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는 노래하지, “햇살이 내린 세상으로 날 힘껏 던져.”

GQ (소파에 웬디가 앉아 있다.) 누군가 동석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WD 매니저님께 쉬시라고 했어요. “혼자 해볼게요” 하고. 여기, 옆에 앉으실래요?
GQ 좋네요. 시작해볼까요? 웬디의 새 앨범을 한 단어로 예고해본다면요?
WD 오, 음···, 시원하다! 아직 더운데, 그런 날씨적인 면일 수도 있고, 감정적인 걸 수도 있고, 듣는 분들께 시원하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했던 장르가 이번에 많이 담겨 있기도 하거든요. 저희 (레드벨벳) 멤버들도 들으면서 “오, 많이 달라졌네? 확실히 색깔이 다르다”고 얘기해줬어요. 저한테는 진짜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GQ 잠깐 상상했어요. 루키 시절 웬디는 솔풀했고, 레드벨벳으로서의 여러 색채도 보여줬고, 그 틈에 새로운 게 뭐가 있을까?
WD 힌트라면 밴드 스타일.
GQ 아 그렇네요, 밴드 스타일을 본 적은 없네요.
WD 맞아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이번에는 편안하게 흘러가는 이지 리스닝 밴드 음악을 원했어요. 밴드 음악 들을 때 제 심장이 많이 뛴다고 느끼거든요. 밴드 공연 좋아하는 분들은 공감할 거예요. 심장이 뛰고 살아 있는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콘서트 타이틀도 직접 골랐어요. ···너무 ‘투 머치’한 얘기인가?

GQ 아뇨, 전혀요. 콘서트 타이틀이 <W:EALIVE>죠?
WD 네. W가 ‘웬디 Wendy’가 될 수도 있고 ‘우리들 We’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함 Warmth’, ‘함께 With’도 될 수 있고. 다양한 의미를 담으면서 밴드 콘서트이다 보니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나도 살아 있고 현장에 있는 분들도 생동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서 ‘얼라이브 Ealive’라고 지었어요. 그게 제 목표이자 콘서트와 앨범의 목표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정했는데, 모르겠어요, 전달이 되면 좋겠네요.
GQ 살아 있음이 키워드군요.
WD 살아 있음. 네. 저도, 다녀가신 분들도 “잘 보고 왔다”, “노래 좋던데?” 얘기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해요. 그런데 그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걱정돼요.
GQ 말하는 모습은 설레어 보여요. 걱정스러운 느낌보다는.
WD 아니에요, 걱정돼요. 설렘이 하나도 없어요, 흐하하하하. 걱정, 걱정.
GQ 2025년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웬디에게는 지금이 새해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새 회사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때잖아요.
WD 맞아요. 제가 그렇게 막 욕심 있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노래로서는 있어도. 그 외에는 막 ‘너무 하고 싶다’ 이런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새로운 출발을 하고 나서,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해보니, 내가 몰랐던 게 너무 많았구나 싶은 거예요. 조금 더 제 자신을 부서뜨리면서 단단해지고, 부서뜨리면서 단단해지는 그런 시간 같아요. 그 시작이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거든요. 그런데도 내가 이제까지 못 보여준 웬디의 모습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당장은 그럴 게 없지만. 으하하하하. 아직은 안 해봤으니까.
GQ 이제 부수고 있으니까.
WD 네! 지금은 부수면서 테이프로만 붙여두고 있어서 새고 있지만(웃음), 앞으로 얼마나 단단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GQ 지난 11년은 주변 사람을 믿고 따르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주도적으로 나아가려는 변화인가요?
WD 맞아요.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 새로운 출발인 거잖아요. 그 전학, 출발이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큰 책임으로 느껴져요. 동시에 저는 여전히 레드벨벳 멤버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에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GQ 그런데 그 표현 귀엽네요. 지금은 깨진 데를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는.
WD 진짜. 그래서 새고 있어요. 흐하하하. ‘으아아’ 하면서 테이프로 붙이고 있는데, 나중에는 글루건으로 딱 붙여서 물 하나 새지 않는 아이가 될 것 같아요.
GQ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어려워요?
WD 어려워요. 전에는 “저는 다 좋아요” 그랬고, 이제는 “어···, 뭐 하지? 뭐 하지?”라면, 그걸 지나서 “이걸로 하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내뱉기까지가 너무 어려워요. 그걸 밟아나가는 과정이 제게는 성장이자 단단해지는 시간 같아요.
GQ 그 새 발걸음을 옮기면서, 새 공연을 준비하고 새 앨범을 만들면서, 쓰지 말아야지 다짐한 말이 있다면요?
WD “싫어.” 너무 단호하고 부정적인 말이잖아요. “아니”, “싫어”. 그리고 “좋아요”도. 싫어, 아니, 이런 말을 원래도 잘 하진 않고 오히려 “뭐든 다 좋아요”였는데, 이제는 “좋아요”도 많이 하지 말자고도 생각했어요. 뭐든 다 좋다고 하면 제 의견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뭐든 싫다고 하면 상대방의 의견이 안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니까. 그 중간에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저는 이게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든지, 완전 단호하게 얘기하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해요.

