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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기념일 7

2025.09.12.주현욱

숫자와 음식 이름의 발음을 결합해 만든 기념일에서 한국인의 언어유희와 음식 사랑이 동시에 드러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삼겹살데이 (3월 3일)

삼겹살데이는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에 맞춰 만들어진 기념일로, 돼지고기 삼겹살을 즐기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겹살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외식 메뉴 중 하나다. 원래는 축산업계에서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만든 날이지만, 이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실제로 3월 3일에는 고깃집이 북적이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블랙데이 (4월 14일)

블랙데이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연인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솔로들이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솔로들은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짜장면이나 짬짜면 같은 검은색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 단순히 ‘연애하지 못한 날’이라는 의미를 넘어 솔로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즐기는 유머러스한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연애를 못한 걸로 기념일을 만든다고?”라며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한국 특유의 웃어 넘기기 문화와 자기 풍자적 유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오이데이 (5월 2일)

오이는 한국 음식 문화에서 쌈 채소, 김치, 반찬, 여름철 냉국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오이데이는 날짜 ‘5월 2일(5·2)’의 발음이 오이와 비슷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특별히 정해진 의식은 없지만, 고기와 함께 빠지지 않는 오이를 강조하거나 오이 요리를 즐기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부 농업 단체나 마트에서는 이날에 맞춰 오이 소비를 장려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그린데이 (8월 14일)

그린데이는 커플들이 숲이나 공원에 가서 함께 산책을 즐기는 날로, 이름처럼 녹색 자연을 만끽하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그런데 솔로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바로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를 마시는 날. 같은 기념일이지만 커플과 솔로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념한다는 점에서 한국 특유의 재치와 이중적 문화가 드러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와인데이 (10월 14일)

와인데이는 연인끼리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를 즐기는 날이다. 한국에서 와인은 서양처럼 오래된 전통 주류는 아니지만, 1990년대 이후 점차 대중화되면서 세련된 데이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이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는 의미로 와인을 마시곤 한다. 여기에 꽃다발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구구데이 (9월 9일)

구구데이는 숫자 ‘9’가 두 번 겹치는 9월 9일을 기념하는 날로, 주로 치킨 브랜드에서 활용하는 비공식 기념일이다. ‘구구’라는 발음을 닭 울음소리와 연결해 이날은 치킨을 먹으며 즐기자는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치킨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기념일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재미있고 신기하게 다가온다.

빼빼로데이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11월 11일에 기념하는 날로, 막대 모양의 과자가 숫자 ‘1’과 닮았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연인이나 친구끼리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사랑과 우정을 표현하는 날로 자리 잡았는데, 사실은 제과회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비공식 기념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기념일보다도 널리 알려져 있고,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굳어졌다. 외국인들은 “과자에도 기념일이 있어?”라며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