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단정하고 캐주얼한 그런 룩. 시대를 초월한다.

아마존 프라임의 하이틴 로맨스 히트작 ‘내가 예뻐진 그 여름The Summer I Turned Pretty’를 봤다면, 성숙해 보이는 카라 셔츠, 몸에 꼭 맞는 리바이스 청바지, 빈티지 오메가 시계에 푹 빠질 것이다. 의상 디자이너 제스 플래허티는 1990년대 공항 패션을 다시 주목하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을 보고 있다. 달콤하고 로맨틱한 여름 성장 서사라고 홍보되었지만, 실제로는 화를 돋우는 콘텐츠에 더 가깝다. 오해는 하지 말길, 나는 분명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 주인공 이자벨 벨리 콘클린이 형제인 콘래드와 제레마이아 피셔 사이에서 사랑을 두고 몇 주 연속으로 갈팡질팡하는 걸 보고 있자면 결국 TV를 향해 소리를 지르게 된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려면 아예 집 밖에 잠시 나갔다 오는 게 빠를 정도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마다 내가 이 드라마로 돌아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다. 바로 콘래드 피셔. 특히, 그가 입는 옷을 보기 위해서다.

크리스토퍼 브라이니가 연기하는 콘래드 피셔는 그 어느 시즌에서 보다 멋있다. 드라마 속 그는 23세다. 참고로 벨리와 제레마이아는 각각 21, 22세. 시즌 3은 시즌 2 이후 4년이 흐른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그 사이 콘래드는 스탠퍼드를 졸업했고, 인생 2막을 정리하고 3막을 맞이한 듯한 행동과 옷차림을 하기 시작했다. 의대에 진학했고,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상담을 받기 시작했으며, 구운 치킨 위주의 식단을 한다. 무엇보다 단추 달린 셔츠, 주름 잡힌 카키 바지, 가죽 스트랩의 빈티지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시계를 착용한다. “야한 작은 시계”라는 별명을 가진 바로 그 시계다. 아무튼 그는 진짜 어른 같은 모습이다.
콘래드의 옷장은 현대 남성의 옷장에 있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캐주얼한 카라 셔츠, 핏이 좋은 리바이스 501 청바지, 흰 티셔츠, 니트 폴로, 그리고 저녁의 쌀쌀한 쿠즌스 해변에서 입는 케이블 니트 스웨터까지 간단한 기본 아이템으로 구성하고 있다. 콘래드의 옷장은 깨끗하고, 클래식하며, 시대를 초월한다. 마치 ‘핫한 영문학 교수 스타일’에 90년대 아빠 감성을 더한 듯하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남성(performative male)”의 정반대다.

Z세대 여자로서, Z세대 남자들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콘래드의 옷장에서 배워라. 몸에 맞지 않는 얇은 후드티, 어정쩡하게 긴 카고 반바지, 의도된 ‘꾸안꾸’처럼 보이는 헐렁한 청바지와 짧은 티셔츠, 캔버스 토트백 조합은 당장 버려라. 당신은 절대 카미 베르자토가 될 수 없다. 대신 허구의 뉴잉글랜드 해변 마을 쿠즌스 비치로 가서 콘래드 피셔를 찾으라. 매회 에피소드마다 콘래드는 빅토리아 시대 남자가 처음으로 이성의 발목을 본 듯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아이템들을 꺼내 든다. 우리는 모두 현대 남성들이 그냥 그래픽 티셔츠와 통 넓은 바지를 입고 하루를 때우는 것에 지쳐 있다. 이런 옷이야말로 소년과 남자를 구분 짓는다.
많은 콘래드 피셔 팬 편집 영상이 조지 마이클의 Father Figure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건 의미심장하다. 여성들은 유능함에 매력을 느낀다. 콘래드가 접시를 닦고, 상담을 다니며, 저녁을 요리할 줄 안다는 점 뿐 아니라, 그걸 팔뚝까지 걷어붙인 셔츠 차림으로 한다는 사실에 끌리는 것이다. “남편 재질(husband material)”이라는 표현이 콘래드 피셔 관련 틱톡에서 자주 쓰이는데, 그 말은 대체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시계를 찬 모습과 함께 사용된다. 진심으로, 인터넷의 사람들은 그 시계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정말로. 그의 옷차림은 그의 성장을 반영한다. 그는 수작업도 할 줄 아는 정리된 남자의 모습처럼 보이며, 더 중요한 건 마침내 벨리와 함께할 준비가 된 감정적 성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성숙함이야말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다.

