의 시선이나 연출이 흥미로울 때 굉장히 즐거워요.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 특히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고 느끼는데, 최근에 <상속 탐정>의 법정 장면을 찍으면서 그랬어요. 정말 중요한 장면이고, 길이도 길었거든요. 그 장면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감독님, 배우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실제로 연기를 맞춰보면서 촬영했는데 시간이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GQ 사적인 시간에는 어때요?
AE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할 때 시간이 빠르게 가더라고요. 최근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따려고 준비하고 있거든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언젠가 오토바이 타는 역할이 들어오면 제가 직접 운전하면서 연기해보고 싶어서요. 해본 적 없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무엇보다 컸고요. 면허는 아직 진행 중.(씨익)
GQ 면허를 따면 가장 달려보고 싶은 장소는 어디예요?
AE 일본이라면, 오키나와나 홋카이도가 좋겠어요. <366일>에도 나온 오키나와 바닷가를 오토바이 타고 한번 달려보고 싶어요.
GQ 그럴 땐 플레이리스트도 중요하죠.
AE 역시 HY의 ‘366일’이죠. 제가 영화 <366일>을 선택한 커다란 이유이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에 무척 자주 들었고, 저를 비롯해 전 국민이 사랑하던 곡이에요. 그래서 그 작품이 제게 왔을 때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홋카이도라면···, 특정 목적지를 정하기보다는 온천이 있는 곳까지 타고 달리고 싶어요. 귀에는 플라워 컴퍼니즈의 ‘Shinya Kousoku’를 재생하면서요.

GQ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는 어떤 음악을 재생해요?
AE 영화 <록키> 테마곡, ‘Eye of the Tiger’.
GQ ‘테토남’! 그런데 어째서요?
GQ 스물여섯 살 때 배역을 준비하면서 근육 트레이닝을 시작했거든요. 그때 헬스 트레이너가 <록키>는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게 해주는 곡이에요. 음악에 매료된 이유는, 결국 이 영화에 끌린 이유와도 맞닿아요. <록키>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도 하고, 다른 많은 역할을 한 영화예요. 저예산임에도 굉장히 퀄리티가 높은 작품이죠. 아무것도 아니었던 록키가 챔피언과 싸워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가 아메리칸 드림의 진면목을 보여준달까요.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용기가 나요.
GQ 아카소 에이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AE 네, 저는 잘 알고 있어요.
GQ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AE 글쎄요. 행복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해지려고 살아가지만, 의외로 잘 안 될 때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려고 해요.
GQ 아카소 에이지는 언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AE 친구들 만날 때, 특히 고향 친구들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아까 제 MBTI 유형이 ‘E’라고 말씀드렸죠? 틈만 나면 친구들이랑 온천에 가는데, 그것이 제가 요즘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
GQ 목욕 마니아잖아요. 온천 버킷 리스트 같은 게 있을까요?
AE 로마요.

GQ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록된 순간이 있어요?
AE (촉촉한 눈동자에 조명이 비추는 듯하다.) 지금 머릿속에 이미지처럼 번쩍 떠오른 장면이 있어요. 어느 특정한 하루, 4~5시쯤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에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석양을 배경으로 커다란 태양을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그 풍경이 정말 예뻤어요. 무척 행복했고, 동시에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이에요. 이유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고등학생 때 느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도 지니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지금’을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가질 수 없는 당시의 젊음이 있었으니까··· ‘이것이 행복이구나’ 느꼈던 순간이어서, 그 기억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요.
GQ 인생에서 처음 ‘행복’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일까요?
AE 아···,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GQ 그 감정이 다른 감정과는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어요?
AE 글쎄요. 즐겁다, 맛있다, 재미있다는 감정은 그전에도 느꼈지만 ‘행복하다’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아요.

GQ 처음 느낀 행복의 순간이, 실은 굉장히 사소한 순간이었네요.
AE 맞아요. 아주 평범한 하루였어요.
GQ 영화 <366일>에서처럼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그 하루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어요?
AE 음···, 생일을 하루 미룰 수 있는 날. 이 나이가 되면 한 살 더 먹는 게 마냥 기쁘지 않잖아요.(씨익)
GQ 시간을 미루고 싶지만, 이제 곧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네요.
AE 그렇네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자주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 처음 한국에서 팬미팅을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번에 새롭게 저를 알게 되신 분들도 계세요. 올해 한국에서 보여드릴 작품들이 계속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김치, 삼겹살도 좋아하고, 한국 패션도 좋아하고, 갤럭시, 제네시스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아, 그런데 이제 정말 가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