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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고 자도 좋을까? 초가을 수면의 과학

2025.10.08.송민우

가을이 왔다. 창문을 열고 침대에 누우면 적당히 쌀쌀해서 기분이 딱 좋다. 이대로 자도 괜찮을까?

가을이 되면 늘 자기 전에 창문을 열지 닫을지 고민하게 된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선선한 바람과 동네의 소리는 묘하게 편안하다. 우리 집은 풀벌레 울음소리와 사람들이 조곤조곤 속삭이며 지나는 소리까지 섞여 들린다. 익숙한 백색소음을 들으며 이불을 덮으면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극락이 펼쳐진다. 그러나 자다가 차가운 새벽녘 공기에 깨거나 알람보다 일찍 우는 옆집 개 짖는 소리, 내리꽂는 직사광선에 눈이 떠지고 나면 문득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창문을 닫고 잤어야 했나.’ 

잠은 섬세한 생리 현상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주변 환경의 사소한 변화가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다. 기온, 습도, 소음, 빛. 이 네 가지는 우리가 창문을 열고 잘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핵심 변수다. 최근 수면의학 연구를 통해 창문을 열고 자는 것의 이점과 단점을 과학적으로 짚어본다.

기온

사람의 체온은 깊은 수면으로 진입하기 직전 0.5~1℃가량 떨어진다. 그러나 외부 기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이 리듬은 깨지게 마련이다. 덥거나 춥다는 감각이 미세한 각성을 반복하게 만들어 수면 주기를 분절시키는 것이다. Jessica Solodar가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Havard Health Publishing)에 쓴 글에 따르면 야간 최적 수면 온도는 18~22℃로, 때로는 창문을 조금 열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이 온도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벽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씨엔 오히려 창문 개방이 체온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소음

도시의 밤은 완벽한 정적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의 목소리, 차량 소리, 개 짖는 소리. 이런 생활 소음은 낮은 수준에서는 오히려 ASMR처럼 기분 좋은 자극으로 인식되어 이완감을 주기도 하지만 40데시벨 이상으로 커지면 뇌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도로변, 공사장 근처, 혹은 반려동물이 많은 주택가에서는 창문의 부분 개방이나 방음 커튼이 도움이 된다.

빛은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자극이다. 연구에 따르면, 조도 10럭스 이하의 빛이라도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켜 수면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고 한다. 창문을 열면 거리의 가로등, 간판 불빛, 혹은 새벽 햇살이 직접 들어오면 수면 리듬이 쉽게 깨질 수 있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면, 암막 커튼 대신 반투명 커튼을 겹쳐 쓰는 방법이 유용하다. 공기 흐름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빛을 줄여준다.

공기질

밀폐된 공간에서는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CO₂ 농도가 1,500ppm을 넘으면 졸림, 두통,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며, 이는 숙면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 Direct) 저널에서는 창문이나 문을 부분적으로 열어둔 방에서 잔 사람들의 수면 효율이 평균 10% 이상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즉, 창문을 완전히 닫아두면 외기 차단은 되지만,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 실내 오염이 축적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그래서 열라고, 말라고?

외부의 소음, 빛, 새벽 냉기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인 해답은 창문을 굳게 닫고 자는 것이겠다. 그러나 숙면의 핵심은 적당한 공기 흐름과 안정된 환경이다. 완벽한 침묵보다, 익숙한 소리와 부드러운 바람이 있는 밤이 오히려 우리를 깊이 잠들게 할 수도 있다. 또 가을철에만 느낄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한다면, 깜깜한 동굴에서의 잠은 겨울로 미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