이건 거칠지만 잘생긴 쿨 아빠 스타일이다. 나의 MZ세대 동료이자 GQ 스타일 작가인 아일린 카터는 이를 영화 페어런트 트랩의 데니스 퀘이드에 비유한다. 그의 옷차림엔 섹시함과 실용성이 동시에 묻어난다. 주목할 점은, 콘래드의 스타일이 쿠즌스 비치 안에서만 멋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틱톡에서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콘래드 시즌 3 스타일’로 꾸미는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이건 마치 90년대 J.Crew 카탈로그와 폴로 랄프로렌의 창고가 사랑의 결실을 낳은 듯한 스타일이다. 조금 더 세련된 버전에서는 조너선 앤더슨이 디올에서 선보인, 약간 흐트러진 스타일링의 테일러드 아이템도 잘 어울렸을 것이다. 제레마이아가 월가로 갈 사람처럼 입는다면, 콘래드는 언젠가 나파 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소유할 사람처럼 입는다.
당신이 지지하는 쪽이 팀 콘래드든 팀 제레마이아든 상관없다. 이번 시즌에서 콘래드가 Z세대 남성 패션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그는 분명 멋진 옷들을 갖고 있다. 이제 그가 소녀의 마음까지 얻기를 바랄 뿐이다.
콘래드 피셔의 독보적인 해안가 아빠 스타일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GQ는 The Summer I Turned Pretty의 의상 디자이너 제스 플래허티와 그의 스타일 변화, 90년대 헐리우드 공항 패션이 옷장에 어떻게 영감을 주었는지, 그리고 주름 잡힌 카키 바지가 어디서 나왔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시즌 콘래드의 의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시즌 1과 2때보다 훨씬 성숙해진 것 같거든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시즌 초반에 원작자인 제니 한 작가랑 앉아서 얘기를 나눴어요. 각 캐릭터는 어떻게 변했고, 무엇은 변치 않았는지 추적했죠. 우리가 둘다 정말 좋아했던 고전적인 룩이 있는데, 그걸 저는 ‘핸섬 맨’이라 불러요. 공항에서 보이는 남자들을 생각해볼게요. 1990년대 후반의 해리슨 포드 같은 그런 모습이요. 클래식하고, 깔끔하고, 캐주얼한 룩이에요. 또, 콘래드가 의대에 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원래도 구조적이고 단정한 그의 성향에 여름이라는 계절 사이의 균형을 찾아냈어요. 빈티지 리바이스를 중심으로 스타일링을 해나갔어요. 콘래드는 지나치게 캐주얼하거나 느슨하지 않아요. 헐렁한 스웻팬츠나 스웻셔츠차림은 하지 않죠. 시즌 초반과 이번 시즌 사이 4년 동안 콘래드는 부드럽고, 시대를 초월하며, 성숙한 그런 룩을 완성했어요.
콘래드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스타일 레퍼런스는 누구일까요? 그는 옷을 입을 때 누구를 참고한다고 생각하세요?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저와 제니 한 작가는 함께 이런 상상을 해봤죠. ‘콘래드는 엄마가 살아있을 때 사준 옷을 여름 별장에서 입는다.’ 저는 연기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다만 제가 참고할 때는, 공항 사진들을 봤어요. 여행 중인데 멋지게 보이는 사진들이요 — 스웻팬츠가 등장하기 전 시대의 모습이죠. 또 아주 좋은 참고 자료로 오스틴 버틀러의 사진을 봤어요. 그는 멋진 청바지와 모터사이클 부츠를 신고 있었어요. 저는 1990년대에 살았기 때문에 그 시절 감성을 많은 부분 차용했어요. 레드윙 부츠, 완벽한 색감의 리바이스 청바지, 갈색 가죽 벨트 등 제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이템을 챙겼어요. 제가 자라면서 봤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그를 꾸며나갔죠.
많은 사람들이 콘래드를 보면 90년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혹은 영화 ‘노트북’의 라이언 고슬링을 떠올린다고 하더군요. 그런 로맨틱 코미디 세계 속의 아이코닉한 주인공을 노렸나요?
그런 것들은 당연히 제 머릿속 ‘라이브러리’에 다 들어 있어요. 노트북도 그렇고, 크리스천 슬레이터도 또 다른 참고였어요. 아무튼 인스타그램에서 그런 비교들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시계든, 버튼다운 셔츠든 뭐든 간에요.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해 준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시계는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맞죠?
네, 맞아요. 우리 쇼에서 시계는 소품이에요. 저희의 훌륭한 소품 담당자 로비 벡이 시계를 맡았어요. 그가 제니와 함께 적절한 시계를 고르는 과정을 거쳤고, 결국은 스트랩까지 바꿔서 콘래드만의 독특한 것으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또 다른 아이템은 콘래드의 카키 팬츠예요. 그 바지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 거라고 예상했나요?
그 바지는 망고 제품이에요. 솔직히 그 아이템이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한여름의 촬영장은 정말 덥지만, 반바지만 입힐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청바지만 입을 수도 없었고요. 주름 잡힌 바지는 자칫 너무 부풀거나 몸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마침 가볍고 아름답게 재단된 망고의 바지가 있었어요. 크리스에게 정말 잘 어울렸고요. 그 바지는 그 에피소드의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때 콘래드가 입었던 티셔츠는 벅 메이슨 제품이었어요.
이번 시즌에서 가장 좋아하는 콘래드의 의상은 뭐예요?
저는 그가 빈티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었을 때가 정말 좋아요. 버튼다운 셔츠들을 입을 때도요. 1화의 상담 장면에서 입었던 그 연한 줄무늬 셔츠 — 마시모 두띠 제품이었는데, 정말 사랑해요. 그 룩은 아이코닉해요. 쉽게 입을 수 있고, 유행이 지나지 않죠. 10년 후에 다시 봐도 “와, 저건 유행이었네”라는 느낌이 아니라 “오, 나 태어나기 전 아빠 사진에서 저런 거 본 적 있어” 이런 느낌일 거예요. 우리가 쇼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점이라 좋아요. 그래서 제 선택은, 벨트와 빈티지 청바지, 그리고 그 부츠와 함께 입는 그의 버튼다운 셔츠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