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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이 뭐든 지우는 느낌이 들지 않길 바랍니다” 셀린느 2026 S/S 컬렉션

2025.09.02.강지영

마이클 라이더로부터.

초여름, 파리의 고풍스러운 뉴스스탠드마다 부드러운 스카프에 쌓인 물건을 정직한 탑뷰로 찍은 사진이 등장했다. 중앙에는 심플하지만 견고한 셀린느 로고. 마이클 라이더의 첫 쇼 티저는 그렇게 파리 골목을 고운 아이보리빛으로 채웠다. 쇼 당일,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비비엔느 거리는 일찍부터 멋쟁이들로 들썩였고, 현란한 소동을 피해 오랜 친구와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 샤블리와 가자미 뫼니에르를 먹으면서 우리는 ‘이제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록밴드, 혼성 듀오, 이름을 안 붙인 빵, 하루키의 신간으로 시작한 수다는 패션계의 낭만과 로맨스, 계절마다 새 옷을 기다리는 설렘이 없어진 시큰둥한 마음까지 이어졌다. 콘셉트에 매몰된 오리무중의 엉성한 패션, 고유한 개성은 희귀해진 다 똑같은 싸구려 캐주얼, 신발이 바지가 되고 가방이 재킷이 되는, 그러나 크리에이티브로 칭송받는 무근본 변신술. 누구의 잘못인가에 대한 공방은 결국 관대함이라고는 벼룩 같은 “내 탓이오”라는 ‘홀리한’ 종결로 마무리. 셀린느 2026 S/S 컬렉션 장소인 비비엔느 16번지는 2014년부터 셀린느 본사로 쓰인 고아한 건물로, 커다란 유리 지붕과 유려한 곡선의 계단, 비옥한 정원 덕분에 파리에서 가장 우아한 건축물로 손꼽힌다.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약간의 장식만 더한 쇼장은 세련되고도 다정한 분위기였다. 안뜰은 하우스의 상징인 트리옹프 문양으로 좌석을 배치했고, 커다란 실크 스카프가 천장을 덮고 물결처럼 나부낀 덕분에 빛은 여러 가지 색깔과 농도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플로리스트 마크 콜의 소박하고 청초한 부케는 또 어쩌면 그렇게 예쁜지. 쇼가 시작되고 더 큐어의 ‘pictures of you’ 에 맞춰서 베이지 재킷에 스키니 데님을 입은 울프 컷 모델이 등장한 순간, 이 아름다운 드라마의 엔딩을 알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사진에서 당신을 보고 있어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 순간이 그동안 기다려온 ‘무엇’이 되리란 예감에 가슴이 뛰었다.

쇼가 이어지는 동안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봄은 취소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제 “셀린느는 취소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들뜬 마음을. 남녀 모델이 섞인 쇼에서 각각의 룩은 서로의 옷장에서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골라 입은 무드였다. 경계나 제한 없이 잘 어울리는 것끼리 조합한 젊고 경쾌하고 분방한 옷들. 특히 노련한 작가가 캐릭터를 부여한 듯, 헤어와 메이크업, 액세서리와 스타일링이 그 사람 자체였던 모델들도 어떤 런웨이에서보다 매력적이었다. 마이클 라이더의 첫 셀린느 컬렉션은 모델의 애티튜드, 아이템과 룩 전부 피비 파일로의 우아한 개인주의와 에디 슬리먼의 혹독한 팬덤주의, 무엇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분명히 다르게 만든 현명함이 핵심이었다. “이번 컬렉션이 뭐든 지우는 느낌이 들지 않길 바랍니다. 기반이 있었기에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이 저에겐 현대적이고 옳은 방법으로 느껴집니다.” 전임자의 기록을 구태라 칭하고 싹 다 버리는 다수의 교만함과 비교되는, 겸손하고 성숙하며 따뜻한 마이클 라이더의 짧은 편지로 쇼의 처음과 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옷을 입는 개인적 방식으로 스타일을 만드는 설렘, 진정한 아름다움은 결국 완성도에 있다는 정의, 패션이 삶의 어떤 기억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낭만, 옷은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명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이날 다시 기억해냈다.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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