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물론 가족과 연인의 계정까지 찾아가 욕설과 협박을 하는 등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프로야구의 인기 뒤에는 악플이라는 부작용이 있다. 악플 근절을 목표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스포츠 뉴스 댓글을 없앤 지 5년이 흘렀으나, 악플은 보다 집요하고 직접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다.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기고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아 업무협약을 맺은 이유다.
가장 최근의 악플 피해자는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김서현이다. 지난 1일 한화는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5-6으로 끝내기 패배했다. 8회까지는 5-2로 앞섰으나, 9회 말 김서현이 4실점을 내어줘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의 패배로 결국 KBO 정규시즌 우승은 LG에게 돌아갔고 한화의 1위 가능성은 사라졌다. 경기 후 김서현의 인스타그램 댓글 창은 수위 높은 욕설로 범벅이 됐다. 대부분이 ‘비공개 계정’이었다.
‘비계 악플’은 김서현의 계정에만 달리지 않았다. 김서현의 형, 불펜 포수 김지현의 인스타그램까지 번졌다. 김서현의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 8월 선수협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시즌 내내 SNS를 통해 비난받았다는 선수는 15%에 달했다. 대부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생했는데, 비난의 대상이 선수 본인인 경우는 절반에 못 미치는 49%였다. 나머지 악플의 대상은 선수의 부모님과 배우자, 연인 등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르윈 디아즈와 가족들 역시 피해자 중 하나다. 그는 지난 8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국어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과 애정에 감사하지만,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아내에게 해를 입히고 반려견을 독살하겠다는 협박이 있었기 때문. 이처럼 악플 내용은 협박, 성희롱, 스토킹 등 광범위하다.
디아즈처럼 악플에 맞서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극적으로 반응한다.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들에게 악플에 대응하지 말 것을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는 경기 중 실책성 플레이를 범한 뒤, 팬들의 비난에 욕설로 대응해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류선규 전 SSG 단장은 ‘스타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즉각적 맞대응은 논란만 키우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리는 모순된 상황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56%의 선수들이 악플에 대한 선수협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이에 선수협이 직접 나섰다. 김앤장을 찾아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향후 선수협은 악플에 대한 피해 사례를 채집해 김앤장에 법적 대응을 의뢰할 수 있게 됐다. 김앤장은 선수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선수협의 양현종 회장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존재 의미가 있기 때문에 건강한 비판이나 애정이 담긴 조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족이나 주위 지인을 대상으로 협박, 성희롱을 일삼는 가해자들은 프로야구 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경한 법적 대응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계도 및 발생 억제 효과가 발생해 실제로 법적 분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으나,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이미 일부 선수는 자료 수집 후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계도는 몇 차례의 법적 대응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