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르트,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 그리고 그랜드 세이코가 걸작을 선보였다. 시계 컬렉터라면, 부랴부랴 위시리스트에 이를 담았을 것이다.

9월의 라인업에서는 예거 르쿨트르가 인기 있는 모델의 업데이트를 선보였고, 브레게는 250주년을 기념하며 또 하나의 걸작을 출시했다. 랑에는 눈부신 드레스 워치를 내놓았고, 그랜드 세이코는 수년 만에 가장 아름다운 기계식 시계를 조용히 공개했다.
빈티지 시계 딜러들의 재고를 살피다 보면, 현대 시계 신에서는 다소 소외된 복잡한 기능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컴플리트 캘린더다.
요일, 월, 날짜, 그리고 문페이즈를 표시하는 컴플리트 캘린더는 필요한 달력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깔끔한 디스플레이다. 단점이라면? 연 캘린더는 1년에 한 번만 조정이 필요하고, 퍼페추얼 캘린더는 거의 영구적으로 자동 조정되지만 제작비가 매우 비싼 반면, 컴플리트 캘린더는 그 구조 덕분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한다. 다만 매달 말일에 착용자가 직접 날짜를 맞춰줘야 한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수고로 한눈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그럼에도 컴플리트 캘린더는 현대에 와서 그 ‘지적이고 복잡한 친척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한때는 거의 모든 시계 브랜드가 자사 버전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그 시절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브랜드는 이 시적이고 낭만적인 기능을 지켜내고 있으며, 이는 예전만큼 흔하거나 저렴하지는 않더라도 하이엔드 시계 세계로 들어가는 훌륭한 입문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거 르쿨트르의 최신작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다. 이 시계는 1950년대풍의 세련된 디자인과 미묘한 디테일을 더해 컴플리트 캘린더를 2020년대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70시간 파워 리저브를 자랑하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구동되며, 2025년 버전의 진정한 매력은 다이얼에 있다.

40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안에는 서로 다른 톤의 두 가지 그레이 컬러가 사용된 다이얼이 자리한다. 두 톤 모두 곱게 처리된 텍스처를 가지고 있다. 다이얼 외곽에서 안쪽으로 보면, 검은색 날짜 트랙이 있는 어두운 영역, 분 트랙과 야광 시각 인덱스가 있는 밝은 영역, 다트형 및 아라비아 인덱스가 적용된 또 하나의 어두운 구역, 그리고 중앙의 밝은 회색 부분에는 요일과 월 표시창,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러닝 초침 서브 다이얼이 자리한다.
야광 처리된 리프 핸즈와 빨간 팁이 달린 포인터 데이트 핸드 덕분에,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담고도 놀랍도록 뛰어난 가독성을 유지한다.
두께는 10.95mm에 불과하고, 단 100점 한정으로 제작된 이 모델은 ‘라 그랑 메종’의 오토매틱 칼리버 866으로 구동된다. 심플한 블랙 가죽 스트랩이 함께하며, 중형 세단 한 대 값에 미드센추리 감성을 손목 위에 얹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브레게 마린 오라 문디 5555

브레게 250주년 기념작 라인의 다섯 번째 모델인‘오라 문디 5555’는 브랜드의 여행용 시계를 화려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단 50명만이 각자 개인 맞춤 버전으로 소유할 수 있다. 브레게 골드 케이스 안에는 특허 출원 중인 인광 에나멜 다이얼이 들어가 있는데, 우주에서 본 밤의 지구와 도시 불빛까지 표현된 모습을 담아낸다. 이 놀라운 효과는 정교한 워치메이킹 트릭을 통해 구현된다.
하단의 골드 베이스 다이얼에는 지구의 경선을 상징하는 기요셰 패턴이 새겨지고, 그 위에는 반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대륙과 로마 숫자 인덱스를 표시한다. 장인들이 구름을 하나하나 손수 채색하기에 시계마다 유일한 예술작품이 된다. 여기에 프로그래머블 듀얼 타임존 인디케이터와 도시 표시창이 동기화되는 시스템이 결합되어, 여행자가 시차를 바꿀 때 버튼 하나로 간단히 시간대를 전환할 수 있다. 결과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A. 랑에 운트 죄네 리처드 랑에 점핑 세컨즈

초침이 ‘똑딱’거린다고 해서 반드시 쿼츠 시계는 아니다. 이른바 ‘데드비트’ 초침, 혹은 ‘점핑 세컨즈’는 정확히 1초 단위로 움직이는 기계식 복잡 기능으로, 전통적인 부드러운 스윕 초침보다 훨씬 정밀한 시간 표시를 제공한다.
A. 랑에 운트 죄네의 최신작 ‘리처드 랑에 점핑 세컨즈’는 이 복잡 기능의 가장 우아한 구현이라 할 수 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핑크 골드 다이얼의 조합이 고급스럽고, 콘스턴트 포스 이스케이프먼트는 균일한 에너지 전달을 보장한다. 또한 제로 리셋 메커니즘 덕분에 초침을 손쉽게 초기화할 수 있다.
레귤레이터 스타일 다이얼은 시·분·초를 각각의 서브 다이얼로 나누어 배치하며, 그중 초침이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해 ‘정확한 시간의 주인공’임을 강조한다.
그랜드 세이코 SLGW007

그랜드 세이코는 매년 몇 차례, 단번에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 워치’ 후보로 꼽힐 만한 모델을 내놓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에볼루션 9 SLGW007’을 보라. 이 시계는 일본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번에는 달빛 아래서 바라본 자작나무 숲을 모티프로 삼았다. 케이스는 빈티지 그랜드 세이코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형태로, 서로 다른 마감 사이의 날카로운 전환이 인상적이다. 38.6mm 직경과 9.95mm 두께는 착용감의 이상적인 균형을 이룬다.
텍스처가 살아 있는 네이비 다이얼은 시각적으로 매혹적이며, 적용된 것은 단지 입체 인덱스, 리프 핸즈, 그리고 최소한의 타이포그래피뿐이다. 핸드 와인딩 방식의 그랜드 세이코 칼리버 9S4A로 구동되며, 시간당 36,000회 진동(5Hz)과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자랑한다. 블루 가죽 스트랩 역시 세련된 삼중 폴딩 버클과 푸시 버튼 잠금 장치로 완성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이 네 가지 드레스 워치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를 넘어, 각각의 브랜드가 세공한 미학과 기술, 감성을 응축한 예술품이다. 클래식과 혁신, 전통과 감각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는 이 시계들은, 진정한 수집가라면 누구나 위시리스트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다.
이 기사는 시계 덕후를 위한 GQ의 월간 하이엔드 타임피스 큐레이션 ‘Watch Guy Watches’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