GQ 내 주도성과 기호를 찾아나가고 싶을 때 대개 좋다, 싫다, 부러 더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경우도 있죠. 그 표현을 정제하려 한다는 점이 새겨보게 되네요.
WD 상대방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한테도 그게 돌아오니까. 저는 제 자신한테 단호한 편이에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단호한 편이라서, 그래서 더 상대방한테 그렇게 표현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도 있어요. 스스로도 ‘안 돼’, ‘하지 마’라고, 뭔가를 도전할 때 나조차 겁먹게 될까 봐 단호하고 부정적인 말은 최대한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 “그래도 해야지” 이런 말을 많이 해요.
GQ 그래도 해야지!
WD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흐하하하. 그래, 해야지.
GQ 이번 기회에 봤는데요, <어디든 가요>(2025)가 좋은 방송이었다고 느껴요.
WD 진짜로. 네. 촬영 가는 날이 너무 설렜어요. 노래 준비 시간이 타이트해서 조금 힘들었지, 함께한 모든 것이 다 좋았어요.
GQ 노래를 엄청 많이 부르기도 했죠.
WD 저는 원래 한 곡 부를 때 2주를 연습해야 하는 타입이에요.
GQ 완벽주의자 아니라면서 한 곡에 2주를요?
WD 노래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고 감정선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며, 이런 정리를 할 시간이 저는 2주가 있어야 돼요. 앨범 준비할 때도 한 곡당 적어도 3~4일은 달라고 해요. 그렇게 되지 못할 때가 많아서, 그러면 저는 그게 스트레스로 확 다가와요. 그런데 <어디든 가요>는 한 곡이 아니라 막 일곱 곡씩 부르기도 하고, 현장에서 인이어나 모니터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될 때도 많았는데 그냥···, 그냥 해본 거죠.
GQ 포장마차 거리에서도 하고, 시장에서도 하고.
WD 그렇게 안 해본 거라서 좋았어요. 현장에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의 눈빛과 표정들…, 그런 걸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저로서는 어쩌면 감히 그게 노래의 힘이라고도 느꼈어요.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었어요.

GQ 유튜브에서 그때 라이브들이 여전히 재생되고 있어요. 혹시 이 댓글 봤어요?
WD 저 그런데 맨날 맨날 들어가서 댓글 다 봤어요. 안 좋은 것도 저는 무조건 봐요. 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상관하지 않거든요? 그런 악플은 봐도 상관없어요.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노래에 대한 이야기에는 무조건 ‘내가 이게 안 좋았구나. 여기가 조금 그랬구나. 오케이, 나중에 이거 고쳐야지. 한 번이라도 저분의 마음을 내가 돌릴 수 있도록 해봐야지’가 돼요. 그래서 노래에 대한 댓글은 최신 순으로 무조건 다 업데이트해서 봐요.
GQ 어떤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WD 좋은 댓글도 기억에 남지만 내가 고쳐야 하는 내용이 더 기억에 남아요. 너무 고음만 하는 것 같다, 감정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거. 그런데 저는 그거 인정하거든요. 제가 이제까지 감정선은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채 노래 부르는 것만 많이 해와서. 감정선은 어떻게 보면 타고나는 것도 있고, 그리고 경험의 영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경험이 적고 거기에서 오는 부족한 면도 있다고 느껴서, 세상 밖으로 더 많이 나가보려 하고 경험을 더 많이 키우려고 하는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괜찮아. 내가 경험을 더 쌓자’, 인정해요.
GQ 연륜에서 풍겨 나오는 것들이 있겠죠.
WD 맞아요. 그래서 많이 경험해보고, 사랑도 해보고···, 사랑은 뺄까요? 으히히.
GQ 왜 빼요, 중요한데.
WD 저 진짜로 주변에 얘기하거든요. 나 마음 아픈, 너무 아픈 이별 해보고 싶다.
GQ 안 해보셨구나.(웃음)
WD 네, 진짜 너무 마음 아픈 이별 좀 해보고 싶어요. 그걸 노래에 녹이고 싶어요.

