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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K리그 팬들을 황당하게 만든 레드 카드 6

2025.10.05.김현유

웃음이 나오는 황당함도, 어이가 없어 실소조차 나지 않는 황당함도, 말문이 막힐 정도의 황당함도 모두 포함. 이게 모두 2020년대 최근 5년 간의 일이라니

K리그는 2020년대 들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2023년 관중 301만 1509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343만 9662명을 동원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할 전망이다. 관중이 늘면 화젯거리도 늘기 마련이고, 레드 카드는 축구 팬들 사이 언제나 큰 이슈였다. 분노, 억울함, 체념 그리고 황당함까지 복잡한 감정을 끌어오는 룰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관중들을 황당하게 만든 레드 카드가 나온 2020년대의 경기 6개를 꼽았다. 웃음이 나오는 황당함도, 어이가 없어 실소조차 나지 않는 황당함도, 말문이 막힐 정도의 황당함도 모두 포함이다.

2021년 4월 10일, 성남FC vs. 광주FC / 뮬리치

세르비아 출신 스트라이커 뮬리치는 2021년 성남FC에 입단했다. 장대한 기골이 눈길을 끌긴 했으나, 앞선 8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정도라 크게 인지도 있는 외인 공격수는 아니었다. 이 날은 달랐다. 뮬리치는 경기 전반 14분만에 멋진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9분에 또 한 번 완벽한 골을 기록했다. 인생 경기라 할 만했다. 두 번째 골을 넣은 뮬리치는 상의를 탈의하고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성남 팬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경기 중 상의 탈의는 무조건 경고가 주어진다. 이미 뮬리치는 전반전에 옐로 카드 한 장을 받은 상태였는데, 스스로의 경기력에 도취돼 이를 잠시 잊은 것이다. 주심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뮬리치에게 다가와 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를 연달아 내밀었다. 다행히 성남은 골문을 지켜 2-0 승리를 거뒀고, 사건은 뮬리치가 김남일 당시 성남 감독에게 엉덩이를 걷어 차이며 일단락됐다.

2025년 6월 28일, 수원FC vs. 강원FC / 김대원

역사는 반복된다. 뮬리치의 사건이 있은 지 불과 4년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후반전이 끝나가도록 1-1로 팽팽했던 경기에 추가 시간 기적이 일어났다. 강원 김대원이 날린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수원의 골망을 가른 것이다. 김대원의 전역 후 첫 득점이었다. 흥분한 김대원은 옐로카드를 각오하고 유니폼을 벗어 팬들에게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러나 김대원은 이미 옐로카드를 한 장 받은 상태였다. 뮬리치와 마찬가지로 카드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대로 퇴장 당한 김대원은 초조해하며 경기를 지켜봤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미롭게도 강원의 정경호 감독은 뮬리치 퇴장 사건 당시 성남의 코치로 재직 중이었다. 코치로서 또 감독으로서, 4년 만에 똑같은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정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나도 김대원의 엉덩이를 걷어차야 하나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2025년 3월 1일, 인천유나이티드 vs. 수원삼성 / 권완규

거대 팬덤으로 유명한 인천과 수원이 K리그2에서 처음으로 만난 경기였다. 무려 2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모여 유료관중집계 이후 K리그2 역대 최대 관중 수를 기록했다. 수많은 팬들에게 결과보다 이슈가 된 건 베테랑 센터백 권완규의 퇴장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 권완규는 인천의 스로인을 점프하며 양 손으로 막아냈다. 흡사 만세를 하는 모양새였는데, 마침 이 날은 3.1절이기도 했다. 이미 전반전에 옐로 카드를 받은 권완규는 그대로 퇴장당했다.

한 달 후 권완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 날따라 태극기가 많이 보였다. 애국심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흥분됐다”며 “만세를 하면 공을 안 던질 줄 알았는데, 진짜 던졌다. 저도 당황했다”고 밝혔다. 팀 규정에 의해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낸 권완규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속죄했다.

2024년 5월 26일, 제주 유나이티드 vs. 수원FC / 아르한

프라타마 아르한은 2024년 수원FC에 입단하며 인도네시아 출신 첫 번째 K리그1 선수가 됐다. 이 날 경기는 그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스타 플레이어인 만큼, 교체 명단에 아르한이 포함된 걸 확인한 인도네시아 팬들은 폭우를 뚫고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후반 26분, 드디어 아르한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그의 데뷔 무대는 불과 41초 만에 끝나 버렸다. 들어오자마자 위험한 파울을 범해 비디오 판독 끝에 레드 카드를 받은 것이다. 교체 투입부터 레드 카드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이었다.

2025년 3월 29일, 대전하나시티즌 vs. 광주FC / 이정효

이 경기에서 퇴장당한 건 선수가 아니었다. 후반 추가 시간, 광주 이정효 감독이 레드 카드를 받았다. 이 감독이 광주 쪽 벤치를 향해 물병을 걷어차는 걸 본 대기심이 ‘난폭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소통 후 퇴장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FIFA나 대한축구연맹(KFA) 규정상 음료수 병 등 물체를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경고’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라운드 쪽으로 던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옐로 카드가 나와야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어진 두 경기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된 이 감독은 대신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2025년 9월 28일, 제주SK vs. 수원FC / 송주훈, 김동준, 안태현, 이창민

레드 카드가 나온 경위보다 카드의 숫자 때문에 팬들을 황당하게 만든 경기였다.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단일 팀에서 4명이 레드 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일팀 최다 퇴장 종전 기록은 2명이었다. 시작은 전반 34분 송주훈이었다. 팔꿈치를 쓰는 난폭 행위로 곧바로 퇴장당했고, 수원에게 페널티킥 기회까지 내줬다.

수적 열세에도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으나, 후반 추가 시간 들어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골키퍼 김동준은 박스 밖에서 수원의 슈팅을 손으로 막아 레드 카드를 받았고, 이미 옐로 카드를 받았던 안태현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공을 발로 차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교체 후 벤치에 있던 이창민은 스로인 시도를 방해한 수원 싸박을 밀쳐 레드 카드를 받았다. 결국 김동준과 이창민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