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낯빛은 겨울비를 맞고 말라가는 낙엽 색과 비슷하다. 어둡고, 차다. 얼굴형은 가로보다는 세로로 긴 편이고, 눈썹은 비교적 낮게 위치했다. 두 눈 사이 거리와 턱 길이는 보통. 입꼬리는 살짝 말려 올라갔다. 이런 내 얼굴은, 부자가 될 상인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물었을 때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은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현대식으로 고쳐본 “내가 부자가 될 상인가?”에 대해서는, 뜻밖에도 다소간 긍정의 대답이 들려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부자의 인상’은 존재한다.
우리가 남의 얼굴을 볼 때
우선 ‘밑밥’을 깔자면,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부자의 관상이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사람이 상대방의 얼굴을 봤을 때 ‘부자 같다’ 혹은 ‘가난한 것 같다’고 인식하는 관상이 존재한다는 것. 즉 나의 이목구비가 어떤 모양이고 어떻게 배치됐는지, 또 피부색은 어떤지 등을 통해 사람들은 나의 재력을 유추하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중도적(?) 인상의 소유자다.
부유한 인상, 가난한 인상
우선 내 얼굴 중 ‘부유함’을 담당하는 부위를 소개한다. 바로 얼굴형과 입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부유하다고 느끼는 관상은 얼굴이 좁고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웃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나의 눈썹과 피부색은 부유함의 기준을 이탈한다. 사람들은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다소 불그스름해 따뜻한 안색을 띤 사람에게서 부유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두 눈 사이 간격이 좁은 경우도 부유한 관상에 해당한다. 반면, 해당 연구에서 낮은 눈썹·좁은 눈·처진 입매·짧은 턱·어둡고 차가운 피부톤은 가난해 보이는 얼굴의 특징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부유한 관상에 가까운 얼굴일수록 신뢰감·정직함·유능함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상의 대표 주자로는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이 있다.
관상은 어디까지나 ‘관상용’
나를 포함, 부유하지 못한 관상의 소유자인 모두에게 희소식. 해당 연구는 사람의 얼굴과 실제 부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보다는, 얼굴 특성과 사회적 고정관념의 관계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부자 관상이라고 다 부자는 아니며, 부자가 다 ‘부자의 상’을 갖지는 않았다는 뜻. 더불어 연구를 진행한 토라 비욘스도티르 박사는 부자와 빈자를 외모로만 판단하면, 사회 계층이 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니. 관상은 관상용으로 남겨두자.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말했다. “수술로 부자 되는 관상은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인상은 불가능합니다. (부자들처럼) 긍정적 기운을 가지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