GQ 그런 게 두렵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어떤 풍파가 오든 상관없다는 마음만으로도 소중하지 싶어요.
WD 그때 가서는, 그게 닥쳤을 때는 ‘흐으으윽’ 이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래에 녹여낼 수 있으니까 저는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감정선이 한계에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 녹음하면서도 느꼈거든요. 내가 좀 (한계에) 부딪힌다···.
GQ 아주 깊은 감정에 대한 갈증이랄까요.
WD 그런데 그 깊은 감정이란 걸 제 자신 안에서만 겪은 거죠. 딥한 감정도, 밝은 감정도, 내 자신 것만. ‘집순이’라서 그냥 나의 스태프들, 회사, 멤버, 가족, 끝. 이러다 보니까 세상 밖으로 좀 더 나 자신을 던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부딪혀봐야 내가 아티스트로서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GQ 느껴보지 못한 게 아니라 내 안에서만 머문 거네요. 타인이나 세상과의 관계로 뻗어 나갔다기보다는요.
WD 내 안에서만. 맞아요. 저는 좋은 게 좋다고 여겨서 부딪힘도 없고, 누구랑 싸워볼 일도 없고, 눈치를 보면 봤지 그 이상의 것이 없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부딪히는 게 다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 밖으로 저를 좀 꺼내보고 싶어요. 그래서 여행도 가보고 싶어요. 원래 여행 좋아하지 않는데 떠나보고 싶어요.
GQ 아까 지나가는 말로 이탈리아 여행해보고 싶다 했죠?
WD SNS에 이탈리아 여행기가 많이 보이는데 너무 좋아 보이는 거예요. 남부 바닷가부터 시작해서 다 가보고 싶어요. 수영은 못하지만. 그러다 보면 또 수영도 배우고 싶어지겠죠? 그렇게 하나씩.
GQ 나를 꺼내보는.
WD 네. 그래서 저의 한 네 번째, 다섯 번째 앨범이 기대가 돼요. 그쯤이면 제 색깔이 확 나올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더 앞당겨질 수도 있고요.

GQ “웬디는 2024년부터 어떤 벽을 넘어선 것 같다.” 아까 인상 깊어 나누고 싶던 댓글은 이거였어요. 웬디 씨를 오래 지켜본 팬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중으로서도 그 말이 와닿더라고요. 요즘의 웬디를 보면 정말 어떤 벽을 넘어선 사람의 노래처럼 들려요.
WD 그게, 갈망 때문인 것 같아요.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시간들이 있으니까. 그걸 묵히고 묵혀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많이 떨리더라도, 그 갈망을 꺼내니까 그게 벽을 넘어섰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GQ 터져 나오듯이.
WD 네. 듣는 분들은 그게 실력적으로의 어떤 변화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안에 내재돼 있던 갈망이 터져 나왔다고 생각해요. 너무나도 하고 싶었으니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왔고, 하고 있고, 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런데 좀…, 좀 많이 한 것 같긴 해요. 으하하하하하.
GQ 이미?
WD 평생 해야 하는데. 지금 몰아서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웃음) 저 환갑에 디너쇼 하는 게 목표거든요. 흰 티에 청바지 입고. 팬들도 흰 티에 청바지 입고 오라고 드레스코드 정해서. 팬들 밥 먹고, 저는 노래하는 웬디의 디너쇼.
GQ 초대해주세요.
WD 오세요, 오세요. 저 정말 하고 싶어요. 팬들에게도 늘 그래요.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노래할 거라고.
GQ 여기로 사연을 보내본다면 어떨까요 그럼? wendy_song@asndent.com
WD <오늘은 웬디> 메일 주소!
GQ 사연에 맞게 웬디 씨가 선곡해 불러주잖아요. 오늘 익명의 웬디가 MC 웬디에게 사연을 보낸다면요?
WD 음···, “예민지수가 올라갈 때 마음을 조금 안정시키는 노래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하는.”
GQ 예민해요, 지금? 오늘 내내 전혀 못 느꼈다고 말해도 되려나요.
WD 집에 불닭 소스가 쌓여 있어요. 제 힐링이 집에 가서 불닭 소스 먹고 자는 거예요. 으하하하. 요새 하나하나 정리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아서 아무래도 그런데···, 제 노래를 추천해도 되나요?
GQ 그럼요. 웬디가 웬디를 위해 고르는 노래니까요.
WD 그럼 이번 타이틀곡. 제목이 ‘Sunkiss’인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두근거림과 벅참을 표현한 곡이거든요? 제게 용기를 주는 곡이자 새 출발하는 많은 분에게도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가사가 좋아요. 읽어드릴게요. “I Don’t Give Up 있는 힘껏 부딪힐래. 햇살이 내린 세상으로 날 힘껏 던져. 미치도록 낯설지만 널 기다려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