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시계 에디터인 캠 울프는 달 모양의 90년대 희귀 모델, 경기 심판이 사용하던 타임피스 그리고 가능한 한 ‘가장 금빛’의 롤렉스를 찾아 나선다.

2025년 달력도 세 장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올해를 멋지게 마무리 할 거야”라고 되뇌어야 할 때다. 적어도 나는 요즘 시계 산업이 굉장히 흥미로운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컬렉터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확산된 취향을 보이고 있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시계를 내놓는 신흥 브랜드들도 급증했고, 패션계와 마찬가지로 2025년의 시계 트렌드 역시 훨씬 덜 규범적이다. 작은 시계를 사든, 거대한 시계를 사든, 고전적인 드레스 워치로 가든, 스테인리스 스포츠 모델을 쌓아가든 당신의 열정이 향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계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올해 시계와 관련해 아홉 가지 새해 결심을 세운 바 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최근의 흥미로운 소식들과 신작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년 시계 수집의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1. 기묘하게 구체적인 시계를 찾아라
시계는 언제나 목적 지향적인 도구였다. 경주, 다이빙, 항공 등 특정 기능을 위해 설계된 물건. 하지만 내가 탐구하고 싶은 건 더 기괴하고 세세한 목적을 가진 시계다. 열정적인 홈셰프로서 나는 최근 Studio Underd0g이 내놓은 ‘달걀 삶기 전용 타이머 시계’에 끌렸다.

또 다른 예로는 사우나 전용 카시오 시계가 있다. 습도에 강하게 설계되었고, 헬스장 락커 키처럼 생긴 구불구불한 밴드까지 달렸다. 현대인의 실제 문제인 “사우나 안에서 시간을 알고 싶다” 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멋지다. 웃기지만 실용적이다. 솔직히 사우나 안에서 급하게 갈 곳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2. ‘이’ 시계를 사라

실용 목적 중심의 시계 얘기를 하자면, 요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모델이 있다. 2019년에 나이젤 카본과 타이맥스가 협업한 시계다. 이는축구 심판을 위해 고안된 모델이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다이얼의 3/4이 밝은 오렌지색으로 칠해져 있어 45분 전·후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유용함은 곧 아름다움이다. 크림색 다이얼과 귤빛 구역의 대비가 매혹적이다. 출시가 169달러였지만 지금은 eBay에서 400달러 이하로는 거의 구할 수 없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이 시계에 노래라도 바치고 싶은 사람, 꽤 많다.
3. 경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수입·수출, 시장 전망, 시계업계의 건강 상태에 대한 걱정들… 솔직히 말해 NBA 시청률에 집착하는 팬들처럼 느껴진다. 시계 팬으로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그런 걸 왜 신경 써야 하지?
그냥 계속 보고, 계속 모으면 된다. 세상엔 여전히 엄청나게 매력적인 시계들이 넘쳐나고, 젊고 패기 있는 브랜드들은 더 강해지고 있다.
4. 오메가의 ‘애프터버너’를 주시하라
이 리스트는 사실상 2024년 오메가의 대활약을 이야기하기 위한 핑계다. 오메가는 자사 플래그십 모델인 스피드마스터를 지치지 않게, 그리고 신선하게 변주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냈다.
연말을 장식한 스피드마스터 파일럿은 시계로서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색감과 디자인에서 유쾌한 실험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올해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화이트 다이얼 스피드마스터도 등장했고, ‘포스트-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를 대사로 기용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올림픽 기간 중 선보인 씨마스터 라인도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내가 꼽는 하이라이트는 첫번째 오메가 스페이스 씨마스터. 빈티지 감성이 살아 있는 따뜻한 토피 컬러 인덱스 덕에 역사적이면서도 일상적으로 착용 가능한 완벽한 밸런스였다.
5. 형태에 더 깊이 빠져들 것

요즘 시계 디자인은 형태의 실험이 대세다. 까르띠에 크래쉬와 베르네론 미라지부터 아노마 A1, 톨레다노 & 찬 B/1 같은 신생 브랜드까지 독특한 실루엣의 시계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나를 유독 사로잡은 것은 이 시계다. 1990년대 초 일본 모델이자 배우인 야마구치 사요코가 디자인한 세이코의 크레센트 문 모델. 초승달처럼 매끈하고, 보기만 해도 부드럽다. 물론 지금은 구하기 극도로 어렵다. 이 시계를 찾는 사람들이 쓴 글로 온라인 게시물이 넘쳐난다.
6. 어디서든 시계를 착용하라

이제 시계를 손목에만 차야 할 이유는 없다. 카시오의 신제품 CRW001-1 링은 손가락 위에서도 세련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계 반지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디지털 카시오 모양으로 만든 건 완전히 신선한 접근이다.
7. ‘시계 패밀리’를 찾아라
진부하지만 진리다. 시계 수집의 진짜 매력은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하나의 브랜드에 빠져 #SpeedyTuesday에 매주 글을 올리고, 누군가는 #SeikoBoys로 모드 세이코에 몰두한다. 혹은 70년대풍의 독특한 시계를 사랑하는 필 톨레다노 같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Rolex Explorer 1016의 모든 변형을 연구하며 그 하나에만 인생을 바친다. @T_Swiss_T의 가이드가 누적 125만 뷰를 기록했을 정도다. 당신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든, 그 열정을 함께할 커뮤니티는 반드시 존재한다.
8. 금에 투자하라
작년 말 롤렉스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대부분은 연례 임대료 상승 수준이지만,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롤렉스의 금 시계 일부는 8% 이상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지금이야말로 금 시계에 투자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데이데이트를 노려볼 타이밍이다.
9. 액세서라이징을 배우자

시계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애프터마켓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거나 카본 코팅을 입히는 것처럼 과감하게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고, 단순히 새 스트랩으로 교체하는 정도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단계’가 있는 일이다.
최근 에스피오나지는 시계 스트랩에 부착할 수 있는 “서브머서블 손목 컴파스” 즉, 손목 나침반을 선보였다. 이걸 NATO 스트랩이나 러버 브레이슬릿과 함께 매치하면, 정말 거칠고 밀리터리스러운 느낌의 장비처럼 연출된다.
예를 들어, 호딘키의 신임 편집장 제임스 스테이시가 자신의 튜더 펠라고스 39(Tudor Pelagos 39) 에 이걸 장착해 완전히 짐승 모드로 변신한 걸 보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 WoE 제품이 다이버를 위한 견고한 도구라는 걸 안다. 제품 설명에 따르면, 이건 베트남전 당시 ‘특수작전요원’이 착용했던 나침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게 얼마나 귀엽고 작게 만들어졌는지 계속 감탄하게 된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순식간에 완판됐다. 사람들은 흔히 “모자 위에 또 모자를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시계 위에 또 시계를, 혹은 나침반을 더하는 건 내년에도 큰 유행이 될 것 같다.
