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들을 수 있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GQ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독도 광고가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2005년 3월 16일 일어난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가결이 결정적인 계기인 걸로 알고 있어요.
KD 네, 당시 뉴욕에 머물고 있었는데 일본의 말도 안 되는 반칙 소식을 듣고 분노했습니다. 이건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싶어서 방법을 고민했는데, 저는 좀 세련된 태도로 대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게 <뉴욕타임스> 광고였고요.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보고 신뢰한다는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내서 세계적인 여론을 일으키고, 그렇게 일어난 여론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보자는 계산이었습니다.
GQ 내가 광고를 하고 싶다고 해서 <뉴욕타임스>가 지면을 턱, 내어주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 과정도 지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땠나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거고요.
KD 광고비는 자비로 냈어요. 대학교, 대학원 시절부터 언젠가 좋은 일에 써보자고 조금씩 조금씩 모아둔 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맞아요. 당시엔 저도 돈만 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심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길었어요. 무엇보다 국가 현안을 개인이 광고한다는 것부터 그들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것부터 설득이 필요했죠. 결국 5개월 정도 걸려서 7월에 광고를 올리게 됐습니다.
GQ 이후 반향이 대단했죠?
KD 국내 반응들은 예상을 좀 했는데 해외 반응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제일 먼저 BBC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어요. 콜롬비아 대학교 쪽에서도 독도 관련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메일이 왔고요. 무엇보다 해외 각지의 한인회에서도 연락이 상당했는데,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그분들의 지역지에도 독도 광고를 올리셨죠. 미국에 있던 유학생들은 독도 광고 데이터를 저한테 직접 받아 티셔츠에 프린트해서 입고 다니기도 했고요.
GQ <뉴욕타임스> 이후에 더 많은 곳에 독도 광고를 게재하셨죠?
KD 이후 퍼포먼스 중에는 타임스퀘어에 독도 영상 광고를 띄웠을 때가 반응은 제일 대단했던 것 같아요. 또 방콕 파타야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같은, 세계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 다른 독도 광고를 올리기도 했고요. 나중에 <워싱턴 포스트>에도 광고를 게재했는데 이건 좀 다른 내용이긴 했어요. 이들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서 오류를 지적하는 정정 광고였거든요. 그들의 지면에 그들의 보도 오류를 지적하는 광고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올라갔고요. 그때 그들의 태도도 저는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세계적 언론이라고 불리는 덴 이유가 있구나. 싶었죠. 참, <월 스트리트 저널>에도 광고를 냈어요.
GQ 꾸준히 세계인들의 눈앞에 광고를 게재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KD 여론의 힘. 아무리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여론 앞에선 휘청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매체의 힘. 제가 광고를 낼 땐 달리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무조건 세계인들이 많이 보아야 했고, 그러면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이 우선 순위였어요. 타임스퀘어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구글 등 SNS의 파워가 대단합니다. 독도를 알리기 위해서 그 시대의 시선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을 그때마다 새로 선택했던 것이 아마도 여론을 잘 모을 수 있었던 최초 동력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GQ 교수님을 향한 삐뚤어진 공격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KD 위협과 공격들은 여전히 받고 있어요. 협박 메일은 기본이고요. 광고를 내고, 활동을 할 때마다 수천 건씩 옵니다. 물론 저는 괜찮지만 가족까지 위협하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경찰에 살해 협박이 접수돼서 출동한 적도 여럿 있고요.
GQ 그럼에도 독도를 비롯한 한국 홍보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세요?
KD 멈추지 않는 이유는 간명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늘 되새겨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일, 그거 내가 하자고. 물론 가족들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고요. 딸도 “괜찮다”고 늘 말해주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GQ 독립기념관이 개교한 독도학교의 초대 교장으로도 활동하셨죠.
KD 맞습니다. 독도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독도 교육을 한다는 데 더 크게 의미를 뒀습니다. 독도학교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가지고 학교로 돌아가셨을 때, 다시 학생들에게 교육된다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가족 캠프, 체험 프로그램 등 일반인도 독도학교의 교육을 들으실 수 있고요.
GQ 최근엔 독도와 관련해 어떤 작업을 이어오고 있나요?
KD 최근에는 독도를 좀 새롭게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전엔 ‘독도’ 자체를 알렸다면, 지금은 독도의 자생식물인 섬기린초라든지, 독도 새우라든지, 강치라든지 이런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해 자연스럽게 독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 홍보하고 있죠. 11월 쯤에는 경상북도랑 함께 제작한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도 KBS 2TV를 통해서 방영이 예정돼 있고요. 강치, 삽살개, 이런 귀여운 친구들을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바람이라면 OTT까지 진출해서 세계 어린이들에게 우리 독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면 기쁠 것 같아요.
GQ 독도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교수님이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교수님이기에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 묻습니다. 많은 분이 우리 독도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독도’ 저 혼자서도 빛날 수 있는 ‘무엇’이 만들어진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하실까요?
KD 그렇죠. 독도 책을 보는 것도, 박물관이나 전시 공간을 찾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요 독도에 직접 가보는 거죠. 역사적, 지리적 가치도 있지만 독도에 가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천혜의 자연환경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이 독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입도 시설이 확충되면 좋죠. 혹시 울릉도 가보셨어요?
GQ 한 번 가봤습니다.
KD 그럼 잘 아시겠군요. 울릉도가 정말 너무너무 멋진 섬입니다. 섬의 규모도 크고, 자연환경도 훌륭하죠. 아직까지 독도 직항이 없어요. 반드시 울릉도를 들렀다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울릉도와 독도를 묶어서 한국의 관광지로 기획해보면 정말 멋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 역시 조금이나마 일조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고요.
GQ 엉뚱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독도가 들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KD 걱정하지 말라고, 이 말을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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